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듀게에서도 영화 추천을 받았고 그 결과 12월의 주제도서_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_어톤먼트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막판의 결선투표에서 뒤집혔지요. 흥미진진. 


무척이나 유명한 영화였지만 아직 보지 않고 지난 분도 많으셨고 더군다나 개봉 10주년이라 이래저래 이슈가 되었다고. 이번 정모에는 열일곱분이 모여 송년회를 겸한 정기모임이 되었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처음 보신분도 다시 보고 오신 분도 계셨고 보신 분들의 감상이 비교적 한방향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성애를 소재로 했지만 이건 결국 사랑 이야기라는. 보고서 감정적으로 흠뻑 몰입해서 울고 오신 분이 있는가 하면 예전보다 건조하게 담담하게 보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애니 프루의 소설은 단편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간결하면서도 독자의 연상작용을 극대화하는 문장이 와이오밍의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카우보이들과 뜻하지 않게 다가온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전해주었죠. 반면에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잭과 에니스의 가정사에 대한 묘사를 늘리고 자식들과의 관계며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더한 이안의 선택은 퀴어 영화라기 보다 애잔한 러브스토리쪽에 더 방점을 찍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발제자님의 발제와  다른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애니 프루는 영화화에 대해 그렇게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애니 프루의 원작에서 플래너리 오코너의 흔적을 읽어내는 분도 계셨는데 이 또한 수긍이 가는 일입니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문장에서 고통과 진한 페이소스를 살짝 걷어내면 애니 프루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단순한 기타 선율로 이어지는 영화음악에 대한 호평도 많았고 소설에서 묘사된 인물보다 잭과 에니스역을 맡은 배우들이 훈남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으며 저 개인적으로는 종종 롱테이크로 묘사되는 산들과 도로를 달리는 차, 양떼들을 잡는 씬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잭과 에니스가 첫 관계를 가지는 장면에서.. 실제로는 저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가 한소리 듣기도 했네요. 별게 다 궁금하다고.. 


브로크백 마운틴 개봉 10주년인 올해에 미국 대법원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동성애에 대한 이해와 인권 차원에서의 지위 향상이 얼마나 이뤄졌고 거기에 브로크백 마운틴이 기여한 바는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더이상 볼 수 없는 명배우 히스 레저의 미소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항상 서툴었던 에니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때 애가 끊어지는 아픔이 납득이 안가 골목에서 쭈그려 앉던 그의 앳된 모습이 어쩌면 사랑이라는 낯설고 심각한 사고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영화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한 음식과 술을 함께 하며 이벤트로 준비한 소장품(?)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가전제품부터 수공예 열쇠고리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등장했고 다들 재미있게 참여해주시고 질러 주시고 깔끔하게 정산해 주셔서 즐거웠습니다. 


1차 마치고 2차까지 와서 헤어지기 싫어 술잔을 기울이시던 모습을 뒤로 하고 저는 조금 일찍 들어왔는데.. 모임이 끝날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만난지 얼마 안된 사람들끼리도 관심사가 비슷하면 오래 사귄 친구보다 훨씬 더 친근해지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12월에는 모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클래식 번개며 영화 단관 번개 같은 것도 많고.. 아마도 조만간 누군가가 또 번개를 치겠지.. 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다음 모임이 또 기대되네요.


1월에는 장르문학중에서 주제 도서를 골라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어제 와주신, 그리고 미처 오지 못해 안타까우실 분들께.. 모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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