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7 19:55
저에게는 한 살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고요.
잘 생각해보면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구체적인 노력 이전에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는 일은 열심히 했던 것 같군요.
예전 사진을 봤는데 정말로 오래된 사진은 아닙니다만 동생이 정말 못생겼습니다.
할머니께서도 "눈만 툭 튀어나와서" "망티(망둥어)"같다고 하신 적이 정말 많으실 때는
하루 다섯번씩 말씀을 하셨던 것 같네요.
그 망둥어 같은 동생은 사진에서 툭 튀어나온 눈을 부라리고
머리를 한 줄로 질끈 묶고 은색 안경을 쓰고 파란색 스웨터와
회색 골덴 바지를 입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 스스로는 자신을 꽤 예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꾸미는 것에 정말로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수소문해서라도 보통 애들이 하는 머리모양 정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꾸민다고 부산을 떨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입니다.
자신이 눈도 크고 순해 보이면서 반짝거린대서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었죠.
저는 다소 밋밋한 얼굴입니다. 옷 입는 것도 튀지 않아서
억지 웃음을 짓고 노란 스웨터에 작은어머니께서 어느 날 사주신 청바지
같은 것을 입고 화면을 보고 있었죠. 최소 동생보다 옷은 자주 세탁기에 넣었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동생은 끊임없이 "넌 못생겼고 음침하고"해서 인기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저는 친구가 있긴 했지만 사이 안 좋은 애들도 있었죠.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던
어느 날 ㅇㅇㅇ(동생 이름) 누구 하녀같지 않냐 시다바리나 그런 이야기가 복도에서 들려왔었죠.
그녀의 그 자신감 어디에서 왔던 걸까요. 지금은 은테 안경도 한 줄로 묶은 머리도 아니지만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습니다. 제가 튀는 이목구비가 아니라서 거울에서는 단점(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통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이 인식이 되니까 상대적으로 "겸손"해서 그랬던 건지,
그 "망티"같은 얼굴이 거울에서 동생 본인이 보기에만 예쁘게 보여서였던 건지,
잘 모르겠네요.
+사실 동생은 지금도 볼품없습니다. 성냥 같은 뼈대에 지방층이 두텁습니다.
(친척 누구는 당당한 구석이 전혀 없다, 할머니께서는 동생을 지목하면서
오그라 붙었다, 4촌 중에 난쟁이같은게 있는데 저게 그거같다..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외모로는 비난을 거의 안 받았고요. 다만 품성에 문제가 있다고들은 하더군요.)
하지만 나름대로는 자신을 "여리여리하면서 날씬해 보이고"라고 칭하더군요.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인 중 말라 보이는 중국인에 가깝습니다만 키도 작지는 않고요,
동생은 저를 "떡대" "넌 말라도 살쪄 보인다"고 하더군요. 물론 소중하고 귀중한
의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 등급의 사람을 치켜세우니까요.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런 점에서 동생이 저를 등한시하는 것이요.
2016.01.07 20:26
2016.01.07 20:47
2016.01.07 21:29
음.. 이건 "동생 지도 몬생긴 게 왜 내 생긴 걸 가지고 XX이야!" 인 건지 "동생의 근자감은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인 건지 조금 모르겠어요.
전자면 이해가 가요. 형제자매끼리 흔한 일이죠. 지나 내나 도긴개긴이면서 웃기고 자빠졌네 아닙니까 ㅋㅋ
근데 그냥 후자면... 아 근자감 좀 가질 수도 있죠 ㅠㅠ 스스로를 못 생겼다 생각하면서 기죽어 사는 사람보단 훨씬 건강하잖아요.
2016.01.07 21:30
인생 짧아요
2016.01.07 22:32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마디 드리자면, 왜 그리도 자매 사이가 나쁜건지,
덧붙여 왜 그렇게 서로의 외모에 집착을 하는지,
장모종님의 성장 환경과 부모님의 양육 방식을 진지하게 살피고 싶네요!
다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친손녀들에게 노골적으로 외모 지적질을 하신
장모종님의 할머님께 그 원인을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두 분 다 성장기에 상처를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동생분은 노골적으로 스스로의 우월성을 앞세우며
상대를 깍아 내리는 천박한 성취욕에 중독 되신 듯 보이고~
장모종님은 그런 동생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은 분명 있지만,
그런 동생에게 맞서 싸우실 만한 기력은 부족하신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분이 주고 받는 감정의 매개체가 바로 외모로군요!
부족하기 그지 없는 저같은 사람이 장모종님께 해 드릴 수 있는 말은~
두 분 다 너무 소중하고 멋진 여성들이며~
제발 주변에서 안겨 준 상처 따위로 하늘이 이어 준
자매 사이를 망치지 말아 주세요!
정말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동생분의 장점을 단 한가지라도 인식해서
넌지시 칭찬을 건네 보세요!
진짜 짜증나고 열 받고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 정도로 한심하겠지만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감정의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한 번 노력 해 보시는 것도 절대 나쁘진 않을 겁니다!
동생분을 그리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여겨 주세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ㅠㅠ
2016.01.07 23:05
뭐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죠 (코 쓱~) 전 그냥 근대 리얼리티 소설 보듯 읽었는데요.. 가족끼리 사이 좋기 힘들다는 걸 알아서 그냥 저냥. 그리고 상대를 깎아내린다기보다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쓴듯하고 심지어 자기 심정도 냉정하게 쓰신듯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아...
2016.01.08 00:50
재미있는 글이긴한데 사람은 무언가를 느끼는 것과 별개로 저는 그에 대한 판단 역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말하자면 윤리적, 비판적 판단이나 일관성을 추구하는것 같은 거요..
2016.01.08 01:28
지금 동생분은 옆에 사람 보기에 퍽 매력적인 사람일 것 같네요. 장모종님이 쓰신 글만 봤을 때는요.
2016.01.08 16:43
본인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면 그 자신감으로 매력이 확실히 배가됩니다. 장모종님이 동생과 관계가 나쁘신건 확실히 느껴지네요.
저 근자감 뭐야, 그런 생각하시는거 같은데 동생이 별로인데 자신감가진게 꼴보기 싫으신건가요? 과히 읽으면서 유쾌하진 않네요. 동생 질투하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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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분 아주 매력적인 어른으로 성장했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