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은 강림절 첫주였다 (first Advent). 스웨덴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준비를 한다. 강림절 첫 주 부터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장들이 시작하고, 각 가정의 주말은 진저쿠키 굽기, 사프란을 넣은 크리스마스 빵들 굽기, 크리스마스 별 달기 (별모양으로 된 전등, 창가에 달거나 세우거나 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선물사기, 카드보내기. 어떻게 생각하면 12월 한달은 24일을 향해 달려가는 길고 긴 장거리 여행같다.   


나는 몇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 거북이는 빵도 굽고 싶다, 뭐도 하고 싶다 라고 말했지만, 그가 의미한것은 내가 해야한다는 것이었지 본인이 혹은 우리가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내가 안하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다. 지난 몇년간 이 기간의 크리스마스 준비의 일들은 나한테는 단지 또 다른 내 에너지를 빼앗는 일일뿐, 기쁨의 근원은 아니었다. 


올해에는 선물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진정 준비하고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위한 계획을 세울 맘이 생겨났다. 토요일 사프란을 넣은 케익을 구우면서 아니 이렇게 쉬운거였구나 하면서, 왜 소피아가 몇년을 그게 얼마나 간단한데 왜 안해? 라고 물어봤던 게 이해가 갔다. 몇주전, 강림절이 되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진저쿠키를 굽자 라고 말했더니 매일 매일 트리 트리 노래부르던 선물이를 데리고, 별로 사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없지만 단지 장터를 돌아다니는 게 즐거워서, old town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장에 갔다. 버스가 정거장 가까이 다가가는 데 창에서 보니 S가 벌써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 특별히 살거 있냐는 그의 질문에 아뇨, 그냥 돌아다니고, 사진찍고 우리 그래요 했더니 그도 쉽게 그래요, 라고 말했다. 그와는 모든 것이 쉽다. 아몬드를 설탕과 함께 볶는 전통 주전부리의 달콤한 향 유혹에, 두봉지를 사서 하나를 그에게 주니, 그는 돌아다니면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진저 쿠키를 굽고, 전날 만들어놓은 사프란 케익과 함께 차를 마시고, 트리를 만들기 전 시간이 꽤 걸리는 오븐 통닭구이과 야채 구이를 준비했다. 통닭이 천천히 익어가는 동안, 집으로 배달시킨 플라스틱 트리를 꺼내자 아이는 팔딱 팔딱 뛰면서 엄마 트리가 너무너무 커요 한다. 50개의 붉은 방울들은 매달을 실을 직접 끼워야 했다. 내가 어 이런 줄 몰랐는 데 하는 표정을 짓자 S는 그냥 하면 되는 데 뭘요 하면서 천천히 하나씩 끼워 나갔다. 우리 둘이 실을 끼워놓으면 아이보고 매달으라고 했는 데, 좀 있다가 보니 정말 한 구석에만 10개가 넘는 방울들을 달아 놓은 아이. 그와 내가 웃으면서 재배치를 하고 그 외에 덤으로 산 다른 여러 모형의 방울들을 여기 저기에 달아놓았다. 동료들이 진짜 전나무를 사지 않고 플라스틱을 한다고 뭐라고 했다고 말하자 S는 우리한테는 이게 더 편하잖아요 라고 답했다. 2미터가 넘는 트리가 다 완성되자 아이는 고양이 처럼 좋아한다. 그리고는 정말 고양이 처럼 전나무 아닌 트리 밑에 누워있는다. 그걸 보면서, 아 나 정말 이 사람이랑 할 수 있다고 믿어서 이 일을 벌렸구나 싶었다. 


그는 작은 일에 기뻐하는 사람이다. 별거 아닌 통닭구이 냄새가 좋다고 여러번 말하고, 맛있게 먹고, 나머지를 가지고 우리는 다음날 점심 도시락요리를 같이 했다. 그 전에 계획이 바뀌어서 크리스마스 이후에 3주가 넘게 영국과 타이완을 다녀와야 한다고 말한 그. 삼주는 너무 했다라고 차를 마시면서 말했는데, 도시락 요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다시 난 정말 당신이 이렇게 오랫동안 가는 게 싫어요라고 말해버렸다. 아마 그 말이 나온 것은 내가 그만큼 그를 더 많이 좋아하고 있고, 그런 말을 해도 될만큼 우리 관계안에서 편안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응 알고 있어요, 만약 내가 이쪽으로 완전히 이동하게 되면 이렇게 자주 타이완에 안가도 될거에요 라고 답했다. 


비가 오기전 그는 집으로 돌아갔고, 보드게임 안하고 가는 그에게 인사 안한다고 때부리던 선물이는 금방 잠이 들어 버렸고, 나는 혼자서 트리를 보다가 방울들을 여기 저기 조금씩 움직였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 혼자 사프란 케익 한 조각을 마저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 올해에는 우리집에도 크리스마스가 오는 구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07844 결국 아무일도 없군요. 누가 제 마음을 알까요? [5] chobo 2013.04.27 3663
107843 네티즌 “웃지마, 이 xx야” 욕설에 靑 정진석 수석 “당신 누군지 알고 있어” 논란 [9] chobo 2011.01.11 3663
107842 미즈사랑 CF - 여자를 아끼는 대출 - 노현희 [12] 고인돌 2010.12.29 3663
107841 [기사] 여중앞 70대 바바리맨... "외로워서 그랬다" [18] 빠삐용 2012.06.14 3663
107840 Science Fiction PathFinder [3] ahin 2010.10.02 3663
107839 파수꾼 다운 받아 보세요 [4] lamp 2011.06.06 3663
107838 요즘 MBC 뉴스 좀 이상하네요 [9] 푸른새벽 2010.08.17 3663
107837 한나라당 망하려나요(당대표 스포) [9] jwnfjkenwe 2010.07.14 3663
107836 프랑스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26] cecilia 2010.07.13 3663
107835 (기사링크) 홍명보, “벨기에전 변화…아직 생각 안 해” [18] chobo 2014.06.23 3662
107834 국정원에 관한 개인적 추억이 있으십니까? [12] drlinus 2012.12.12 3662
107833 박재범이 잘생겼군요 [16] 가끔영화 2012.04.02 3662
107832 [신세한탄] 형제끼리는 꼭 우애가 있어야 하는건가요 [21] zaru 2012.01.31 3662
107831 아빠바보 딸이 딸바보 아빠를 보내드렸습니다. [17] 여름숲 2011.12.03 3662
107830 [기사] 신혼의 달콤함은 6개월.. [18] 가라 2011.12.13 3662
107829 [기사] 나경원 ‘알몸 목욕’ 이번엔 거짓 해명 논란 [4] 빠삐용 2011.09.30 3662
107828 이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뭐라고 촌철살인의 한마딜 해줄까요? [22] 2011.01.23 3662
107827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 라는 걸 올해 절실히 느낍니다. [20] M.B.M 2010.12.11 3662
107826 여러 가지... [19] DJUNA 2010.10.02 3662
107825 마가 꼈나봐요. [8] 태시 2010.06.07 36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