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3 16:01
여름휴가를 상해로 다녀왔습니다.
싼 비행기값에 혹해서 갔다왔는데 갔다와보니 여기로 여름휴가를 온건 자살행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전 9시부터 우리나라 정오를 능가하는 햇빛 작렬.. 하루종일 대구 이상으로 덥더군요..
공기는 또 왜이리 안좋은지..
그래도 중국음식은 참 맛있었습니다.
당일치기로 쑤저우(좋았어요)와 항저우(좋았습니다)도 다녀왔고 오리.. 양고기.. 동파육.. 게.. 딤섬..마파두부.. 훠궈.. 볶음밥.. 메기.. 버블티.. 원없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망고는 홍콩이 훨씬 낫더군요 상해쪽은 어딜 가든 망고 맛없어요. 블로거들 믿고 먹었다가 실망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단지 이거 다시 먹고싶어서 전체적으로는 그닥이었던 상해 여행을 다시 가고싶게 만든 음식은
난징동루역 2번출구에서 좌회전, 보도블럭을 따라 직진하면 나오는,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하는 리어카 노점 음식이었습니다.
4개정도 노점이 하나는 뭘 굽고 하나는 뭘 볶고 이런식으로 분업해서 장사를 하는데
사실 중국에선 야시장 먹자골목에 흔한 스타일 노점들인데요. 이곳에서 먹은 음식들이 각별히 맛있더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딱봐도 굉장한 화력에 커다란 웍을 걸어놓고 국자 하나로 무슨 요리든지 볶아내는 요리사 아저씨였습니다.
볶음면.. 볶음밥.. 완탕..칼도 없이 국자 하나로 못하는게 없더군요. 볶는 솜씨가..어휴.. 정말 굉장했습니다.
불향..굉장했고요. 밤거리 분위기, 현지음식 이런 환상 다 빼고 그냥 상해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어요.
살짝 애꾸?눈에 포스가 너무 쩔으셔서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주인장 인상이 좀 더 상냥한 옆 꼬치구이집 사진은 한밤의 저화질 아이폰으로 겨우겨우 찍었습니다.
대충 이런 분위기. 바구니에 재료를 담으면 알아서 구워주고, 술은 자기가 알아서 구해와서 먹어야되는..
제 일행은 중국 향신료에 적응을 못하셔서 고생하시던 분인데도 여기음식은 너무 맛있다고 정말 좋아하셨어요.
중국 가는김에 먹방찍자고 군자금을 상당히 준비해가서 유명한집 혹은 비싼집 여러군데 들렀지만 여기보다 볶음밥, 꼬치구이 맛있게 하는 곳은 없었어요.
상해 들를 일 있는 분들은 한번쯤 드셔보시길..
2015.08.03 16:37
2015.08.03 17:02
아..용과 먹을 생각을 못했네요. 왜 망고만 생각했을까요? 중국은 아무래도 초보여행자인가 봐요.
산초열매..씹으면 정말 매운것 같아요. 마비되는 느낌..으으. 훠궈는 전체적으로도 맛있었지만 즉석에서 생선살 어묵 만들어먹는게 참 재밌었어요.
상해 자체는 너무 대도시라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주변 도시들이 정말 좋았고, 또 야시장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다시 가고싶습니다.
단 여름이 아닌 계절로.. ;;
2015.08.03 17:31
저 꼬치 구울 때 양념 진짜 맵게 해달래서 먹으면....캬아... 맥주를 부르는 맛이죠. 근데 의외로 중국사람들 저런 데서 술 많이 안 먹어서 놀랐어요. 딱 보기에 깍두기 같은 아저씨 넷이 앉아 꼬치를 한 백 개는 시키더니 우유 음료 1.5리터짜리 두 통을 비우고 가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맥주보단 쥬스나 차 종류를 많이들 먹는 듯.
저 윗분 말씀하신 향신료는 아마 초피(남쪽 사투리로 제피)나 화자오인 거 같은데... 산초랑은 좀 달라요. 그 마비되는 맛이 마라탕의 '마'죠. 중독적이에요...ㅎㅎ
2015.08.03 18:16
제피였던거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딱 씹는 순간 입에서 욕이 버럭~! ㅋㅋ. 그리고 혀가 마비됩니다 ㅎㅎㅎ
2015.08.03 18:31
아. 그거 이름이 초피군요. 일본에선 이걸 산초라고 부르기때매 잘못 알고 있었네요.;; 홍콩갔을때도 그거 3개이상 씹으면 그날 식사는 거의 포기모드였는데.. 결국 골라내면서 먹었어요. 좌판 양꼬치랑 칭따오 맥주 궁합이 정말 대단하던데요. 중국분들 어찌 참는지.. ㅎ
2015.08.04 09:27
ㅎㅎ 저는 여럿이 쓰촨훠궈 먹으러 가면 백탕은 손도 안 대고 홍탕만 내리 축내는 마라성애잡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삼겹살 구울 때조차 제피잎을 곁들이는(추어탕에 제피가루 듬뿍은 기본) 식문화에서 자란 탓이 클테죠. 말씀하신 것처럼 초피를 일본말로는 산쇼라 부르는데 경남쪽은 워낙 일식문화가 퍼져 있어 주변에도 이걸 산초로 부르는 사람들 제법 있었던 거 같네요.
