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인생...)

2016.01.10 00:15

여은성 조회 수:1081


 1.수험 시절에 고시원에 간 적이 있었어요. 고시원에서 산 건 아니고 그냥 공부하러 가는 용도로요. 물론...공부는 하지 않았어요. 독서실로 도망가면 어쨌든 도망가서 앉아 있어야 하니까 도망가서 누워 있기 위해 끊은 고시원이었죠. 


 가끔은 거기서 며칠씩 있어 보기도 했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돌아갈 곳이 있었서였겠죠. 아마 거기서 살아가는 입장이었다면 그곳에서도 도망갔을거예요. 햇빛과 맑은 공기를 찾아서 고시원에서 나와 지칠 때까지 걸어다니다가 고시원에는 잠만 자러 들어갔겠죠.


 왜냐면 거긴 창문이 없었거든요. 창문과 시계...이 두가지가 없으니 대체 밖이 몇 시인지,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는거예요. 불을 끄면 지금 태양이 떠 있는 말든 그냥 어둠이 깔려버리는 거죠. 소리라곤 가끔씩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것밖에 없고요. 동굴로 가끔 도망오는 사람에게야 그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동굴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건 돌아버릴 만한 거예요.


 휴.


 어두운 방 안에 누워서 고요와 고독을 찾아가는 것과 고요와 고독이 찾아오는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그러고 있다 보면 결론은 늘 하나였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서 고요와 고독을 찾아갈 때는 다리를 다 펼 수 있는 방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2.듀게뿐만이 아니라 어느 커뮤니티에서도 늘 반복되는 주제가 있죠. 인생과 슬픔, 슬픔과 인생에 대한 거요. 저는 저 두 개의 단어가 사실 같은 거라고 봐요. 왜냐면 인생은 강제된 거니까요. 위에 쓴 동굴 같은 고시원도 스스로 선택한 거라면 나쁘지 않아요. 어떤 좋은 것도 강제된 것이라는 시점에서 얼마든지 나쁠 수 있죠.


 하지만 인생은......대체로 강제된 좋은 것도 아닌, 강제된 나쁜 것인 경우가 많아요. 인생은 우리 앞에 통째로 놓여진 코스요리 같은 거죠. 맛이 없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코스요리지만 그냥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거예요. 좋은 부분도 나쁜 부분도 남기는 것 따위는 없이 그냥 다 먹는 거죠. 그걸 피하는 법은 딱 하나뿐이예요. 



 3.가끔은...아니 꽤 자주, '맛없는 코스요리를 왜 먹고 있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오려고 하지도 않았던 식당에 와 있고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을 계속, 남기지 못하고 먹고 있는 거예요. 어른이 됐는데도 나는 왜 식당을 그냥 떠나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거지? 하고 자문해보곤 해요.


 같은 식당에 있는 별볼일 없는 녀석들에게 이 얘기를 꺼내면 이 엿같은 식당을 나가지 말아야 하는 온갖 이유를 다 들이대요. 그리고 '이 식당을 떠나면 너는 나쁘고 비열하고 책임감없는 놈이 되는 거다.'같은 논조로 대화가 끝나죠. 


 문제는 결국 그거예요. 너무 오래 이 식당에 있었던 거죠. 오기 싫었던 식당을 나가버리는 게 당연한 게 아닌 나쁘고, 비열하고, 책임감없는 행동이 되어버릴 정도로요. 나에게는 아니겠지만 이 식당에 있으면서 알게 된 별볼일없는 인간들에겐 말이죠. 



 4.휴...............



 5.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말에 매일 속고 있어요. 어제도 속았고 오늘도 속았어요. 아마 내일도 속을 확률이 높겠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식당에 계속 있을 거라면 그런 말로 스스로를 속이기라도 해야죠. 


 물론 다리를 쫙 펼 수 있는 방에 가고 싶어하던 시절보다는 나아졌어요. 더 나은 코스요리가 나오죠. 하지만...이걸 즐겁게 먹으면 '덜 엿같은 코스요리 따위에 감사하면서 맛있게 처먹는'인간이 되는 거예요. 그건 완전 한심한 거고요. 


 오고 싶지 않았던 식당에 와 있다는 건 절대 잊으면 안 돼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