- 2009년작. 1시간 44분. 장르는 여고생 기숙 학교 드라마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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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듀서가 감독의 아빠랑 작은 아빠입니다. ㅋㅋ 토니 스콧 이름을 보고 화들짝 놀랐네요. 전 왜 이 분이 훨씬 더 전에 가신 것 같은 기분인 거죠;)



 - 때는 대략 1930년대. 장소는 영국의 작은 섬. 이곳엔 커다란 기숙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대체로 그래도 잘 사는 집 자식들이 주로 오는 곳인 듯 해요. 시대를 감안하면 학교 상태도 교육 과정도 비교적 럭셔리하거든요. 막 귀족 학교 느낌까진 아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학교보다는 뭐(...)


 암튼 그 시절답게 대체로 보수적이고 선생들 잔소리가 심한 가운데 자유로운 영혼의 선생, Miss G가 있습니다. 에바 그린의 육체에 빼어난 패션 감각과 진취적 사상으로 무장한 이 분의 카리스마에 학생들은 황홀해하고, 그 팬덤의 중심엔 주노 템플이 맡은 '다이'가 있어요. 미스 지가 담당하는 다이빙반의 에이스면서 불같은 성질을 갖고 있지만 멘탈은 뭐 거의 미스 지의 노예 수준이죠. 매일 매 시간 미스 지의 관심과 칭찬에 목마른 아입니다.


 그리고 이런 학교의 평화(?)를 깨는 건 당연히 전학생의 몫. 스페인의 귀족 집안이라는 '피아마'는 전입해 올 때 차림새에서부터 평소 행동거지, 지식, 사고 방식과 다이빙 능력까지 뭐 하나 평범한 게 없어서 지 선생의 관심을 확 잡아 끌고. 당연히 디의 라이벌이자 표적이 됩니다. 게다가 시작부터 천식용 호흡기를 달고 나타나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이 전학생의 운명은!!! 학교의 평화는!!!!!? 이 영화의 장르는 감동 드라마가 될 것인가 음침 스릴러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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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렇게 끼리끼리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 영화 내용과 큰 관련은 없는 뻘소리입니다만. 전 키팅 선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뭐 그 시절엔 저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봤습니다만. 언젠가 나이 먹고 다시 보니, 그리고 특히 제가 선생이 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양반 참 별로에요. ㅋㅋ 뭐 뜻은 좋습니다만. 영화 내용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 결국 본인도 체제 순응자면서 괜히 애들한테만 헛바람 불어 넣는 낭만파였고. 좀 삐딱하게 보면 애들한테 그렇게 유니크한 캐릭터로 사랑받는 걸 즐기고, 그걸 위해 교사를 하는 양반 같다는 의심까지 든단 말이죠.

 게다가 그 영화 탓인지 뭔지 현실에서 키팅 코스프레 하는 분들을 몇 분 봐 왔는데. 역시 다 별로였습니다. ㅋㅋ 근데 이런 얘긴 그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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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이런 애가 나타나서)



 - 그래서 우리의 에바 그린이 이 영화의 키팅입니다. 본인의 개인적 매력으로 학생들을 확 휘어잡고 그들에게 진취적이며 올바른 사상을 열심히 설파하죠. 그래서 아직 어린 학생들은 다들 헬렐레하며 그 분을 숭배하고 따릅니다. 영화는 이런 상황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느긋하게 묘사하는데, 그래서 영화의 초반은 정말로 '죽은 시인의 사회' 여성 버전 같은 분위기를 풍겨요. 그래서 그만 보고 꺼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에바 그린이 너무 멋지셔서...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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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위기가 되는 이야깁니다.)



 - 우리 폭풍의 전학생 피아마가 등장한 후에도 한동안 이 분위기는 유지가 됩니다. 왜냐면 이 캐릭터의 실체를 영화가 한동안 의도적으로 감추면서 살짝 살짝 드러내거든요. 그냥 온실에서 곱게 자란 화초 처자 같기도 하고. 평온한 기숙사에 분란을 일으키다 미쓰 쥐의 돌봄으로 안착해야할 관심 학생 같기도 하고. 알고 보면 남들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런 아이 같기도 하구요. 요 학생의 정체에 따라 영화의 이후 내용이 달라질 거고 그에 따라 장르까지 바뀔 수 있으니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그걸 영화는 참으로 여유롭게 펼쳐 보입니다. 정말로 여유로워요. 결국 모든 세팅이 공개되고 본격적인 중심 갈등이 펼쳐지는 게 런닝타임의 절반이 넘은 후거든요. ㅋㅋ 그렇다 보니 이후에 펼쳐지는 중심 갈등의 내용도 예민한 분들에겐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을 테니 다음 문단부턴 잠시 생각을 해보시고(?) 읽으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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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S.)



