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애 사례들은 티비에서 본 것 (고부갈등 프로그램, 그 외에 뭔가의

토론과 가정사 화해의 장을 만드는 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 들은 것과

(굳이 챙겨듣지는 않지만 아침점심저녁 버스를 타면 라디오가 나오죠)

인터넷 사연 (네xxxx, 아고라 등)과 당사자가 특정 소수 혹은 다수를

대상으로 말한 것들을 취합한 것입니다.


1. 운동권 남자와 새내기 여자. 이 경우 운동권 남자는 뭔가의 사상에

강하게 매료됩니다. 비록 그 사상들이 이미 공산주의를 일부 정책에

반영했거나 혹은 공산권을 표방했던 나라들에서는 너무 오래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도요. 이 경우 이 커플의 남자에게는 당사자의

부모님이 갑자기 학비를 끊거나 자취비용을 대주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빨간 줄이 그어지기 직전인데도 자취방에는 늘 술과 여자 시켜서 만든

안주와 (비록 그 여자가 집에서 밥 뒤집는 것 이상으로 안 해 봤어도

선배의 위엄으로 윽박지르고 소리지르고 머리채를 잡아서라도 여럿이

먹을 뭔가를 얻어내고야 맙니다) 자신이 돈을 빌려준 후배들이 있죠.

도중에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기도 하고 낙태를 종용하기도 하고 낙태

비용을 7:3이냐 5:5로 부담하느냐에 따라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무서운 점은 그 피해 여성들 중 평소에 페미니스트를 자칭하거나

혹은 주체적인 삶을 위해 부모와 분쟁이 있었던 여성도 있었다는 것이죠.


2. 1의 커플이 빨간줄도 그어지지 않았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편입해서

결혼까지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1의 여자는 자신을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발랄하고 꺾이지도 않는 의지의 여성으로 여깁니다. 종종

운동권 시절 무용담 이야기까지 합니다. "미국 여행을 갔는데 남편이

옆에서 자본주의 과소비 물 들면 안 된다고 하루 종일 찔러대더라"라는

이야기를 매우 당당하고 당차게 이야기하시던 고등학교 교사분이

계시더군요. 놀라웠습니다.


3. 후려치기 하는 남자. 이 경우는 주말에 젊은층들이 자주 다니는 음식점,

노래방, DVD방, 영화관, 기타 등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신촌~ 합정 일대를 주말에 할 일 없으면 돌아다니는데 꼭 목격이

되고는 합니다. 한 경우는 저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고 한 커플이 들어왔는데,

남자는 저체중, 여자는 비만으로 보였습니다. 나이는 파악이 잘 되지 않았지만

대학생이나 그 언저리로 보이더군요. 남자가 대뜸 소리를 지릅니다. 스냅백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야 내가 너 못생기고 뚱뚱하지만

순진하고 잘 몰라보여서 사귀어 주는건데~" 순간 시선이 그 커플 쪽으로 향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경우 여성은 홀대를 받고 있는데도 얼굴에서 미소나 관대함의

표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동북아에서 한국을

제외한 2국 중 하나 출신이던가 혹은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대만이나 그런 국가의

출신으로 짐작되는) 식당 직원이 기겁해서 손에 든 메뉴판을 남자 뒤에서 떨어트립니다.

사과가 오가고 메뉴판을 떨어트린 사과로 일본제 탄산음료 하나를 내려놓습니다.

단지 이 식당 내에서 본 한 번 뿐만이 아니라 길가다가도 목격이 됩니다. 너무

노련한데다가 의도가 분명한 (여자 기를 꺾어서 묶어둔다) 행동인지라 젊은 층이

대다수인 주말의 그 일대에서 보이는 것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어떤 커플은

남자가 굉장히 고단수로 보이고 여자는 그 반대입니다만 남자가 끊임없이

여자의 머리카락으로 "삐삐"장난을 치며 "못생겼으니까. 그래도 나 같은

남자 사귀는 것이 어디야"라고 거의 입력하듯이 말합니다. 그 외의 사례는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4. 연애담이라기에는 멀리 왔지만 시댁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댁 이야기라는 것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무슨 tv프로그램에서

방송인인 정규 출연자들과 일반인인 관객과 사연 당사자가 나와서 진행하는데요,

6~7명 되는 일가친척이 카메라 앞과 관객 석에 나왔지만 사연은 무섭습니다.

왜 이 사람들은 웃고 있는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요. 돈이 없어서

결혼식도 올리고 돌잔치도 했지만 시댁에서 살고 있는 부부 이야기입니다만,

시어머니가 남편만 나가면 며느리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이불 빨래부터

설거지에 저녁 찬까지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며 부려먹는다는군요.

웃고 있는 남편도 이상하고, 멋쩍어하는 시어머니도 이상한데다가 그것을

웃으며 명랑하게 말하지만 이혼은 고려하지 않는 사연 당사자도 이상했습니다.


이상 4가지가 싫어하는 연애 사례들의 표본이었습니다. 이 4가지 틀 안에서

다양성이 나뉘는 이야기들입니다. 시댁 이야기에 천만원대의 돈이나 혼수가

얽히면 정말로 이야기는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듣거나 읽거나 보아서 실제로는 제가 별 능력도 없이

번번히 연애에도 좋은 이미지 만들기에도 실패하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어느 정도 승자 (여우 같은 여자와 늑대 같은 남자)가 정해진 게임이라면,

패배를 인정하는 저 같은 사람이 굳이 비난을 들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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