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그리스 사태가 정말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었죠.

그리스가 만일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궁금했고 주요 채권국이라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했고....

그런데, 국내 기사들 보니 '독일 패권주의'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지난 세기에 있었던 전란에 대한 원죄 때문인지 독일에겐 어딘가, 무슨 일에서나 앞서서 나선다는것 자체가 일단 이런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있겠고;; 거기다 유로화 통합 이후 가장 혜택을 많이 본 것도 독일이고 하니까요. 듣자하니 유로화 체제 이후 독일의 경상수지흑자가 무려 4배나 늘었다고요. (이러니 독일 꿀 빨았다는 얘기도 자꾸 나오는 것이겠죠ㅋ)

반면 얘기들을 더 들어보니 독일보다 그리스에 더 강경했던 나라들은 따로 있었다는군요. 바로 핀란드와 네덜란드.

 

독일 패권주의와는 전혀 다른 얘기라 흥미롭더군요. (불팬에서 퍼왔습니다.)

 

그리스는 독일 덕분에 구제금융 받은 겁니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2855524&cpage=3&mbsW=search&select=stt&opt=1&keyword=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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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채권단의 긴축 재정 요구를 거부하면서 공은 다시 EU로 넘어간 가운데 주요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7월6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긴급 회동 후 프랑스 대통령궁을 나서는 모습. ⓒ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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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 되기는 했죠. 구제금융 받고 유로존 안나가는 걸로 (그런데 방금 검색해 보니 IMF 협상단과 뭔가 이견이 생겼는지 다시 삐걱 삐걱;;)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방문을 하루 앞둔 2012년 10월8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사당 앞에서 독일이 주도하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빗댄 메르켈 총리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들고 있다. 그리스 노조가 주도한 이 시위에 등장한 이 포스터에는 “독일 제품 구매 거부, ‘제4제국’에 저항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방문을 하루 앞둔 2012년 10월8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사당 앞에서 독일이 주도하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빗댄 메르켈 총리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들고 있다. 그리스 노조가 주도한 이 시위에 등장한 이 포스터에는 “독일 제품 구매 거부, ‘제4제국’에 저항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 기자들은 직접 취재가 아니라 간접 취재해서 외신 기사를 씁니다외국 언론 기사를 받아쓰는데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닌데 이 과정에서  1)영어 기사에 한정되고 2) 번역만이라도 제대로 하면 되는데 왜곡까지 시킵니다

 

MERKEL MUSIC

 

 1)에서 영어 기사란 영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기사들이죠최근 그리스 관련해서당사자들이 아니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옵니다영국과 미국의 기사에는 자기들의 시각이 들어가있죠현재 상황을 ‘독일 패권’ 으로 몰아가면 뭔가 그럴 듯한가봐요사람들 구미에도 맞고영국은 원래 독일에 대해 좋게 기사 안 나오고특히 EU관련해서는 EU는 독일의 손아귀에 들어가있다이게 평소 논조라는 걸 감안하고 봐야죠그리고 미국은 독일의 긴축정책이 어떻고 패권이 어떻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뭐 자기 포지션에서 나온 건데,  걸러서 들으면 되는 거죠.

 

한국에서 나오는 외신 중에영국미국이라는 대독일 이해관계자 구경꾼들 말고유럽 내 어느 언론의 기사라도 제대로 인용해서 쓴 기사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최소한 유로존 19개국 당사자들의 언론 말입니다.

 요 며칠간 외신 기사들 보면서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합의 관련 제가 정리한 바를 좀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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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제금융 합의 회의시 가장 강경했던 나라는 독일이 아닙니다.

초강경국가 1위는 핀란드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핀란드는 브뤼셀에서 회의 시작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구제금융 비토’을 밝힌 나라입니다부채탕감이고 긴축안 수용이고 뭐고상관없이무조건 ‘비토’였습니다그리스가 어떤 안을 가지고 와도 ‘무조건 비토’였어요의원 25명이 그렉시트 지지 공식 성명도 냈죠. ‘구제금융 못 주겠다’가 공식 입장이고일부(라고 하기엔 만만치않은의원은 구제금융 상관없이 ‘그리스 나가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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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그룹 회의마치고 인터뷰 중인 핀란드 재무장관

 

 핀란드 재무장관 스투브가 브뤼셀에 가기 직전까지핀란드 정치인들은핀란드가 합의해주면 내각 깨갰다고 했어요.  브뤼셀에서 언론의 관심을 받은 사람은 치프라스와 메르켈 뿐만 아니라 바로 이 스투브 장관이었습니다정말 비토할 것인가?

