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셜록홈즈: 유령신부" (베데딕트 컴버배치 주연)


BBC의 이번 "셜록홈즈: 유령신부"는 여성참정권 획득을 위한 서프라젯트 운동에 대해 맨스플레인한 것이라고 텔레그라프가 비판했습니다. 후속기사로 맨스플레인만이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인 스토리가 너무나 기교에 치중했다는 비판기사도 실렸네요. 가짜 죽음이 두 번 반복되는 구조라든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 꿈과 현실을 오가는 내용은 인셉션에 너무 영향을 받은 건 아니냐 이런 비판입니다. 


http://www.telegraph.co.uk/culture/tvandradio/12078074/Sherlocks-suffragette-mansplaining-irks-Abominable-Bride-viewers.html

http://www.telegraph.co.uk/news/bbc/12080545/Sherlocks-mansplaining-wasnt-the-worst-thing-about-The-Abominable-Bride.html


이런 관점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한 번 관람하기에는 충분히 즐거운 영화였어요. 팬들을 노리고 세심하게 준비한 것처럼 느껴지는 의상이 그랬고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단정하게 차려입고 창가에서 반투명한 눈썹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헉 소리 나오게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경우 서프라젯트들의 근거지를 덮치면서 셜록이 설명하는 장면이 조금 낯간지럽기는 했지만 아주 싫지는 않았어요. 사건은 모두 해결됐다 하고 탐정이 잘난 척 하는 장면은 어느 추리소설에서나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그 KKK를 닮은 의상은 바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은 드네요.


2. "민중의 소리"에 이런 칼럼이 실렸어요. 

[기자수첩] 최태원이 사면되면 한국경제가 살아난다면서?


http://www.vop.co.kr/A00000978018.html


사실 “최태원 회장이 풀려나야 SK그룹도 살고 나라 경제도 발전한다”는 개그는 애초부터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제대로 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이라면 “경제 범죄자를 풀어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을 리가 없다. 기자 역시 지난해 7월 ‘최태원, 김승연을 사면하면 안 되는 상식적인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그의 사면이 불러올 앞으로의 사태에 대해 예견을 한 바 있다.


사실 예견이랄 것도 없다. 이건 그냥 상식적인 이야기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유난히 심각할 정도로 준법정신이 약한 사람이다. 그는 2003년 SK글로벌에서 1조 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진두지휘해 구속된 전력이 있다.


- 중략 - 


아니나 다를까, 경제 살리라고 특별 사면으로 감옥에서 풀어줬더니 최 회장은 5개월 만에 ‘이혼 추진’이라는 황당한 뉴스로 세간의 중심에 떠올랐다. 그의 이혼 추진 소식이 들린 이후 SK텔레콤과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했다. 이게 SK그룹 관계자들이 주장했던 “최 회장이 풀려나야 그룹 경영이 정상화된다”는 바로 그 모습인가?



사실 이 칼럼에서 다음 단락은 좀 약하다고 느꼈어요. 


SK그룹이 혹시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불륜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최 회장은 출소할 당시 성경책을 옆에 끼고 기자들 앞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혼 추진 고백 또한 ‘신앙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불륜이 법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최 회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신앙의 차원에서 보면 불륜은 엄연한 범죄다. 선지자 모세가 시내산에서 야훼로부터 받은 십계명 중 제 9계명에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것이 있다.


불륜은 범죄가 아니고 죄지요. 그리고 최태원 회장의 종교나 기독교의 가르침을 "한국 경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가져오는 건 논의의 초점을 흐리기만 할 뿐이라고 봐요. 하지만 다음 단락은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최 회장의 소원대로 이혼이 성사되면 한국 6대 재벌 SK그룹의 경영권은 일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이혼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혼 리스크’가 존재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3. 금서라서, 너무 길어서, 지루할 것 같아서, 요약본이 있으니까, 해설서가 있으니까, 더이상 유효한 사상가가 아니니까, 하고 핑계를 대며 읽지 않았던 자본론 (칼 맑스 지음)을 읽기 시작했어요. 약 20년 전에 지도교수의 방에 자본론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당신 전공에 도움이 되느냐,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도교수는 웃으면서 "직접적으로는 아니겠지"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긴긴 밤에 자본론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 드네요. 


인터넷 상에 영문 pdf 무료본이 있더군요. 

https://www.marxists.org/archive/marx/works/download/pdf/Capital-Volume-I.pdf


그 유명한 ("자기 길을 가라, 누가 뭐라건"이라는 문구가 있는) 서문은 건너뛰고 영문으로 제1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눈에 잡히는 구절들이 꽤 있고, 곱씹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어렸을 때는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문장들이 지금은 두 번 세 번 생각하게 하는 게 즐거워요. 이 사람은 정말 Thinker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중언부언 지루하다고 하더니만 챕터도 잘 나뉘어져 있고, 특히 1권 마지막 챕터 (The modern theory of colonisation)은 저에게 흥미있는 주제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것처럼 문장이 그렇게 더럽지 않아요. 문장이 매끄럽고 얄쌍하게 씌여졌다든가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필요한 단어들을 정확하게 나열했잖아, 하고 느꼈어요. 독일어로 저술하고 영어로 번역하면 이런 문체가 되는가요? 인터넷을 덜 하고, 제1권을 한 달 안에 읽는 게 목표입니다. 


고 김수행 교수님이 번역한 자본론 한글판 전집을 알라딘에서 11만7천원에 팔더군요. 이게 ebook으로 나오면 좋을텐데 하면서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실은 최근에 전공서적과 필기노트를 열박스 가량 버렸어요. 필기노트는 스캔이라도 해놓을 것을 하고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부족해서 책을 버렸는데 책을 또 산다? 시지프스가 돌을 굴리는 것 같이 느껴져서 쉽게 못사겠네요.


4. 최근에 산 책들 

책 둘 공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하는가"를 일단 사두었어요. 거기에 대한 한국일보의 장하성 교수 인터뷰. 

http://www.hankookilbo.com/v/5ab0a76bb98e48758fce663d11c3ef5b


hubris2015님(이동조씨)의 트윗을 보고 신기주 기자의 "플레이"도 샀어요. 사고 나서 ebook이 있는 걸 알았네요.


Fifty Shades of Grey 2권 (ebook)을 샀어요. 아마 3권도 사게 될 것 같네요. 생각보다 못 쓴 책이 아니던데요? 특히 스트레스 받았을 때 술술 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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