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그때 나는 1년동안 학교의 한 부서와 싸워왔고 (혼자 싸운건 아니다. 우리 부서장뿐만 아니라 대학(institution)과 또 faculty도 나의 싸움에 후원이 되어주었다), 거기다 내가 학과장을 맏고 있는 프로그램이 스웨덴 국가 기관의 national evaluation에 포함되어서 그걸 준비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많아서 번아웃 상태가 되자 내 결혼 생활이 나의 에너지를 뺏어가는 곳이지 나한테 기쁨을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 내가 굉장히 불행하다는 것이 더 들어났고, 이혼을 결심했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부족한 경제력 때문에 계속 함께 있었고, 선물이의 자폐아 판정과 더 나아가서 결과적으로는 아니라고 판정났지만 뇌에 손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검사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이제 지나고 나서는 보이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믿었던 사람의 거짓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인생에서 제일 힘든 때였다. 


학교에서 company health 라고 일과 관련 건강이 안좋게 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상담자 뿐만 아니라, 의사, 물리 치료사 등이 있다. 2014년 1월,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vice prefect 가 그쪽을 통해 의사를 만나 도움을 얻으라고 했다. 


대기실에서 5분쯤 기다리니 부드럽고도 끊음이 강한 음성이 내 이름을 부른다. 보통 스웨덴 사람보다 작고, 말랐다고 생각되는 몸에 백발인 60대의 한 여성의사가 서 있었다. 무엇때문에 왔냐는 질문에 신체적인 증상들을 이야기 했더니, 나는 당신의 정신적인 면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어떤 일들이 이런 상황으로 오게했는지 질문했다. 내가 길고 길게 답을 하자 (이게 이런 기관의 장점. 의사랑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나보고 무엇이 가장 두려운 거냐고 물었다. 내가 혼자가 되잖아요, 누가 이민자에 싱글맘이 되는 걸 원하겠어요? 라고 했더니 가만히 보면서, 지금까지 당신이 이야기 한 걸 들으니 당신은 벌써 혼자이고 벌써 거의 모든 걸 당신 혼자 해내가고 있어요. 이혼을 한다고 그런 면에서 뭐가 많이 변할까요?라고 물어왔다. 그리고는 가족이랑 멀리 떨어진건 힘들지만, 스웨덴 사람이라고 해서 가족들과 다 가까이 사는 건 아니죠. 우리는 서로를 처다보았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어떤 것이 당신 상황을 낫게 만들까요? 무엇을 바라나요? 라고 물어왔다. 나는 순간, 다른 성인에 가까움을 느끼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가만히 5초간 나를 처다보았다. 그리고는 진정이 담긴 목소리로, 그건 내가 도와줄수가 없군요 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마 씩 웃었을 것이다. 나는 다만 당신이 잘 잘 수 있게, 식욕이 돌아오게 약을 줄수는 있습니다. 


첫 만남이 지나고, national evaluation 준비가 다 끝나고, 결국은 어느날 아침 나는 일어날 수 없었다. 두번째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내가 50% 병가를 내게 했다. 그때 그녀는 나에게 '당신은 이 상황에서 불행한거지 우울한 건 아닙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 당신이 당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분석하는데는 크게 문제가 없음을 알수 있고, 또 당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할 때 불행한거는 어떻게 생각하면 정상이지요. 그런의미에서 당신은 건강한거지 아픈거 (병으로서의 우울증)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당신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없으니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거죠. 그냥 나두면 병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은 스트레스 관련되서 마지막 노선이 있는데 내가 볼때는 당신은 정말 스트레스를 잘 견디어 냈어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한테 그 경계선이 없다는 건 아니죠' 내가 왜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프고 등이 온통 바늘에 찔리듯이 아픈지 검사할 필요가 없냐는 질문에 그녀는 정말? 몰라서 물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약뿐이 아니라 다른, 나를 다시 건강한 나로 돌아오게 도와주는 (예전에 썼던)여섯가지 숙제를 주었다. 그 숙제들은 지금도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주는 지혜이다. 


환자들이 가끔은 자기랑 친구 맺기를 원하지만, 자신은 환자와의 관계는 환자와의 관계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에게 마지막 만남때 작은 초컬렛 상자를 오늘이 마지막이니까요 라면서 전해주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안아주었다. 다섯번의 만남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나아진 지금, 그녀가 내게 한 질문들을 가끔 나자신한테 물어본다. 예전에 비해 스트레스에 훨씬 약해진 내가 뭔가 두려워 할 때, 내가 두려운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부분 실체없는 두려움이고,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허상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의 의미가 기능이 아니라 존재인 사람들이 누군인지 알고 있다고. 그리고 나한테도 그들은 존재로 의미한다고. 그들과 사이에서 느끼는 이 친밀함, 가까움을 정원 가꾸듯이 가꾸어야 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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