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3 21:27
북유럽에 삽니다. 아내의 여동생이 고등학생이에요.
학교서 동물 윤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교과서? 책이 있어서 집에서 심심할 때 읽곤 했습니다.
책 구절을 거의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옮겨 보려고 애쓰겠습니다.. 지금 집엔 그 책이 없는 관계로.;;;
아마 핵심만 ..
*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고 먹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통을 최소화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동물 윤리이다.
불필요한 고통이라면 과감히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정말 필요한 고통인지, 자신의 편리함 혹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불필요한 고통인지 늘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필요한 죽음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편리함, 욕망을 채우기 위한 불필요한 죽음인지 고민해야 한다.
/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자라기 때문에, 전세계 인구수는 계속 늘어나는 데 지구는 한정되어 있고 동물, 자연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데 주저함이 없다면 결국은 자멸하게 된다.
육식을 줄이자는 것 역시, 불필요함 이상으로 너무 많은 고기 소비 때문에 지구 온난화, 환경 오염, 동물 공장으로 인한 동물들의 어마어마한 고통,
최소한의 생명 존중조차 사라진 사육 환경, 그리고 제1세계 나라 사람들의 수많은 고기 소비를 위해 제3세계 아이들이 굶어 죽어야 하는 굴레,
등이 생겨난 것이기에,
최소한의 양만 먹어야 한다는 그런 결론이 .. 뭐 제 뇌엔 그렇게 박혔습니다..
또 생각나는 구절은..
윤리라는 게 원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서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챕터가 있었습니다.
인간은 평등하다, 인권은 중요하다에 방점이 찍히면서 동성애나 뭐 인종차별 문제 등이 점점 사라져 갔죠.
윤리의 진화 과정이라는 게 /우리/의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뭐, 백인 에서 흑인, 유색인종까지,
남자에서 여자까지,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까지 등등..
그래서 윤리가 이제 인간을 넘어 다른 종에게까지 우리의 범위로 넓혀가는 게 당연한 진화 과정이다라는 구절도 생각나고요..
뭐 쨌든, 저는 그 책 읽고는 정말 최소한의 고기 소비 / 제 기준에서.. 전 3,4주에 한끼는 고기를 먹습니다. / 를 하게 됐고요.
사실 뭐 여긴 우유니 요구르트니 가짜 고기 소시지도 다 채식 제품이 많아서 사는 데 별 불편함이 없더라고요. 심지어 가격도 더 싸구요.
여튼 동물 윤리라는 게 하려면 다 먹고 맘껏 이용하고 고문하고,
안 할거면 아무것도 안 먹고 아무 것도 안 괴롭히고라기 보다는
최대한 희생과 고통을 덜어주자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각종 불필요한 동물 실험이나 불필요한 모피 소비, 불필요하게 많은 고기 소비 등이 다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근데 사실 동물 윤리 쪽 화제가 나오면 고기 한점 이라도 먹으면 동물 윤리에 할 말 없으니 위선자다라는 식의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많은데요,
그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간 윤리를 적용할 수 없듯이 동물 윤리도 마찬가지죠.
당신이 산 컴퓨터가 제3세계 아동의 엄청난 노동 착취로 이뤄졌다면,
당신은 그 컴퓨터를 샀기 때문에 다른 인권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나요? 아니잖아요.
그런 식이라면 매일 고기를 먹음으로써 제3세계 기아 문제를 만들고 있으니 다들 육식하니 인권 문제도 말할 자격이 없겠네요.
제 요지는 윤리라는 게 그렇게 논리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깨끗하게 흑백으로 나눠지지도 않아요.
개고기 논란이 자꾸 이는 건,
아마도 그 \우리\의 범주에 개를 넣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거에요.
그리고 우리의 범주에 개를 넣지 않고 먹는 사람들과의 마찰인 거죠.
전 개고기 반대론자이긴 합니다, 개고기 먹는 사람에게 분노하거나 화낸 적은 없습니다.
전 개를 우리의 범주에 넣은 사람이죠.
개는 제 가족이고 인간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영리하고 감동적인 존재죠.
심지어 저희집 개는 한국 보신탕집에서 구조되어 온 개입니다. 제가 구조한 건 아니고,
미국 동물 단체서 구조해서 북유럽 저희 집까지 입양 온 아이죠.
