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8 15:08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서른 중반, 나한테는 안 오겠지 했는데, 그야말로 훅 들어오더군요.
일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어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하루 내내 맴돌아 멍하니 있게 됩니다.
의미없이 자판만 두드리고 전혀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심지어 다른 재미있는 일은 없을까, 이직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직장 사춘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그냥 지나가버린다고 하던데
잠시 앓는 감기 같은거라면 좋겠습니다.
아는 후배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했던 일을 몇 년 동안 준비해서 드디어 첫 시동을 거는데 잠깐 도와줬던 게 화근이었을까요.
멀리 지방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자리잡은 친구의 소식 때문일까요.
솔직히 제 자신에게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혹시, 이 직장인 사춘기 극복을 위한 영험한 방법이나 지혜를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부디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그 은혜 잊지않고 꼭 보은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08.28 15:26
2015.08.28 17:09
그러게 말입니다. 월급쟁이 만한 건 없죠. 잠시 프리랜서 시절, 자유로웠지만 참 괴로웠었는데 그 시절이 벌써 잊혀졌나 봅니다.
2015.08.28 15:30
극복이 안 되서 이직 준비 중입니다
2015.08.28 17:10
아, 역시 이 방법 뿐이로군요. 좋은 곳으로 잘 이직되시기를 바랍니다.
2015.08.28 16:25
직장인 사춘기를 맞아서 보험회사로 이직하려던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보험회사에 다니지만.. 그 후배 말리느라 술 두번인가 사줬어요. 물론.. 이직 결심의 저변에는 다니던 직장에서의 위기, 미래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 가보지못한 길에 대한 미련..같은 것들이 혼재하지만 지금보다 확실하게 좋은 조건, 월급,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렸어요.
돈과 무관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이직이던 퇴직이든.. 마음대로 하셔도 되지만 책임질 가족이 있고 본인도 돈없이 살기 힘들다 싶으시면.. 조금 더 준비 기간을 가지세요. 어차피 직장에 영원히 다닐수는 없으니 준비하시고 계획하셔서.. 때가 되면 때려 치우세요.
2015.08.28 17:14
무엇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인 것 같습니다. 그 길은 확실하게 좋은 조건도 아니고 월급도 적습니다. 미래는... 있을 것 같지만 환상일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그 길을 가기 위해 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얼른 직장인 모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2015.08.28 17:02
괴로움이 아니라 권태에 가까우시다면, 뭘 만든다든가 하는 류의 약간 생산적인 형태를 띈 취미생활에 조금 공을 들여 보시면 어떨지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도록 조절하셔야 겠지만, 괜찮다면 권태도 이겨내면서 삶의 참신함도 더 해가는 좋은 일이 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저도 비슷하게 손을 댄 취미가 그럭저럭 잘 풀려서 나중에는 투잡 비스무레하게 부수입도 생기고 하니, 원래의 직장 생활하는데도 훨씬 더 도움 되었던 기억입니다.
2015.08.28 17:27
아, 그야말로 롤모델이십니다. 괴로움보다 권태가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예전엔 참 취미가 많았는데,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삶의 낙을 되찾아야 할텐데.. 계속 핑계만 찾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015.08.28 19:18
프리랜서. 4개월 동안 일이 없었음
2015.08.29 09:10
저도 30대 후반부터 그런 사춘기 충동에 많이 시달렸어요. 저 같은 경우는 사춘기라기보다는 중년의 위기, mid-life crisis라고 인식했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싶어요. 제 증상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였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와서 하고 싶은 일을 30대 초반부터 해서 더 아이니컬했지요.
하고 싶었던 일이라 너무나 좋았지만, 30대 후반에 사춘기가 온 건 우선은 그 일이 너무 빡셌구요(몇년동안 24시간 돌리는 느낌). 지금은 그 빡센 기간을 넘어서서 그 일로 프리랜서하면서 조금씩 벌고 있어요. 평균적으로 1년에 2달은 수입이 없어요.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없어서 제 한 입은 거두고 살고 있는데 노후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아직 정신 못 차려서인지 안정적인 직장 관두고 불확실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어요.
전 지금 하고 있는 "하고 싶은 일"은 계속 할 생각이고 그러면서도 제가 원하는 "다른"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중이에요. 그 "다른" 삶은 또다른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차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중언부언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위기들, 다 참 좋다는 거에요. 그런 충동들이 계속 삶을 직면하게 해주고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화이팅이에요.
2015.08.29 11:26
수시로 찾아오는데, 그냥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걸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거든요.
일을 안하면 생활에 지장이 크고, 이 바닥은 조금의 공백을 가져도 퇴출되기 쉽상이라....
그런 공포감에 허무함이 밀려와도 방심할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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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인 줄 알았네요. 저는 요새 2가지 다짐으로 자가최면 중입니다. 1. 세상에 월급쟁이 만한 건 없고 또 어느 회사든 비슷하게 고통스럽다. 2. 니가 지금 월급만 축내고 할 일 안하니까 잡생각이 드는거야. 라구요. 긍정으로 극복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기 멸시를 하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