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2 04:12
- 언제부터 '혐오'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쓰이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엔 가끔 뉴스에서 '극단적인 혐오범죄' 같은게 보도될때나 접하곤 했던 단어 같은데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되도록 사용 안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편견'이나 '차별'처럼 극단성이 덜한 단어로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경우조차 '혐오'같은 단어가 쉽게 쓰이는 것 같거든요. 유행 심리와 어휘적 궁핍이 합쳐진 결과로, 좋아도 '대박', 나빠도 '대박'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이를 만났을 때의 곤란함을, 이 '혐오'라는 단어에서도 느끼는 편입니다. 언어의 단순화나 극단화는 사고의 단순화와 극단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 얼마전 <비정상회담>에서 '혐오정서'를 주제로 했을 때, 초대손님이었던 진중권 교수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전세계적으로 혐오정서,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생활환경 자체가 척박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의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고, 어느 나라나 건전한 시민사회 상식(common sense)을 만드는 층인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를 권력층에 대고 토로하는 것은 무서우니까 옆으로 폭력을 퍼뜨린다.
이를 '수평 폭력'이라고 한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 혹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만들어내고 비난을 가하고,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까 환상적으로 해결한다.
가상의 적을 만들고 -외국인, 다른 성별 등- 그들에게 혐오를 퍼부음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일종의 '주술적 신앙'이다.
'원인'을 찾는게 아니라 '범인'을 찾는 것이다.
- 얼마전 포털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었는데,
(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newsview?newsid=20150808060109289 ) 펄펄 끓는 청와대..대통령만 모르시나 관공서 냉방온도 기준은 28도다. 건물이 낡거나 해서 냉방이 잘 안 되는 곳은 26도에도 에어컨을 틀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 시책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 이상한 관공서도 있다.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위민관은 낡고 좁기로 유명하다. 26도에 에어컨을 틀어도 모자랄 건물의 시설팀은 산업부 기준보다 오히려 2도 높은 30도에 에어컨을 튼다. 에너지 절약 솔선수범 차원이라고 한다. ...(중략) 위민관의 '나홀로 30도' 기준은 솔선수범 차원이라기보다 사실 2년 전 박 대통령 말 한 마디 때문이다. 취임 첫 해 여름 전력난이 심해지자 박 대통령은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낸다. 수석들도 가급적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즉각 모든 에어컨이 꺼졌다.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은 그해 여름을 잊지 못한다. ...(후략) |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미워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내국인은 외국인을,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를, 워킹맘은 전업주부를,
넷상에서 넘쳐나는 쓰레기통 같은 글들과 매드맥스의 워보이마저 떠올리게 하는 일베식 광기, 먹고살기는 어렵다는데 난데없이 불어대는 먹방과 쿡방의 열풍,
이 흐름 속에서 가끔은 무슨 세기말적 징후와도 같은 오싹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면 아마 좀 과한 것이겠죠.
이 상황에서 꿀잼 핵잼을 만끽하며 진정 웃고있을 자는 누구일까 생각해봅니다.
2015.08.12 06:11
2015.08.12 07:31
2015.08.12 20:17
더 근본적으로, 가장 최상위층의 기득권력이 대중을 다루기가 점점 더 쉬워질거라는데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누가 귀족노조이고 아니냐로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되겠죠.
2015.08.12 07:34
2015.08.12 07:53
2015.08.12 07:43
글쓴분께 태클은 아닌데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내국인은 외국인을,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를, 워킹맘은 전업주부를,<-혐오한다는 뜻으로 쓰셨다면 앞뒤가 바뀌어도 성립되지 않나요? 굳이 전자가 후자를 혐오하는 건 아닐 텐데요.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부러워할 수 있어도 혐오까지 하지는 않고 나이든 세대도 젊은 세대를 두고 젊은 사람들이 어쩌구.. 하듯이요.
근래 혐오 키워드들은 넷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늘 있어서 피곤해요. 특히 여자로서 여성타자화, 혐오는 그렇잖아도 체감해왔는데 더 심해져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각종 녀, 나 충의 비하어들만 생각해도 일상에서도 보편화돼 있고 귀 닫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죠.
계급전쟁이 거미줄처럼 복잡해져서인지 요즘 일상 대화만 떠올려봐도 연봉 얼마로 산다/못 산다, 학벌-스펙의 자잘한 순위매기기로 피곤한 논쟁을 했는데 인터넷도 어딜 가나 피곤해요.
2015.08.12 09:35
보고나니 그러네요,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서로, 내국인은 외국인을 -> 내국인과 외국인 들이.. 등이 맞지 싶나요?
아니면 혐오 현상 자체를 권력의 상하나 우위에 기반하여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으로만 보기 때문인가요?
헷갈리네요.
