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야기 아닙니다.
아몰랑 그 분 이야기도 아닙니다.
제 하소연입니다. 긴 이야기입니다. 
제가 요즘 아몰랑 그 분의 또 다른 버전과 함께 있는 것 같아서요.

눈치채셨겠지만 일종의 뒷담화이고, 끝에는 질문이 있으나 답정너일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정답을 바라는 질문도 아니구요.
요즘 제가 겪고 있는 일들이 제게는 이상한데, 다른 이들은 잘 웃고 떠들거든요. 
제가 상식적이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제 관점에서 상황을 서술한 것입니다. 그부분은 감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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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장(A)을 밑에서 일한지 몇년 되었어요.
하지만 일찌감치 부서장과 저는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일적인 부분 외에는 가능한 만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조직 특수성으로 보직이 순환되는 곳이 아니라 부딪히면 계속 감정소모가 생기거든요.

아랫사람인 제가 좀 더 굽히고 들어가야지, 하는 말씀도 하시겠지만
저는 그럴바에는 일을 더 하자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부서장 눈밖에 납니다. 

부서장이 총애하는 직원(B)이 부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그 역시 저를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부서장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데, 부서장의 총애를 받는 자와도 스타일이 맞을 수 없겠죠.
부서장과 말이 통하니 부서장의 총애를 받지 않겠습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일을 해왔습니다. 
사실 심약한 마음때문에 약간 위축도 되었지만 제 성격에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러던 중 고요하던 저희 부서에 침체된 경기 탓으로 조직개편의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어느날 회사가 저희 부서 포함 세 부서를 통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부서장 입지가 매우 좁아졌습니다.
조직개편을 하면 부서를 통합하기에 부서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서장을 제외한 실무진들도 싱숭생숭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계속 되어야 하고, 장기 호흡으로 갈일도 있는데 누구에게 결제를 받아야 하나 등의 문제는 당연하고
회사는 부서 상황을 잘 모르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반영해야 하고, 그것은 보통 통합 대상 부서장들일 수밖에 없잖습니까.
부서장이 각 부서원들을 어떤 포지션에 재배치 할지에 대한 궁금함이 증폭되어 갑니다. 

그런데 저희 부서장(A)은 파리한 얼굴로 회사가 말한 대로 되지 않을거다,를 회의자리마다 되뇌입니다.
부서장이 총애하는 자(B)도 잘 안될꺼다, 그게 되겠냐는 식으로 말을 흘립니다.
순진한 저는 정말 잘 안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통합 진행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자들은 부서장들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저는 부서장과 데면데면한 사이이기에 공식적 자리만이 유일한 정보창구였습니다.
물론 공식적 자리에서 모든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저를 따돌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구요. 

어느날, 회사 동기에게 조직 통합이 이미 꽤 진행되었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새로이 짜인 판 얘기를 들으니 저희 부서장이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총애하는 자와 다른 팀으로 구분되었거든요.
그래서 부서장이 팀 구성을 변경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더라 하는 것까지 들었습니다. 
게다가 통합 대상 다른 부서장 두명은 회사와 이야기하면서 
본인과 담당 부서원들 포지셔닝을 어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었는데 부서장과 부서장이 총애하는 자 2명 외 나머지 부서원들은
회사가 발표한 '통합할꺼다' 이후 부서장에게 그 어떤 공식적 이야기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부서장이 자기 직급명과 자신이 총애하는 자와 함께 일하려는 것 두 가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딱히 관심두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통합 대상 다른 부서장들이 저희 부서원들에게 와서 면담을 합니다.
너네의 일과 너네의 생각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면서.
저 포함 나머지 부서원들은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저는 부서장과 사이가 그닥 좋지 않아서 그려려니 했으나
다른 부서원들은 흡사 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아 보입니다.  
저야 이미 눈 밖에 난 사람이지만 다른 부서원들은 좋은 사이를 유지했었거든요. 

회사에까지 웅성거림이 흘러들어갔는지, 
회사에서 부서장을 불러 개편된 조직에 대한 부서원들의 생각을 정리해오라고 지시합니다.

부서장은 통합 2일을 앞두고 저 및 다른 부서원을 불러 
일이 이리저리 진행되었더라, 너는 뭐 아는거 없니, 
나는 이번 개편의 최대 피해자다, 
통합을 선언한 이후로 나는 부서장직을 박탈당한 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나는 너네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정보가 없다, 넌 뭐하고 싶니, 이거야 저거야?
새로운 팀 구성 마음에 별로지? 그거 되겠니? 이거 어때?
등의 질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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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것이 진정한 생활속의 유체이탈 화법이구나, 하면서 아몰랑 그분의 진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예. 저도 압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욕인지...
하지만 저는 부서장이 '난 억울해, 난 잘 몰라, 난 어떡해? '만 이야기 한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부서장 직급이나 총애하는 자와 같이 일하고 싶은것은 어쩔 수 없지만, 왜 부서 통합 정보를 왜곡하고 공유하지 않는거죠? 
저... 제가 이상한건가요? 보통 부서장들 개편이나 통합이면 그냥 자기 자리만 챙기기 급급한건가요?
이런 상황에 부서안에서 농담하고 웃고 떠드는게 이상한거 아닌가요?
이런 것을 다 감추고 농담하는게 '사회생활' 잘 하는 것이겠죠?

아아 이렇게라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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