 - 결국 피아마의 정체(?)는 기숙사의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걸 경험하고 훨씬 많은 걸 배운, 훨씬 성숙한 아이였던 겁니다. 반면에 기존 기숙사 멤버들은 어려서 이 섬구석 학교에 처박혀 미쓰 쥐의 간지나는 이야기만 듣고 자란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이었구요. 여기서 문제는 피아마의 레벨이 기숙사 친구들은 문제도 아니고 미쓰 쥐와 맞짱을 뜰 정도였다는 것.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 미쓰 쥐는 제가 처음에 얘기했던 '현실판 키팅'의 별로인 점을 다 갖고 계신 그런 분이었고. 피아마에겐 쥐선생이 그 폭풍 카리스마 선생 연기 속에 감추고 있는 비루한 현실 포인트들이 다 들여다 보여요. 안 먹힙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미쓰 쥐는 피아마의 그런 성숙하고 남다른 모습에 흠뻑 취해버렸고. 결국 비극이 싹트는 겁니다. 그러니 감동 드라마로 갈 길은 여기에서 봉쇄되겠죠.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대체로 스포일러성이라 스토리 관련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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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기숙사 영화지만 주인공은 애들이 아니고 이 몸이시다... 뭐 그런 얘깁니다. ㅋㅋ)



 - 그래서 장르는 뭐랄까. 살짝 스릴러 톤이 얹힌 슬픈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전반을 할애해서 죽은 시인의 사회스런 그림을 보여준 후에 선생의 본모습을 드러내며 이전까지 보여준 그림을 뒤집고, 스릴러스런 사건을 거쳐 비극으로 끝맺는 이야기에요. 외딴 섬, 폐쇄적 기숙 학교 속에 미스 지가 꾸며 놓았던 환상과 비현실의 행복한 세상에 영화 제목대로 '크랙'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서 사실상의 주인공은 에바 그린의 선생 캐릭터입니다. 이 사람이 키팅이면 피아마는 닐, 다이는 에단 호크의 토드 정도 비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심지어 역할도 비슷한 구석이 많구요. 다만 제목에 적어 놓았듯이 현실의 키팅들은 영화와 달라서 나머지 캐릭터들이 받는 영향도 많이 달라지죠. 그 끝은 당연히 비극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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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한 영화이긴 합니다만...)



 - 여고 기숙사 무비!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좋은 점과 많이 아쉬운 점이 공존합니다. 일단 여고 기숙사 영화에서 기대함직한 비주얼과 분위기는 아주 훌륭해요. 누가 이 감독님 스콧 가문 사람 아니랄까봐 영상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게다가 1930년대 영국이라는 배경은 여학생 기숙사 무비에 최적화 시절이기도 하구요. 배우들도 참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그것도 구색별로 잘 뽑아 놓아서 시각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스토리를 보면 살짝 물음표가 뜨네요. 아무래도 여학생 기숙사물을 원하는 사람들은 학생들끼리의 케미스트리 같은 걸 많이 기대할 텐데 그런 건 많이 약해요. 피아마와 다이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특별한 캐릭터가 없는 병풍 역할들이고. 그나마 피아마와 다이도 그 둘의 직접적인 관계보단 미쓰 쥐를 사이에 두고 상호작용하는 식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꽁냥 분위기를 즐기고픈 분들 입장에선 좀 부족하단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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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런 장면들 배불리 즐기고 싶다. 뭐 그런 희망을 품으신다면 기대치를 살짝 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 한국에선 많이 듣보 인지도의 영화라 해외 리뷰들을 좀 읽어봤는데. 에바 그린이 많이 까이더군요. 미스 캐스팅이다 연기도 별로다 뭐 이런 지적들이 많던데 전 그냥 괜찮았습니다. 일단 비주얼이 개연성이라서. ㅋㅋㅋ 제가 섬에 갇힌 여학교 기숙사생인데 에바 그린 같은 선생이 있으면 저라도 홀리겠다 싶더라구요. (쿨럭;) 주노 템플이나 피아마 역할 배우님(실제 스페인 배우더군요) 같은 경우도 역할에 어울리는 비주얼로 잘  뽑았고 연기도 괜찮았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이 영화를 본 이유인 이모겐 푸츠는 역할은 좀 쩌리입니다만. 그래도 화면엔 자주 잡히고 예쁘니까 만족!!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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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 분은 언제 뜨시는 걸까.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시니.)



 - 말이 너무 길어져서 (그리고 짤도 다 떨어져서 ㅋㅋ)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단점을 말하자면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진지한 비극으로 봐주기엔 미쓰 쥐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묘사가 좀 얄팍한 느낌이고. 스릴러로 즐기기엔 그 강도가 너무 약해요. '여고생 기숙사물'로 즐기기엔 썩 괜찮지만 위에도 적었듯이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구요.

 하지만 설정 자체가 취향 저격이시라면 그런 거 다 극복하고 아주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또 이런 영화가 은근 흔치 않잖아요. 스콧 가문의 피가 폭발하여 참으로 예쁜 그림 펼쳐주니 그런 쪽으로 기대하고 보신다면 보람찬 관람 시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구요.

 개인적으론 미쓰 쥐의 일그러진 캐릭터와 피아마의 근사함을 즐기며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아주 약간만 더 매운 맛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 그건 그냥 제 취향의 문제인 것 같구요. ㅋㅋㅋ 끝.




 + 영화 괜찮았는데 왜 감독님 차기작이 없나... 했더니 이게 평이 되게 안 좋았군요? 좀 의아합니다. 그렇게 까일 영환 아닌 것 같은데. 금수저 찬스로 보여서 감점이 좀 엄격하게 들어간 걸까요. ㅋㅋ 근데 오랜 휴식 끝에 지금 신작 촬영 중이시래요. 세이디 싱크랑 에릭 바나라니 왠지 봐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 전 주노 템플을 볼 때마다 줄기차게 서인영을 닮았다고 꼭 한 마디씩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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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비슷하지 않나요? 네? (간절.)



 +++ 글 적는 내내 '미스 지'의 이름을 갖고 재미 한 개도 없는 말장난을 친 건 이 영화의 한글 자막 때문이었습니다. 희한하게 계속 이 분 이름만 'Miss G'라고 영문 표기를 하더라구요. 왜죠. 왜 그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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