 

merkel greece

 

회원국 하나가 비토하면구제금융은 어떻게 될까요? ESM 규정에는 예외시 합의 절차가 있습니다예외 상황시 만장일치가 아니라 85%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을 이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지말이 오갔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브뤼셀에서 밤샘회의 하는 중간에핀란드 언론인이핀란드가 비토했다고 트윗하면서 또 난리가 났었죠그 뒤 언론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보면,  스투브 재무장관이 계속 의회와 연락하면서 회의는 끝까지 마친 걸로 나옵니다합의 진행되는 내용을 의회와 조율하고입장을 바꿔서 구제금융안에는 찬성했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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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볼프강 쇼이블레(오른쪽) 독일 재무장관이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재무장관과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루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핀란드가 왜 독일 편을 듭니까핀란드 재무장관은, 자국 의회의 요구(그렉시트)와 독일의 요구(구제금융합의사이에서 절충하고 양쪽을 설득한 겁니다. 독일이 핀란드와 그리스 사이를 절충했다고 볼 수도 있고지금 핀란드 의회 돌아가는 사정도 그리스 의회 만큼이나 관심사에요. 핀란드는 그리스가 안 나가면 우리가 나간다는 입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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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2일 EU 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융커 EU 집행위원장,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왼쪽부터)와 대화하고 있다. ⓒ AP 연합

 

 

2. 두 번째 강경국가는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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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EPA=연합뉴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16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단기자금으로 70억 유로(약 8조7천600억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브릿지론은 장기채무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상환 자금이 부족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빌리는 단기 자금이다. 사진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겸 네덜란드 재무장관(왼쪽)과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2010596@yna.co.kr

 

 

 “메르켈보다 어렵다작은 나라라 그나마 다행이지. 
네덜란드 총리 뤼테에 대한 평이에요평소 경제정책도 메르켈보다 신자유주의적인 리버럴이고긴축정책 내용에 대한 입장도 독일보다 더 강경합니다치프라스가 유로존 회의시 경제정책을 놓고 토론할 때 대적자가 바로 뤼테긴축재정안의 정당성과 부당성 논쟁의 당사자들인데요,  정책 토론에서 치프라스가 주로 발리는...네덜란드 정치 풍토인데정치인들이 무슨 계량 경제학자들 같죠.구체적 수치근거로 따지면 뤼테한테 이기는 사람 없을 겁니다유로존 정상들 중에서요.

 

네덜란드는 핀란드와 달리, 합의안의 내용적 측면에서 가장 강경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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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스페인 좌파성향 포데모스당의 당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마드리드 시장선거 유세전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3차 구제금융 합의 회의시,  강경쪽이이었던 나라는 독일에 이어 네덜란드스페인오스트리아핀란드벨기에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룩셈부르그
네덜란드가 독일 제외 이 소그룹의 중심이 되어 입장 정리를 합니다반대쪽 국가끼리 의견을 모아서 합의안 수준을 조율하는 거죠.이 국가들은 핀란드처럼 공개적으로 그렉시트 지지를 밝힌 적은 없어도이 날 회의장에서는 이 상태로면 그렉시트가 낫다는 입장.긴축안에 민영화 사항이 강조한 것도 이 그룹이고요.

 

 

 

Europe Greece Bailout

 

회의가 파토나기 직전투스크 의장이 19개국 중 소수만 따로 자기 방에 모아서 의견 조율했다는 내용 있었죠그 방에 따로 들어간 게메르켈치프라스그리스 재무장관올랑드뤼테입니다치프라스가 정작 껄끄러워하는 사람이 뤼테인데그 자리에 뤼테가 들어오는 게 불만스러웠고투스크 의장은그 그룹을 참가시키지 않으면 합의가 안된다고 봤습니다. 저 방에 들어간 이들이 사실상 합의의 주역들이었죠.

