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게이인 탓도 있겠지만 일단 좋은 화장품을 쓰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내 몸에 좋은 것을 발라주는 것. 나 자신을 가꾸고 모시는 일이죠. 보통 화장품 좋아하는 사람들이 진화하는 단계가 이것저것 써 보다가 14단계 15단계 그루밍까지 하다가 비싼 것도 한 번 써 보는 단계를 거쳐 결국 ‘합리적 가격에 내 피부에 맞고 꼭 필요한 화장품’만 남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고 하는데, 저는 끝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함익병씨의 저서 〈피부에 헛돈쓰지마라〉의 영향이 결정적이었고요, 깨끗이 씻고, 자외선차단제랑 수분크림 바르는 거 외엔 안 해요. 필요도 없고.

 

남성분들의 경우 화장품도 수분크림이랑 비비크림만 넉넉히 바르시면 됩니다. get it beauty 시리즈 중 get it beauty homme라고 해서 잠시 ‘남자 특집’을 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수분크림이랑 비비크림에 대한 이야기밖에 안 나와요. 해서 몇 가지 제품을 추천드리자면,

 

-홀리카홀리카 롤러비비

우선 길바닥 화장품들은 썼다 하면 싸그리 다 뒤집어지고 수분크림이라고 샀더니 얼굴에 물풀 바르는 기분이고…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어 안 쓰는 편인데, 오. 얘는 괜찮아요. 롤러 모양으로 나온 비비크림인데 일단 롤러 자체가 부드러워서 굴곡진 부위에도 잘 발리고 뭣보다 얼굴에 찍어바르는것보다 훨씬 균일하게 발라집니다. 요즘엔 남자들도 톡톡 두드려 얼굴에 바르는 ‘분첩’형태의 파운데이션이 있기는 한데 (아이오페 맨 커버쿠션이 대표적)대부분 별로에요. 여성용 써본 분이라면 아예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 그리고 남자분들이 어디 다른 사람 있는데서 꺼내 쓰기도 곤란하고요. 롤러이다보니 피부결 정돈도 되고 바를때 시원하고, 저가형 브랜드 제품인만큼 가격대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괜찮은 녀석입니다. 단, get it beauty homme에도 나왔듯 비비크림 고를때 1번은 ‘내 피부색과 맞는가’죠. 홀리카홀리카 매장 가시면 21호 23호 테스트 아마 가능할거에요. 발라보시고 ‘바른 티’가 너무 나지 않는다면 사용해보세요.

 

- 동국제약 마데카크림

요즘 홈쇼핑에서 하유미의 아성을 넘네 마네 하는 제품입니다. 한 마디로 끝내줍니다. 이렇게까지 만족스런 화장품 정말 없었는데…원료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뜯어온 호랑이풀이에요. 왜 호랑이풀인고 하니 호랑이들이 다치면 이 풀에다 피부를 문대고, 따 먹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피부 재생에 효능이 있단 얘기겠죠. 일단 보습 주름 미백까지 한 번에 가능해 복잡스러운 거 싫어하시는 남성분들께 딱. ‘관리하는 남자’가 되기 위해 이것저것 다 발라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거랑 자외선차단제만 발라도 충분합니다. 정제수가 들어있지 않아요. 쉽게 말해 ‘물 타지 않았다’는 뜻인데 발라보면 그런 느낌이 납니다. 묽지 않고 얼굴에 딱 머무르며 쫀득쫀득하게 발라져요. 제약회사 제품인데다 연고통 같은데 담겨져있어서 연고바르는 느낌도 살짝 나는데…도리어 남자분들은 이 무뚝뚝함을 더 좋아하시는 거 같더군요. 복잡스럽게 이것저것 바를 필요 없고 바를 때의 기분이 괜찮은데다 가격대도 그럭저럭 적당하고 피부의 습기 보존과 주름 개선과 미백 개선에 관한 임상 결과도 훌륭한 제품, 뭐 이 정도로 한 줄 정리 가능하겠네요.

 

-솝하우스 티트리어성초샴푸/어성초바디워시

솝하우스 제품을 많이 씁니다. 일단 전성분 공개에 천연 재료 등 안전한 원료만을 이용하고 있고 의외로 가격이 안 비싸요. 아 물론 마트에서 쌓아놓고 파는 샴푸나 바디워시 가격은 아니지만 한 통에 만 원 안팎으로 한 달 반 정도 씁니다. 두피가 굉장히 약해서 샴푸 사용에 특히 신중한데 솝하우스 제품은 씻고 나면 헬스장 샴푸처럼 ‘씨원’하고 성분 면에서의 안도감 때문에 한 번 더 개운해요. 두피에 여드름이 한동안 몹시 심했었는데 이거 쓰고 2주만에 싹 다 정리됐습니다. 바디워시 제품도 쓸만해요. 샴푸만큼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같이 쓰기엔 나쁘지 않아서 함께 언급해봅니다.

 

-한율 미진액 클렌저

향이 일단 좋습니다. 되게 달콤하고요. 꽤 강한 향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지가 않아요. ‘쌀’콘셉트의 클렌저인데 약간 쌀에서 나는 달콤한 향 같은 그런 향이에요. 제형도 좋습니다. 클렌징 오일같기도 하고 폼클렌저같기도 한 것이 바르다보면 거품이 나는 그런 제형이에요. 여러번 세안할 필요없이 이거 한 번이면 된다고 광고를 하는데, 음, 과장광고는 아닙니다. 여러 제품 쓸 필요없이 이거 한 번이면 아주 개운하게 씻겨요. 세안 후에도 당기지 않고, 수분기 그대로 남아있는 건 뭐 기본이고요.

 

마케팅하시는 분들이 이 제품 소구점으로 제일 많이 언급하는게 ‘알갱이’인데요, 알갱이가 있습니다만 사실 그게 톡톡 터지면서 피부에 뭘 공급하고 그건 솔직히 뻥이에요. 그런 원료가 뭐 들어야 있겠지만 피부는 기본적으로 흡수기관이 아닌 방어기관이라고요. 대신 알갱이가 있어서 롤링할 때(얼굴에 비빌 때)감촉이 재밌습니다. 그것도 적지 않죠. 비비 쓰고 난 다음에도 세안해봤는데, 잘 씻깁니다. 추천할 만 해요.

 

우선 이 정도 적어봅니다. 지금 주문한 화장품들이 몇 개 더 있는데 걔들도 써보고 괜찮으면 공유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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