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6 21:01
1. 우선, 억울합니다....ㅠㅠ 저라고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어요. 권위적인 어머니 밑에서 대화하는 법을 상대적으로 늦게, 적게 배운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고, 어느순간부터 제게 엄습한 이 우울감도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고...타고난 것도 물론 있겠죠. 그리고 아참 제 자신의 노력의 부족도 빼놓을 순 없겠어요. 하지만 '재밌어지려는 노력'이라니 상상만 해도 막막해요, 어떻게 재밌어지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거죠? 진지하게 방법을 묻고 싶어요. 근데 제가 개그감이 떨어지는데 반해, 혹은 그 때문에, 제 코미디에 대한 기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아니면, 이해를 못해서 그런가, 코미디 프로를 재밌게 본 적이 없어요. 코미디 영화를 봐도 쉽게 안 웃어요. 특히 미국식 화장실 조크는 경기까지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죠. 이래서야 글러먹었어요.
2. 제가 인생에서 '재밌는 사람'이 되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지만, 그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에요. 제 고등학교 때의 친구에 의하면 전 실로 '사람자석'이었다고 해요. 실제로 그때까지만 해도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와 친밀하게 지냈는데 그때도 제가 '재밌는 사람'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것만 보면 꼭 '재미'가 사람을 사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아닌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 때의 제 자신은 좀 더 제 자신을 사랑했고, 사랑할만한 근거를 더 많이 갖고 있었죠.(공부도 곧잘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자존감도 전반적으로 더 높은 사람이었어요.
3. 그렇다고 최근에 제게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우울감을 갖게 된 이후 전 좀 더 차분한 사람이 되었고, 주변친구들의 아픔이나 은밀한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유대를 쌓아갔고(야메카운슬러라고나 할까), 저 역시 제 자신의 내밀한 아픔을 공유하면서 깊은 관계를 갖게 된 친구들도 몇 명 생겼고, 그들 덕분에 제 우울한 삶은 많이 구원받았었죠.
4. 하지만 내일 모처럼의 비번인데,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만나주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시점에서 이미 전 틀려먹은 거죠. 이런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친구들과 내가 덜 친했던 건지, 아니면 제 문제인 건지, 어느쪽인지 양쪽인지 어느 쪽도 아닌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제 친구들을 탓하고 싶진 않구요. 오히려 미안하죠. 제겐 아까울 정도로 정말 좋은 사람들인데...다 제 잘못인 거죠. 근데 대체로 이런 관계가 그렇듯,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시기를 둘 중 한 쪽만 극복해도 쉽게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전 일방적으로 제 아픔을 얘기하고 친구들은 들어주기만 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5. 내일은 아마 '행복의 정복'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아요. 독서하는 것도 싫지 않지만 외로움을 잘타는 저의 특성상 내일 하루도 힘겨운 휴일이 될 것 같군요.
2015.12.16 21:20
2015.12.16 21:44
굉장히 매력적인 기준이로군요. 마음에 듭니다 :)~
2015.12.16 21:23
당연히 억울하죠 코미디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그런건데요.
전 같이 있을 땐 기준을 숨깁니다.(사실은 기준을 숨길 만큼 가진지는 불확실 합니다)
그래봐야 그게 그거네요 끝까지 변신을 못해요.,잘 나가다 엉뚱한 소리를 하고.
그래도 잘 놀도록 노력합시다.
2015.12.16 21:47
예 잘 놀도록 하겠습니다~모처럼의 비번이니까요, 아쉽지 않게!
2015.12.16 21:23
2015.12.16 21:47
사실 그런 걸 요구할 정도로 못난 친구들이 아닌데 자격지심인 것 같아요~재밌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굉장히 크거든요!
2015.12.16 22:06
재미는 구속되지 않은 순수함, 천진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없는 재미를 방법론적으로 만들어내기란 어렵죠.
쉽진 않겠지만 길들여진 자신을 전복시켜보세요.
2015.12.17 11:26
2015.12.16 23:16
2015.12.17 11:27
2015.12.16 23:32
2015.12.17 11:27
2015.12.17 00:28
세상에는 재미없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그게 무슨 죄도 아니고.
2015.12.17 11:28
2015.12.17 01:11
2015.12.17 11:29
2015.12.17 03:31
근데 글이 뭔가 센스가 있고 재미있는데요~ 아마 친구들은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지금 마음이 힘드셔서 그러시는 거 같아요. 근데 아마 친구분들도 뭔가 힘든 게 있을 거에요. 저도 제가 힘들때는 아예 오늘은 내가 힘드니까 내 얘기좀 들어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반대 경우에 들어줘야죠. 근데 제 친구도 솔직하게 니 얘기좀 그만해 내 얘기좀 하자고 해서 알았다고 입장바꿔서 또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2015.12.17 11:31
2015.12.17 09:35
말 많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보통은 재미있다 여겨지겠죠.
하지만 재미란 것도 다 주관적인 것이어서 젊은익명의슬픔님과 있으면 재밌어할 사람도 어딘가에 많이 있을겁니다.
그거에 신경쓰는 순간 지는 게 아닐까요. 그냥 자기 스스로 재밌게 살면 알아서 사람들이 들러붙는(?) 것 같아요.
2015.12.17 11:31
2015.12.17 10:26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제 느낌은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신 것 같아요. 글에서만봐도 너무 무겁지 않은 자학...이 좀 재미가 있습니다. 진짜 재미가 없는 사람은 구태의연한 사람이고 무색무취인 사람입니다. 만나기만 하면 우울함을 토로해대고 그걸 풀어줘야 하는 점. 구원? 시켜줘야 하는 상대. 친구에게 미션이 주어지잖아요. 의외로 이런 분들 인기가 많습니다. 동정심 자극 캐릭터라고나 할까.
2015.12.17 11:35
2015.12.17 17:14
박장대소가 터질 필요는 없지만 재미없는건 죄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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