그리고 전 소, 돼지, 닭은 물론 우유, 요구르트 유제품과 달걀도 안 먹지만,
개, 고양이, 원숭이, 돌고래, 범고래 등의 고등 동물을 먹는 게 더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논할 생각도 없고 강요할 생각도 없어요.
누군가에게 개나 닭이나 곤충이나 인간 빼곤 다 똑같은 동물일 뿐이라면, 그걸 저 개인이 바꾸고 싶지 않아요.
개고기 시장은 불필요한 고통이 너무 많은 곳이지요.
하지만 소, 돼지, 닭 공장도 어마어마하게 잔인한 곳입니다. 이건 대체로 너무 많은 소비 때문에 농장식 사육이 아닌 공장식 사육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개고기가 합법화 된다고 개가 받는 고통이 덜할 거라는 건 환상입니다.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고기들도 어마어마한 고통과 고문 속에 만들어 집니다.
개고기가 합법화 되면 아마 소비가 더 빠르고 편리해져서 소비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죠. 그러면 공장식 사육은 더 잔인해지고요.
전 이 모든 거대한 고기 공장 사업에 반대합니다. 허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고요.
제가 하고픈 말은,
개고기 문제에 대해 인간의 감정 싸움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그럴 필욘 없다는 거죠.
감정 싸움하거나 그 싸움을 촉발시킬 시간에 윤리를 넓혀가고 스스로 실천하는 게 낫습니다.
개고기 반대하시는 분들은 감정적인 싸움을 촉발시키는 게 아무 도움이 안됨을,
그리고 개고기 찬성하시는 분들 역시 거기에 감정적으로 발끈하는 것이 자신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아무 도움이 안됨을,
그냥 감정 낭비에요.
외국은 사실 개고기 문제가 없으니 여긴 비건과 잡식 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감정 싸움이 오갈 때가 많은데 보면 참 답답하더라고요.
비건이라고 고기 먹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면 남는 게 뭡니까.
누구는 다 먹습니다.
누구는 개랑 고양이, 원숭이 같은 좀 더 사람과 가깝다 여겨지는 동물은 안 먹습니다.
누구는 고기를 아예 안 먹습니다.
누구는 유제품이나 달걀마저도 안 먹습니다.
누구는, 저 같은 사람은, 다 안 먹지만 3,4주에 한번 너무 먹고 싶을 땐 닭고기나 달걀을 농장에 직접 가서 사 먹습니다.
동물을 바라보고 이용하는 윤리 의식은 그 기준이 누구나 다릅니다.
그것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사실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설득을 하려고 할 수는 있으나 이게 윤리의식 문제이기 때문에 예민한 문제이고 인격과 연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개고기 먹는 사람을 혐오하더라도, 그 사람 면전에 대해 혐오를 드러내지 마세요.
혐오는 또다른 혐오를 나을 뿐, 실질적 폭력과 고통을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전 동물 윤리가 점점 더 커지는 이슈가 될 거라는 걸 확신합니다. 윤리는 계속 진화하고
아무 말 없이 하는 대로만 당하는 사회 최약자니까요.
그리고 동물 윤리 문제는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제3세계 인간들의 삶 문제와도 닿아 있고요.
계속 논란이 되고 커질 수 밖에 없어요. 채식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1억이 넘었다고 하죠.
제가 강조하고픈 건,
윤리는 우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고,
동물 윤리는 희생의 최소화, 고통의 최소화를 추구하는 것이지 흑백논리로 완전무결하게 동물이 희생하지 않는 세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개고기 반대하시는 분들에겐, 소, 돼지, 닭 고기 공장의 실태도 둘러보시라고. 개와 그렇게 친할 수 있는 분이라면 다른 동물에게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개고기 찬성하시는 분들에겐, 개 뿐만 아니라 소, 돼지, 닭도 똑같이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물이라 말하시니 그걸 진정 믿으신다면 그 모든 동물들의 고통과 최소한의 생명 존중 문제에 대해, 인간의 권리와 가치 뿐 아니라 동물의 권리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국엔, 모두가 동물 윤리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세상이 되엇으면 좋겠다는.
스파이더맨에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하죠.
인간이 큰 힘을 지닌 종이니 큰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난 모든 동물을 먹고 이용할 권리가 있다 보다는
인간이기에 난 모든 동물을, 지구를 돌보고 지킬 책임이 있다가 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단 하나의 종이라도 더,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더, 단 한 끼라도 고기를 덜 먹는 것, 전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풉.
