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이름)

2016.01.11 23:55

여은성 조회 수:553


 1.요즘 슬슬 세번째 이름을 만들까 하는 중이예요.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과 모임의 성질 별로 다른 이름을 써서 각자의 이름에 따른 인생을 모듈화시켜야 필요없어질 때 삭제시키는 게 편하니까요.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계획된 게 아니라서, 좀 꼬이긴 했어요. 알게 된 사람들을 아는 가게에 데려가거나 하면 다들 이상하게 봐요. '왜 직원들이 XX이라고 불러요 은성씨를?'하곤 하죠. 


 그럴 때는 너희들을 상대로 폰지사기를 치려고 계획중이었는데 이제 들켰으니 그만둬야겠다고 대답해줘요. 



 2.흠...이 이름은 오래 썼어요. 예전에 썼던 글인, 미술학원 때부터였죠. 그때 염두에 둔 이 이름의 인생은 그림작가로서의 이름이었어요. 하지만 인생이란 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튀어나오죠. 그림 작가가 못 됐고 이 이름은 그냥 사람들을 기만하기 위한 작은 장치가 되어버렸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또다시 상황이 바뀌긴 했는데 십수년동안 이 이름을 쓴 건 rpg게임을 한 것과 비슷해요. 이름에 생명과 성질을 부여하고 키워온거죠. 전혀 유명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류상 쓰던 이름보다는 명성 수치가 조금은 높으니까요. 이 세상에 여은성이란 이름으로 저를 아는 사람이 원래 이름으로 저를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졌죠. 20살 이후로 계산한다면요.



 3.흠...아무리 쓸 게 없어도 3번까지는 쓰기로 늘 마음먹고 있어요. 뭘쓸까 하다가 주제에 맞게 이름 사칭에 대한 걸 써보죠.


 d모 사이트에서 흠칫 놀란 적이 있는데 누군가가 갤러리에서 저인 척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거예요. 그것도 꽤 공들여서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아주 오래 지난 글이고 답글도 안 달려 있고 결정적으로 딱히 분탕질을 친 건 아니라서 말았어요.


 채팅방에서 여은성을 직접 본 건 두세번이예요. 하나는 이 듀게 사이트고 몇번은 위에 말한 d 사이트죠.


 흠.


 언젠가...제 이름으로 괴이한 분탕질을 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들었다는 글을 썼는데, d사이트에서 여은성을 본 건 그 시기 이전이었어요. 그래도 채팅방에 들어가서 웬 여은성이란 이름이 있는 걸 보고 흠칫했어요. 저놈이 대체 뭘하려고 저러고 있는 건가...궁금해서 일단 내가 여은성이라고 하진 않고 가만히 지켜봤어요.


 한데 의외로 엄청 정상적인 거예요. 뭔가...나쁜 말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뭐 그랬어요. 들어오는 사람들이 '여은성님이셈?' '님 은성좌?? 구라ㄴㄴ.'하면 그렇다고 대답해 주고요. 자기가 뭔가 말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대답해 주는 걸 주로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다음 만화는 언제 그려서 올릴거냐고 말을 걸어 봤어요. 당시에 그 사이트에서 종종 만화를 연재했거든요. 그러자 그는 요즘 직장이 바쁜 시기라 다음주에나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여은성님은 직장 안 다니는 걸로 아는데요.'라고 하니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냐고 하는 거예요.  


 이쯤에서 내가 여은성이다 이놈아 라고 하고 싶었는데...솔직이 그러기 좀 무서워서 말았어요. 적어도 지금은 뭔가 이상한 말이나 나쁜 말은 안 하고 있는데 굳이 벌집을 건드리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벌집을 건드렸을 때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그냥 일단은 가만히 있기로 했어요. 


 그래도 살짝씩은 벌집을 건드려 보고 싶어서 만화의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되느냐...그림은 뭘로 그리시냐 웹툰 데뷔를 해보실 생각은 없느냐 하고 이리저리 캐물어 봤어요. 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혹시라도 내가 나간 뒤에 이녀석이 이상한 말을 하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어쨌든 녀석이 나갈 때까지는 기다리기로 했어요.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다가...한번 건드려 보고 싶어졌어요. 새벽이었거든요. '직장 다니신단 분이 왜 이렇게 늦게까지 안 자세요?'하려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그가 먼저 내일 출근해야 하니 이만 가겠다고 했어요. 


 그가 나간 뒤에도 두 시간 정도 채팅방을 클릭해보며 혹시 그가 다시 왔는지 살펴보곤 했어요. 적어도 그 사람 버전의 여은성은 그 후로 다신 볼 수가 없었어요.



 4.흠.



 5.이건 그냥 써보는 건데, 그때 그 분이 혹시 이걸 읽고있다면 메일이나 한번 보내주셨음 합니다. 가끔 d사이트나 다른 사이트 사람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듀게에 제가 쓰는 글을 다 알고 있어서요. 한때 듀게에 '인공 구조물'에 대한 과학적 설정에 대한 질문을 했었는데 제 만화를 보던 분이 그 글을 봤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님 만화에 나오는 어떤 장소가 사실은 인공 구조물이라서 그 설정을 강화하기 위해 그런 질문 글을 쓴 거죠?'하고 맞춰서 ㅎㄷㄷ했어요. 그 '어떤 장소'가 인공 구조물이라는 건 나름 세심하게 준비한 반전이었거든요.


 어쨌든 뭐 제가 호기심이 너무 강해서 궁금하네요. 아...그리고 그때 그분 하나만큼은 다른 한심한 놈들과 다르게 딱히 나쁜 말을 하거나 분탕친 건 아니라서 전혀 나쁘게 여기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작은 소일거리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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