씐나서 음식얘기하다보니 침이 쓰읍...'ㅠ' 저녁에 차이나타운으로 마라꼬치라도 먹으러 가야할까봐요. ㅎㅎ
2015.08.04 11:27
저도 추어탕에 제피가루 듬뿍 뿌려먹는 식성인데도 홍탕이나 마파두부 제피는 씹다보면 너무 마비되서 음식을 잘 먹을수가 없었어요... 저도 중독되고 싶은데 얼마나 먹으면 익숙해질까요?
2015.08.03 18:42
전 향신료 때문에 엄청 고생했어요
제가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 향신료에 좀 민감해서 산초나 방아잎도 잘 못먹는데 중국 향신료는 백배쯤 강력하더군요
음식점에만 들어가도 그 향이 가득 퍼져있고 편의점에 가도 가판대 오뎅국물에서 그 향이 나고 심지어 맥주 안주로 사온 편의점 과자에는 그 열매가 통째로 들어있더군요
가장 위기였던 순간이 향신료 잎으로 범벅된 양갱같이 생긴 음식을 먹어야했던 순간인데 웃으면서 한입 크게 물고 숨도 안쉬고 씹어삼켰어요
곧바로 맥주로 입가심하고.. 처음에는 좀 거부감 들어도 먹다보면 중독돼서 그 향이 안나면 허전하다던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ㅠㅠ
여행 중에 음식 때문에 정말 고생했었는데
딘타이펑에서는 그 향신료 냄새가 안나서 음식을 좀 먹을만했고
뜻밖의 장소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
지역 이름을 까먹었는데 강변에 야시장이 쭉 펼쳐져 있었어요
거기 구경하고 식사도 한다고 하길래 저는 속으로 엄청 긴장했죠
우리나라 추어탕도 큰 식당보다는 작은 골목식당 같은데서 산초를 더 많이 쓰니까요..
상해에서 이름 난 큰 식당에서 그 정도로 향신료를 쓸 정도면 그런 야시장 식당에서는 향신료를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할것만 같았어요 ㅋㅋ
근데 의외로 모든 음식에 향신료도 안들어있고
맛도 아주 훌륭하더군요
맛없는 음식이 정말 하나도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밥이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먹어 본 쌀 중에 제일 좋은 쌀이었던거같아요
앞으로 상해 갈 일이 종종 있을거같은데
갈 때 마다 거기는 꼭 들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ㅎㅎ
2015.08.03 19:05
그러고 보면 중국은 시장음식이 오히려 향신료를 덜쓰는것 같네요. 중국사람들 많이 먹는다는 저렴한 아침식사 메뉴들도 계란 제외하면 향신료 냄새 그닥 안났으니까요.
저는 향신료를 좋아하는 편이라 별 고생 안했지만 일행이 너무 민감해 해서 향신료 냄새 안나는 음식을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여행지에서 먹었던 밥 중에서는 교토에서 먹은 쌀밥이 그렇게 생각납니다. 교토에서 먹었던 쌀밥은 음식점 불문하고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삼광이나 오대쌀 등등 한국에도 밥맛 좋은 품종은 많은데 이상하게 일본보다 맛이 없었어요. 어디서 비료를 너무 많이 주기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농테님의 그날 밥이 맛있었던것도 비료를 과다하게 주지 않은 쌀이기 때문일까요..?
2015.08.03 19:25
2015.08.03 19:38
그렇게까지 나쁘기만 한건 아니었어요..혹시 관광목적으로 가신다면 그저 동방명주만은 절대로 입장료 내고 들어가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미 오래전에 가셨다면 이미 가보셨을테니 별 의미가 없겠네요.. 덥기도 무지 덥고 공기도 좋지 않았지만 음식도 맛있고 여러가지 서비스 저렴하게 이용 가능해서 어떤 면으로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항저우 서호나 쑤저우 공원들,박물관이 워낙 좋았고요. 단지 앞으로 같은 비용이면 일본여행을 갈 것 같아서..
상해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향신료 냄새 별로 안나면서 맛있는집 - 양스덤플링 체인점.. 만두류랑 완탕류는 정말 맛있어요. 아침시간부터 중국인들 가득~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외국인들도 종종 오는지 중국말을 몰라도 현지인들이나 주방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줬습니다.
2015.08.03 23:02
아.. 저 동파육 때깔 정말 죽이네요. 야밤에.. 이 무슨..
2015.08.03 23:11
아이고. 죄송스럽네요. 저날 과식했습니다 ;; 철관음이랑 같이 먹으니 끝없이 넘어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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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를 볼 줄 아신다면 상해의 용과야 말로 최고라는 것을 아셨을 텐데요.. 철이 맞나 모르겠네요..
상해의 훠궈는 해산물이 많고, 유명한 프렌차이즈에 가면 육수의 종류도 많아서 좋습니다.
저~어기 사천에는 해산물이 없고 온통 육류뿐인데다가 육수 역시 빨간거 일색에 무쟈게 매운 후추덩어리 만한 것이 있는데(이름 까먹음.. 백주부 프로에서 피디 먹였던 그것!)
그거때문에 먹기 싫어질 정도니.. 저에게도 상해의 훠궈가 참 맛났더랬습니다.
다시 가고 싶네요 상해, 거지도 에어컨이 있다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