2015.08.12 20:27
앞뒤가 바뀌어도 성립하는 것 맞습니다. 순서를 염두에 두고 쓴건 아닌데 읽어보니 의식하고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계급전쟁이라는 말을 보니 핀란드인 따루 씨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핀란드는 모두가 가난했을 때부터 나누는 정책을 시작했기 때문에 복지국가로 정착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이미 각자 가졌고 지킬게 있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산층도 못되는 아파트 단지에서조차 집값 떨어진다고 뭐뭐는 반대하네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하죠.
2015.08.12 09:28
범주화는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라고도 생각해요. 지속되는 이런 극단적인 범주화 현상이 종국에는 참담한 지경까지 이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히틀러의 유령이 어른거려요.
확실히 사는게 진 것 같습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는 정작 그 분노의 방향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죠. 위정자들은, 외계인처럼 먼 존재로 느껴지잖아요. 저라도,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은 안하려고 노력합니다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일상에서 마주치면 혐오감을 안으로 삭히는 일이 확실히 쉽진 않다고 느껴져요.
2015.08.12 09:39
2015.08.12 09:46
사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죠. 그것을 지적해서 깨우치게 하려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보지만, 그 잘못 하나를 꼬투리 잡아 '기회는 이때닷!' 하여 그 인간의 여러 배경들을 범주화하고 어떻게든 집단을 만들어 혐오를 퍼붓는 것은 정신병적 문제인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여자(남자)가 그렇지 않은데 왜 그런 면만 보고 살아가는가 안타깝기도 하고요. 물론 경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 경계가 혐오와 연결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2015.08.12 09:56
혐오의 사전적인 뜻은 싫어하고 미워함이고, 사회학적인 의미는 차별의 극단적인 단계로서, 해당 집단에 위협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리킵니다.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호모포비아를 동성애공포가 아니라 동성애혐오라 오역하기 시작하더니, 또 어떤 사람들은 여성차별을 여성혐오라는 용어로 대체하기 시작했죠. 이러한 용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배경에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혐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고, 그래서 그냥 혐오라고 부르고 싶어졌기 때문이잖아요.
그리고 용어 인플레이션과 오남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들만 양산되기 시작했어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자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회피하는 것까지는 (혐오가 아니니까) 어떤 차별이나 어떤 증상도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고소공포, 선단공포를 생각하면 알 수 있듯이, 포비아는 바로 '거부감을 느끼고 회피하는 것부터'가 증상의 시작이지요.
혐오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혐오뿐입니다.
대화와 설득과 교화로 대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층위의 성차별들을 유행 좋아하는 어떤 사람들이 혐오라고 모조리 퉁치면서 우리에게 방법은 혐오로 되갚는 것밖에 안
남았어요. 장동민 사태에서 보듯이 저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할 권력은 우리에게 없고, 남은 길은 SNS에서 헤이트스피치로
되받아치면서 일베를 닮아가는 것뿐이죠. 여혐혐 또는 남혐이 위험한 것은 그게 가부장제 남성권력을 무너뜨리는 데 일말이라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 아니에요. 퍽이나요. 페미니즘 진영 내부에서 성평등을 향한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2015.08.12 10:27
2015.08.12 11:11
괴물과 싸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이렇게 적의 목을 베면서도 예쁘고 여리여리하게 할 수도 있는 거고,
이렇게 좀 안생기고 무지막지하게 목을 썰기도 하는거죠ㅋ
사람에 따라 방식은 다른겁니다. 서로 방식 존중합시다.
2015.08.12 15:10
허이구 이제는 유디트 그림까지 가져와 남성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시네요. 대단하다는 말밖에..
남성을 예비 성범죄자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분 답네요 역시
2015.08.12 18:09
2015.08.12 18:30
와 진짜 이 그림보고 태교하라니.. 세상에나 학교선생이라는 사람이..
2015.08.12 18:32
2015.08.12 18:35
2015.08.12 19:15
아 학교 선생이 아니구나;; 다행이네요 진심으로
2015.08.12 17:42
글이랑 그림 보소 누가 누구보고 괴물이라는 가;;;
이 짐승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2015.08.12 18:12
2015.08.12 18:39
남의 가정 배 안에 있는 애기나 조롱하는 인간이 뭐래. 멍청하고 온 세상을 자기 혐오 프리즘으로 바라보니 맥락을 못 읽어 성희롱 피해자나 조롱한다고 님 뇌에 꽂히는 거고요. 아마 모욕하기 위해선 뭐든지 뇌에서 다 총동원하는 인간 같은데.. 저기요 여기서도 보다시피 님이 저딴 그림 갖다 놓고 폭주 하기 전엔 아무런 논란도 욕설도 모욕도 없었습니다. 미친개처럼 여기저기서 물어뜯고 다니면서 듀게 망가 뜨리지 말고 좀 꺼지세요. 이제 차단합니다.
2015.08.12 18:43
2015.08.12 20:32
아무래도 떡밥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가장 즐겁겠죠. 던져진 떡밥에 이떡밥은 내꺼다라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던진사람은 보는 재미가 쏠쏠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