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7 04:38
1.새벽에 듣고 맡을 수 있는 소리와 냄새...이 두가지는 이상한 아련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요. 새벽의 소리와 냄새는 가장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것들의 집합체인데 새벽에 돌아오며 그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때 밤거리에 스스로를 내던지곤 했던 때의 기분이 떠올라요. 흠. 두려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뻔한 풍경에 질리면 가로등이 꺼진 골목길 구석구석을 기웃거리곤 했었어요.
당시에 밤거리에서 느낀 느낌은 어린왕자에서 읽은 사막의 이미지였어요. 고독하고 정처없는 그런 곳 말이죠. 요즘 새벽거리는 그때와 비교하면 훨씬 시끄럽고 밝지만 아무도 말걸어주러 오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느낌은 여전해요. 흠...걸으면서 했던 생각을 써보죠.
2.가끔 인간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존재인가를 재확인할 때마다 소름이 끼치곤 해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까이 지내는 건 도저히 못할 거 같아요. 서로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면서 돈 꿔달라는 소리는 절대로 못하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게 좋아요.
3.아마 인간은 뻔하지 않을거예요. 각자가 다 다르겠죠. 그들이 원하는 순간에는요. 흠. 하지만...저는 모든 인간은 뻔하다고 감히 말하곤 해요.
왜냐면 누구와도 친하지 않거든요.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모든 사람은 결국 낯설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일 뿐이죠. 아무와도 친하지 않으면 모든 인간은 뻔해 보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4.휴.
5.슬슬 쿨타임이 찼으니 또 돈 얘기를 해 보죠. 돈은 쓰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겠죠. 돈을 교통카드나 아몬드본본, 롯데월드 입장권과 바꾸지 않는다면 그건 종이조각일 뿐이니까요.
흠...한데 돈으로 아몬드본본을 사먹거나 롯데월드에 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하나 있죠. 돈을 부하로 삼는거예요. 정확히는, 부하 직원으로 삼는 거죠. 이건 사람을 부하로 삼는 것보다 훨씬 좋은 거예요. 어떤 사업을 벌이고 사람을 고용해 놓으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6.예전에 썼듯이 술집 사장들과 친해지면, 이 가게는 참 좋은 가게인데 몸이 안 좋아서 더이상 운영을 못하겠으니 특별히 이 가게를 인수할 기회를 드린다는...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말해오는 사장들이 있어요. 이 자식이 폭탄 던지기를 시전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그런 말에 혹하기도 해요.
할 줄 모르는 가게 계약...아는 업자가 없어서 바가지 맞을 게 분명한 인테리어를 스스로 할 필요도 없고 대체 어디서 고용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아가씨들을 내가 직접 고용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게 구비된 이 가게를 통째로 그냥 가지게 된다...? 여기에 출근해서 사장님 소리도 듣고 90도 인사도 받고 하면 참 우쭐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 그럴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휴...그때쯤 제 안의 관찰자가 말을 걸어 오죠. 너는 다른 사람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직원들이 돈을 삥땅치는 것, 농땡이를 피는 것, 다른 가게로 유출되는 것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사실 이건 제 안의 관찰자가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거긴 하지만요.
휴.
남자사장들의 경우는...다른 경우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케이스는 대부분 바텐더가 일을 열심히 안 한다 싶으면 미친듯이 갈궈요. 당연히 바텐더의 표정은 썩어들어가죠. 저렇게 미친듯이 다른 사람을 갈구는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저렇게 미친듯이 다른 사람을 갈구고 나서 다음 날 또 얼굴을 보는 게 내게 가능할까? 하고 자문해 보면 답은 나와요. NO인 거죠.
뻔한지는 불확실하지만 뻔하긴 뻔합니다 아니라면 결과라도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