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시끄러웠던 그 동시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어린 시절 폭력적인 것에 매료(?)되는 건 꽤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전 누군가와 치고받고 싸운 적도 없고, 스포츠라도 사람이 진짜로 맞는 게 싫어서 격투기도 싫어하고,

열받아서 종이 찢어발기는 정도를 제외하면(이것도 극히 드묾)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때리거나 부수거나 하는 일도 없기에

스스로 폭력적인 성향은 낮은 편이라 평가하는 사람입니다.(성격은 더러워도 폭력적이진 않지-랄까요)

그런데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른이 된 입장에서는 약간 섬뜩할 만큼 잔인한 장면을 즐기기도 했어요.

 

예전에 중학생 때였나, 친구가 어린 시절에 사극 보고 인형놀이로 고문하는 장면(주리를 틀라! 이런거요)을 재연했다길래

"으앜ㅋㅋ ㅅㅈ 왜 그러고 놀았어?ㅋㅋㅋㅋㅋ" 이런 반응을 보였는데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저도 꼬꼬마 때 사촌언니 및 동생들이랑 사약 먹고 죽는 장면을 연기하고 놀았던 기억이 나는 겁니다.

인형 주리 틀고 놀았던 친구나, 사약 주고 받으며 놀았던 저나 사촌들이나 모두 사회에 무해하고 멀쩡한 성인으로 자랐고요.

 

예나 지금이나 동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토끼나 강아지나 병아리 같은 작은 동물을 안거나 만질 때면

아 예쁘다-> 작고 연약하다-> 내가 얘 목을 확 비틀어 버리면 죽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흐르기도 했고요.

죽겠지? 생각 다음엔 '아니다, 아니다, 목 안 비튼다' 이런 심정으로 두마리 짐승 모두를 안심시켰으며

한번도 실행한 적은 없지만 여튼 '죽이는 게 나쁘다'라는 개념이 잡힌 나이에도 이런 잔혹한 상상을 했던 거죠.

무슨 영화 속 악귀같은 꼬맹이처럼 눈빛을 바꾸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당연한 듯이 그런 생각이 들었고

또 그만큼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던 거 같아요.

 

애든 어른이든 위의 사례와 같은 폭력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심각한 문제인 거고, 

나이가 들어서도 잔인한 상상에 사로잡혀 있다거나 하면 그 또한 문제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이 끔찍한 상상을 하면서 노는 건 대충 정상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성장 과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른이 보기엔 많이 괴상하고, 걱정도 되고, 실제로 길게 지켜봐도 이상한 애가 있기도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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