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잡담] 할머니의 사진들

2015.06.02 22:43

로이배티 조회 수:2137

격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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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자랐습니다.

아직 17개월 갓 넘었을 뿐이지만 이제 슬슬 아가가 아닌 어린이의 비주얼에 근접해가고 있죠.

돌 지나도록 못 걸어서 과연 걷기는 할 것인가... 싶었던 게 무색하게 혼자서 두 발로 발발대며 잘 돌아다니구요.

거실에 냅두고 설거지하고 있을 때 다다다다 달려와서 다리에 폭 하고 안기는 맛이 아주... (표현 왜 이래;;)

그런만큼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고 자꾸 집 밖으로 나가자고 떼를 써서 놀아주기가 2배 피곤해진 기분이 있긴 합니다만.

크면 클 수록 늘어가는 재롱에 그냥 허허허 즐거워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


그리고 요즘 육아 재미에 한 가지 포인트가 되어주는 게 있으니 바로 제 어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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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ㅋㅋㅋ (입가에 묻은 건 체리입니다. 놀라지 마시길. ^^;)


애 엄마가 휴직을 끝내고 다시 출근하게될 때, 누구에게 아기를 맡겨야 하는지 한동안 아주 고민이었거든요.

친정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불가능하시고. 제 어머니께 맡기면 애 엄마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육아 도우미를 쓰자...

라고 고민하는 와중에 그걸 눈치채고 불호령을 내리셨습니다. 아니 어떻게 아직 크지도 않은 갓난 아가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맡기냐며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 있을까봐 덧붙입니다만, 그냥 제 어머니 생각일 뿐입니다.) 당장 근처로 이사오라고(!!?).

그래서 시키는대로 이사를 갔고 결국 어머니께서 애를 봐주시게 되었죠.


근데 이 양반에게 '내가 찍어 보내는 아기 사진을 크고 선명하게 보시라'고 사드린 스마트폰이 이 때부터 의외의 활약을 하게 되니,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애 보다가 틈틈이 사진을 찍어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보내주시는 겁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제 어머니께선 평생 카메라 셔터 몇 번 눌러본 적 없으시고, 스마트폰은 커녕 피쳐폰도 문자 메시지 확인을 못 하시던 그런 분이거든요.

손주에 대한 사랑 하나로 일생 유지한 라이프 스타일을 이렇게 간단히 바꿔 버리시는 걸 보면서 참 제가 장가 늦게 가고 애를 늦게 가진 게 결과적으로 부모님껜 엄청난 스트레스였구나... 라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뭐. 결국 내 인생입니다만? <-


암튼.

이 할머니의 사진들은 재밌는 게, 참으로 자비심이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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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초점 나가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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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입가에 침방울이 거대하게 맺히다 못 해 흘러내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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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가 이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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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다리가 짧아 보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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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바보 같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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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고 얼굴이 팅팅 부어 있어도 아무 상관 없죠.

왜냐면 할머니 눈엔 그냥 다 예쁘기만 하거든요. ㅋㅋㅋ

게다가 이런 미래를 예측하지 못 했기에 제가 부모님께 해드린 핸드폰은 '카메라 따윈 장식일 뿐이죠!'로 유명한 LG 옵티머스 G-pro... orz


이것저것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다 찍으시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찍으시는 사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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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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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세대가 세대이다 보니 제 어머니께서 가장 신경쓰고 애쓰시는 게 식사거든요.

일생은 가족, 친지, 손주들 뭐 해 먹이고 살 오르는(...) 걸 구경하는 재미와 보람으로 사신 분이라 아들놈에게도 자비심이 없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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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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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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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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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먹고...

어쩌다 하루 종일 애가 밥 안 먹는다고 떼를 쓴 날엔 사진도 안 옵니다. ㅋㅋ

밥 먹는 사진은 디폴트. 애가 밥 잘 먹으면 힘이 나서 노는 사진도 여러 장 찍어 보내주시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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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놀이터에서 왕따놀이하는 사진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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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사진. (폼 하나는 그럭저럭...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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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형들 따라 공부하는 '척' 하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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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비죽 나와서 밖에 나가자고 시위하는 사진 등등.


근데 한참을, 몇 개월간 이렇게 어머니께서 찍어 보내주시는 사진들을 보다 보니 느껴지는 게.

이 분이 저보다 사진을 한참 더 잘 찍으신다는 겁니다. -_-;;


어차피 저 같은 사람이 사진 작가를 할 것도 아니고 전시회를 할 것도 아니고.

결국 이런 일상 스냅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와 생동감, 그 안에서 풍기는 감정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머니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아들놈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을 때의 표정, 감정, 분위기 같은 게 그대로 느껴집니다.

제가 돈x랄로 구입한 비싼 카메라로 열심히 머리 굴려 찍어도 안 되는 그런 분위기가 어머니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느껴져요.

그리고 뭣보다도 제 아들놈에 대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느껴져서 아들 입장에선 뭉클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사진에서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물론 제 어머니를 모르는 이 곳 분들께서 보시기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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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뭐 그렇습니다.


거창한 말 다 집어 치우고 어머니께서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 아들놈 크는 거 다 보시고 이렇게 베푸시는 사랑, 많이 보답받은 후에 정말 천천히, 행복하게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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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아아아주 살짝 드러나긴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 겠죠?

라고 적어 놓고 시간 좀 지나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암튼 울 엄니께서 만수무강하시길 빌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효도하려고 애를 써봐야겠어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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