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0 01:35
요새 제가 스스로 이상해졌다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이성에 대한 욕구의 형태가 전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대충 손잡기-포옹-키스-섹스 등으로 나아가는 스킨쉽, 이런 식으로 욕구가 비교적 분명했던것 같은데요
그래서 좋아하게 되면 만지고 싶고 만지면 키스하고 싶고.. 단순하게 이성에 대한 욕구를 가져왔던듯해요.
근데 요새 제가 계속 생각나는 상대에 대한 욕구의 형태는 굉장히 구체적이고 위와는 달라요.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상대가 얇은 옷을 입은 채로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누워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반쯤 잠들어 있을 때,
뒤에서 몸을 숙이고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주면서 귀에 시 같은걸 속삭여주고 싶어요.
꼭 시가 아니더라도 뭔가 인상적이고 내밀한 말들을... 성적인 말은 아니고요.
상대는 계속 반쯤 잠든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른하게.
썸타는 상대도 아니고 굳이 생각하자면 짝사랑? 도 좀 아닌 것 같은.. 어쨌든 그런 상대에게
정말로 꼭 저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곤 합니다.
나이가 먹어서 변태가 된 것인지..
예전에 사귀던 상대가 전라의 몸으로 왕좌같은 것에 앉아서 차갑게 저를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너무 좋아서,
가끔씩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즐거워하곤 했는데 그런 성향 같은것이 극대화 되는 느낌입니다.
쓰고보니 이것도 저것도 뭐 일종의 성적 판타지정도 인것 같긴 하네요.
2015.11.30 04:06
2015.11.30 23:31
문학적이라기엔 진부한 내용이긴하죠 ㅎㅎ 저도 알고 있지만 문학성(?)보다는 그 욕구가 정말 진심이고, 강력한데 놀랐어요.
책이나 기타 다른 매체를 통해 저런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캐릭터들을 볼때 진짜 공감 안갔었거든요.. 가짜같고.
2015.11.30 05:39
뭐든 상상하는 것은 좋은 겁니다.
2015.11.30 10:06
특정한 욕구 자체를 긍정한다면 그 욕구의 변화에 대해서도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개인차가 분명히 있겠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기도 하고요... 변화 양상의 원인에 대해서 본인이 포착해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겠지만... :)
저도 비슷하지만 좀 다른 에피소드 하나가 있지요.
전 버섯을 지금도 못 먹어요. 맛도 이상하고 물컹거리는 식감도 싫고 생긴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서 편식을 하면 혼나던 어린 시절에는 급식 메뉴로 버섯이 나오면 반쯤 울면서 먹거나, 알약 먹듯 물과 함께 삼키거나, 아니면 아예 몰래 물통에 뱉어서 집까지 가져가곤 했어요.
어느 날 버섯의 거취 문제를 놓고 반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민하는데, 짝꿍이던 여자아이가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낼름 집어서 먹는 게 아니겠어요?
...그 늠름한 자태가 '사랑'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원형이 되었어요.
그래서 '진정한 사랑이란 내 버섯을 대신 먹어주는 것이다'. '버섯 잘 먹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불과 몇 년 전까지 꽤 자주 했었어요...
요즘엔 그걸 가지고 놀리는 사람도, '오빠 나 버섯 완전 잘 먹어요.' 라며 호감을 은근히 암시하는 경우도 많아서 잘 거론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그래요.
제가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한 사람이 버섯을 안 좋아한다면 얼마나 슬플까...라는 상상을 가끔 하거든요.
...아 적다보니 굉장히 빙구같아 보이지만...전 그래요.
2015.11.30 11:31
형님 나 버섯 완전 잘 먹어요...:P
2015.11.30 12:13
2015.11.30 23:32
늠름한 자태라니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2015.11.30 14:11
저만 이상한 게 아니군요...농담입니다. 여친은 궁상스럽다고 싫어하는 게 있는데 저는 좋아하는 게 있죠.
2015.11.30 18:09
고상한 변태? 죄송합니다 ㅠㅠ
2015.11.30 23:33
사실 맞는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육체적이고 충동적이던 욕구가
점점 구체적이고 문학적? 으로 변해가시네요 ㅋㅋ 발전하시는듯.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