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에 헬레나가 날씨 정말 꿀꿀하지, 이번 여름은 완전 빵점이야, 나랑 시그네가 너희 집에가서 Fika 해도 될까? 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시그네는 태어난지 5주되는 간난아기. 당연하지, 라고 쓰고, 뭔가 사오겠다는 친구보고 아니야 내가 chocolate fondant 만들거야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끝나자 마자 청소! 대충 치우고 나서 갑자기 안도의 숨을 쉰다. 아 시그네는 겨우 5주, 어디 안 움직이니 다행이다. 제일 힘든 손님은 기어다니는 아이부터 아직 무엇이나 입에 넣어요 하는 아이들이다. 요즘 레고는 왜 이렇게 작은 부품이 많은 지. 선물이 레고 부품들이 여기 저기 아무대서나 갑자기 튀어나온다 (라고 마치 얘들이 발이 있어 돌아다닌 것 처럼 엄마는 말한다).

시그네를 안고 와 이렇게 가볍구나 하면서, 생각해 보니 선물이는 태어날 떄도 이만했어 (선물이는 무척 무척 큰 아이였다) 라고 말하자 헬레나가 응 아직도 세면기에서 애를 씻길 수 있다니까 란다. 내가 청소할 때 애가 안움직인다는 생각에 걱정 놓았다니까 응응 하면서 따라 웃는다. 갑자기 이 애를 돌보는 건 선물이를 보는 것보다 쉽겠다, 애가 놓여있는 곳만 위험하게 하지 않게 하면 되니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부터 선물이는 이제 Dagis (유치원)이 아닌 학교 (선물이는 만으로 6살, 이번 주 목요일에 빵학년förskoleklass에 입학합니다.)에 딸린 fritidshem (학교 시간이 아닌 시간에 아이들 돌보는 곳)을 시작했다. 이상하게 이번 해에는 선물이 유치원에서 이 학교로 입학한 학생이 없어서, 선물이 혼자라 그리고 새로운 환경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월요일 화요일 생각보다 훨씬 더 좋게 아이가 적응했다. 괜히 걱정했군 했는데 목요일 아침에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 요케 ( 새 선생님) 한테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 낑낑거렸다. 그러면서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학교 가고 내일 오후에 유치원에 가자고 애를 달랬다. 다음날 집으로 가는 길에 배가 아프다는 아이한테 그럼 집에 갈래? 유치원 나중에 갈까?했더니 아니란다, 유치원, 선물이 유치원에 간다고 한다. 유치원에 가자 마자 아이는 익숙한 선생님한테 인사하고 요케가 오늘 아이스크림 주었다고 자랑하고, 그러더니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보드게임 같은 걸 하나 꺼내더니 간식이 나오기까지 웃으면서 노는 아이를 보면서 아 아이가 그리워 한건 이렇게 말을 못해도 아이를 이해하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구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선물이는 아직도 문장으로 자기 표현을 잘 못한다. 특히 낯선 사람과 있으면 단어만 늘어놓는다. 처음 보는 아이들과 놀고 싶어 자기 딴에는 노력하지만 잘 안될때가 많다. 아이가 크니까 엄마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들이, 엄마가 보호해 줄 수 없는 문제들이 하나 둘 씩 더 생겨난다. 언젠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큰아이들이 왜 넌 같은 단어만 반복하니? 너 바보니? 하고 아이한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자꾸 안아달라는 아이보고 선물아 너 이제 커서 엄마 너 못안아 했더니, 허리를 90도 각도로 꺽고는 엄마 나 작아, 진짜 작아라고 말하는 아이. 사실 아직도 작은 아이인데 어른인 엄마는 참 부족하구나. 제가 더 어릴 땐 너를 보호하는 게 더 쉬웠는데.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는 힘들었고 할 수 없었고 무서웠다. 지금 그때가 가볍게 느껴지는 건 단지 그때가 지나갔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유없이 아이들이 죽는 영아 사망에 겁이 났고, 아이가 알 수 없는 병균에 노출될까 걱정되었고, 하다못해 햇살도 아이한테는 위험했다. 어떤 때는 내가 이렇게 예쁜 아이를 잘 못 키울까도 걱정되었다. 어느날 걱정에 무게에 지쳐 동생한테 전화했더니 동생이, 언니 아이는 부모의 힘으로만 커나가는 게 아니야, 아이를 돌보시는 건 하나님이야, 라고 말해주었다. 오직 나의 힘으로만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자 힘이 덜 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나 자신의 부족함과 동시에 겸손을 사랑을 그리고 아이들이 위대함을 배운다. 내가 아이를 보호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있는 악과 위험을 생각하면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어쩌면 아이랑 나는 그런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세상에 빛을 찾는 법을 함께 배워나갈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08
107789 한국판 브리튼즈 갓 탤런트도 나오는군요. [5] 자본주의의돼지 2011.01.26 1679
107788 (바낭) 버퍼링, 로딩..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바이트 낭비로세) [2] hwih 2011.01.26 1148
107787 한국축구는 이거 못고치면 국제대회에서 성적내기 힘들어요... [4] 디나 2011.01.26 2234
107786 (바낭) 저주받아 싼 제국 깃발에 대해서. [4] cnc 2011.01.26 1450
107785 로또 1등 당첨자 설문조사 결과에서 [4] 빠삐용 2011.01.26 1923
107784 아이돌 문제 [6] Lisbeth 2011.01.26 1857
107783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노래 [2] 샤유 2011.01.26 1102
107782 최불암씨가 격찬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 고미카 준페이의 인간의 조건 [2] 무비스타 2011.01.26 2840
107781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모욕 [22] settler 2011.01.26 3585
107780 드로잉, 크로키 관심있으신 분~ [3] hare 2011.01.26 1630
107779 왜 앞머리 내리는걸 싫어하는지. [18] 에이프릴 2011.01.26 4647
107778 브아걸의 가인을 보면 떠오르는 만화영화... 발없는말 2011.01.26 2978
107777 이정도 해야 어디가서 슈팅게임 좀 한다는 소리 들음 [8] chobo 2011.01.26 1745
107776 잡담들 [1] 메피스토 2011.01.26 956
107775 오렌지캬라멜-아직 [1] 사람 2011.01.26 1264
107774 보수진영에서 조국교수에 대해 긴장하고 있나봅니다 [15] amenic 2011.01.26 4131
107773 사람들 설레발 왜이렇게 심할까요? [2] 디나 2011.01.26 1789
107772 성우 양지운 장남, 카라 前 멤버 김성희와 결혼 [13] Spitz 2011.01.26 5000
107771 신입사원 별소릴 다 듣습니다. [3] Kenny Dalglish 2011.01.26 2591
107770 대학 면접 날짜를 착각해버렸어요. [9] none of names 2011.01.26 30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