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혐오'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쓰이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엔 가끔 뉴스에서 '극단적인 혐오범죄' 같은게 보도될때나 접하곤 했던 단어 같은데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되도록 사용 안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편견'이나 '차별'처럼 극단성이 덜한 단어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경우조차 '혐오'같은 단어가 쉽게 쓰이는 것 같거든요. 유행 심리와 어휘적 궁핍이 합쳐진 결과로, 좋아도 '대박', 나빠도 '대박'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이를 만났을 때의 곤란함을, 이 '혐오'라는 단어에서도 느끼는 편입니다. 언어의 단순화나 극단화는 사고의 단순화와 극단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 얼마전 <비정상회담>에서 '혐오정서'를 주제로 했을 때, 초대손님이었던 진중권 교수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전세계적으로 혐오정서,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생활환경 자체가 척박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의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고, 어느 나라나 건전한 시민사회 상식(common sense)을 만드는 층인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를 권력층에 대고 토로하는 것은 무서우니까 옆으로 폭력을 퍼뜨린다. 

이를 '수평 폭력'이라고 한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 혹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비난을 가하고,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까 환상적으로 해결한다. 

가상의 적을 만들고 -외국인, 다른 성별 등- 그들에게 혐오를 퍼부음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일종의 '주술적 신앙'이다.

'원인'을 찾는게 아니라 '범인'을 찾는 것이다.




- 얼마전 포털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었는데,


 (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newsview?newsid=20150808060109289 )


펄펄 끓는 청와대..대통령만 모르시나


관공서 냉방온도 기준은 28도다. 건물이 낡거나 해서 냉방이 잘 안 되는 곳은 26도에도 에어컨을 틀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시책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 이상한 관공서도 있다.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위민관은 낡고 좁기로 유명하다. 26도에 에어컨을 틀어도 모자랄 건물의 시설팀은 산업부 기준보다 오히려 2도 높은 30도에 에어컨을 튼다.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 차원이라고 한다.

...(중략)

위민관의 '나홀로 30도' 기준은 솔선수범 차원이라기보다 사실 2년 전 박 대통령 말 한 마디 때문이다. 취임 첫 해 여름 전력난이 심해지자 박 대통령은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낸다. 수석들도 가급적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즉각 모든 에어컨이 꺼졌다.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은 그해 여름을 잊지 못한다.

...(후략) 



이 기사에 달린 1,500여개의 댓글 중 가장 많은 찬성을 받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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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미워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내국인은 외국인을,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를, 워킹맘은 전업주부를,

넷상에서 넘쳐나는 쓰레기통 같은 글들과 매드맥스의 워보이마저 떠올리게 하는 일베식 광기, 먹고살기는 어렵다는데 난데없이 불어대는 먹방과 쿡방의 열풍, 

이 흐름 속에서 가끔은 무슨 세기말적 징후와도 같은 오싹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면 아마 좀 과한 것이겠죠.

이 상황에서 꿀잼 핵잼을 만끽하며 진정 웃고있을 자는 누구일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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