횡설수설 죄송하네요.. 테헤.
그나저나 저도 그 고등학교 못 나왓지만 아내 여동생이 다니는 고등 학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고
학기 끝날 때, 결국 자기 자신이 가지게 된 동물 윤리의 기준에 대한 에세이를 써오라 한다더라고요..
한국은 입시지옥과 군대, 취업지옥 등등 사이에서 참 그런 거 생각해보고 배우고 할 여유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아마 전 아무 댓글도 달지 않을 거에요.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게 너무 피곤한 사람이라, 그냥 비슷한 생각 가진 사람들 사이에 사는 거에 만족하고 그걸로 그만입니다.
2015.08.23 21:36
2015.08.23 21:50
논쟁이 있다는건 그래도 건강한 커뮤니티라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뭔가를 생각한다는거죠. 말씀하신대로 윤리라는건 답이 없잖아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거죠. 저도 요 며칠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동물해방에 대한 글을 보면서요. 안그래도 몸이 안좋아서 채식에 가까운 식단이었는데, 앞으로는 더 의식적으로 채식주의자가 될 생각이에요. 본문과 거의 비슷한 입장에서요. 다만 남을 설득하면서 감정을 마구 휘두르는 사람들은 못봐주겠네요.
2015.08.24 07:50
2015.08.24 16:00
2015.08.24 18:47
당연히 동물에 대해 불쌍한 마음이 있지만 이번 논쟁에서 몰랐던 실상을 더 알게되어서, 감정이 움직여서 생각이 바뀐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권이 보장되려면 동물권도 무시되면 안된다는 아주 이성적인 이유에서입니다. 선견사상같은게 아니고요. 당연히 동물복지랑 관련이 있죠.
2015.08.23 21:51
2015.08.23 23:20
아 북유럽...
탄식과 함께 단말마의 신음을 내뱉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열등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저런 것을 고등학교 때 배운다는 말씀이시죠?
2015.08.23 23:34
돼지의 지능은 개 고양이보다 뛰어나고 유전자적으로도 인간과 더 가깝습니다만, 뭐 상관없겠죠. 글 주제가 그건 아니니.
어쨌든, 개에게 돼지보다 감정적으로 이입이 되는 이유가 더 고등동물이기 때문은 아니라는것 정도는 그냥 상식으로.
2015.08.24 04:32
본인도 느끼신 것 같지만, 지능이 높고 낮은 동물 얘기를 한 게 전혀 아니에요.
2015.08.24 00:30
덴마크산 돼지 고기 가격은 스웨덴의 2/3밖에 되지 않습니다. 배우는거랑 실천은 별개군요
2015.08.24 04:41
너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도니다코 님이 생각하시는 내용이 제가 그 동안 조금은 감정적이게 말했던 개고기 반대 내용의 본질들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논리로 따질 수 없는 문제, 흑백논리에 대한 비판 등)
한 가지만 짚자면, 솔직히 개고기를 먹는 사람에게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으나, 개고기를 먹는 주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비판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듀게에서 제가 주장했던 내용은, 개고기 불법화라는 제도적 측면이나 윤리적 측면이지, 개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 대한 비호감은 그저 부수적인 것일 뿐이었구요.
그리고 사실 적절한 논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슈가 되고 있다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럼 최소한 상대에 대한 생각도 읽어볼 수 있게 됩니다.
실태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는 효과도 있고요. 개고기 반대에 대한 반대의 의견도 어느 정도 들어봤으나, 물론 저는 여전히 개고기를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너무 감동적이네요. 고등학교 때 저런 수업을 듣는다는 게 감탄스럽습니다. 저런 걸 배워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비아냥 거렸을 거예요. 개고기 반대자들은 왜 개에만 집착하냐고, 단지 귀엽단 이유로 동물을 생각하는 척 하냐고.
개고기 반대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대부분 그 이외의 동물이나 자연환경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도니다코 님도 그러시겠고,
저도 그렇구요.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목욕탕에서 물을 너무 낭비하는 것을 봤거나 카페에서 휴지를 쓰지도 않으면서 많이 가져다 놓고 버리는 것만 봐도,
마음이 불편해서 건의하기도 하고요. 열악하게 키워지는 반려동물을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등, 최소한 관심이 더 많다라는 건 알아주었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2015.08.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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