 

 

greece ba

 

 강경파 국가들이 독일편을 들어서가 아니라그 반대로 독일이 이 강경파들을 달래서 끌고 가는 상황입니다핀란드네덜란드....이 나라들은답없이 퍼붓는 거 못하겠으니 그렉시트하라는 건데, EU가 좀 구겨지는 건 크게 상관이 없죠.  핀란드는 반EU가 지배적.네덜란드는 친EU부터 반EU까지 다양EU 1위이나 압도적이지 않음그 친EU도 독일보다는 미적지근합니다독일은 내부에서 그렉시트 의견이 있다하더라도 EU가 구겨지면 안된다는 입장이 현재까지는 조금 우세한 상황.  

 

 

볼프강 쇼이블레(왼쪽) 독일 재무장관과 피터 카지미르(오른쪽) 슬로바키아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체코슬로바키아 재무장관(가운데)과 회담중 (근데, 체코 장관님은 왠지 넋빠진 표정...-_-;; )

 

어찌보면, 그리스가 독일 덕분에 구제금융 받게 됐다고 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 내용이 가혹하든 어쨌든

현재 EU 통합 수준이, 독일 아래 한 줄로 서, 이런 상황이 아니에요. 한마디로 독일 패권이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EU내에서 독일의 지도력이 한계에 왔다, 이런 말이 나와야 되는데, 밖에서는 반대로 이야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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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 말씀을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 저도 계속 국내 외신만 보고 EU 상황을 독일과 프랑스가 단독으로 이끄는 줄 알았네요;; 허긴 조금만 생각해 봐도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마냥 독일이 끄는대로 가는건 아니겠죠. 각자의 경제사정과 EU내에서의 이해관계가 다를텐데.

 

그나저나 작금의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 때문이다, 아니다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 때문이다…서로 격론이 오가던데...제 나름의 결론은 이겁니다. 복지도 잘못하면 부정부패가 되더라는거죠. (그런데, 현 그리스 사태는 한국과는 상관없습니다. 한국이 언제 복지를 제대로 해봤어야 말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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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740255

 

이 와중에 그리스의 저승사자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새로운 IMF 그리스 협상대표로 임명된 델리아 벨쿨레스쿠 이코노미스트(4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그리스와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새롭게 임명된 국제통화기금(IMF) 여성 경제학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을 때 강력한 긴축 및 경제개혁을 요구하며 키프로스 국민들로부터 '강철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새로운 IMF 그리스 협상대표로 임명된 델리아 벨쿨레스쿠 이코노미스트(41)는 같은 달 30일 그리스에 입국해 본격적인 협상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 당시 키프로스에는 강력한 재정 감축 조치와 함께 키프로스 예금자들이 손실을 부담하는 등 채권단의 혹독한 요구가 적용됐다. 그가 협상 대표로 임명되면서 IMF가 그리스에 혹독한 개혁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가 루마니아 출신인 것을 고려해 그리스 언론은 그에게 '드라큘라'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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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출신이라 별명이 드라큘라라고 한답니다...-_-;;

 

그리고 이 와중에 영국은 EU탈퇴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다고 하는군요

 

http://news1.kr/articles/?234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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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러리 전미국무장관과 캐머런 영국 총리)

 

英, EU 탈퇴 찬반투표 내년 6월로 1년여 앞당길 듯…英정부 부인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한 찬반 국민투표를 내년 6월로 앞당길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인 인디펜던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내년 6월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 조기 실시를 결정한 건 최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Grexit) 위기를 둘러싼 혼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투표를 앞당겨 실시할 경우 오는 2017년 프랑스와 독일의 총선서 영국의 국민투표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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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유럽은 동서남북 전체가 마치 한 몸이 되서 움직이는 것 같네요. 각국의 상황들이 정말 서로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군요. 이웃나라 총선들 쟁점이 국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유럽연합이라는 걸 실감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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