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논쟁을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다소 거칠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걸 기계적으로 잡아 내서 하나하나 재판정에 세우는 건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풍경입니다.

하지만 거친 언사가 일상적으로 횡행하는 것은 더욱 보고 싶지 않네요. 게다가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게시판에 변화를 주려고 행동하는 분들께는 힘을 실어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여 투표에 동의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회원 같은 경우 예전부터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생산하시는 글을 보면 자기애가 정말 엄청난 분이구나, 하는 인상이었는데요. 스스로의 지적인 능력과 인간적 매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글 행간을 통해 저릿저릿 느껴지곤 해서, 야, 이건 참 대단하다 싶은 면이 있었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는 상반되게 타인에 대한 예의나 존중감이 

결여된 태도를 수시로 보여 주기도 하여서, 아, 듀게에서 저런 식으로 발언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그분을 불편해 했던 모양입니다. 그분이 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언 몇 년은 됐으니 어지간히 오랫동안 쌓였던 게 터진 모양새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분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쯤에서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본인의 분신은 본인 머릿속의 이미지만큼 

매력적이거나 멋진 존재가 아닐 지도 몰라요. 어떤 사람이 모임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농담이며 행동을 해서 주변 분위기는 갈수록 싸해지는데, 자기만 

모르고 신나서 떠들고 있는 그런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의 문제 제기를 비열한 '저격질'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분에 대한 제재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분들이 '친목질' 같은 것을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언어 폭력의 수위에 대한 임계점이 다소 다른 것이겠지요.

누군가에는 명백한 폭력이자 막말로 인식되는 발언이 누군가에게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되는 수준의 발언일 수도 있는 것이고요. 다만 전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이번에

대거 의사 표현을 하였으니, 자신의 세이프 기준 혹은 공동 공간인 게시판에서의 허용 수위에 대해 점검할 기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저는 게시판에서의 대화가 '실제로 내 눈 앞에 서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을 상정한 채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형식적 조심성의 확보를 통해 민감한 주제에 대한 토론, 치열한 

논쟁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나 비하가 튀어나오는 것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러한 독선은 진솔한 대화의 끝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저도 요즈음에는 듀게에 예전만큼 오지 않습니다. 글도 안 쓰는 편이고요. 개인적인 일도 바쁠 뿐더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쓰거나 논쟁에 참여할만큼 에너지가 넘치지도 않습니다.

예전만큼 특별한 공간이라 생각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청춘의 많은 부분을 이곳에서 소일했습니다. 망가지거나 허무하게 소멸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인터넷 한 구석에

남아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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