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먹고 싶어요

2015.08.28 17:27

김마리 조회 수:1188

아기들은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서 물고 빨며 확인하죠.

동물들을 가만 보면 호기심이 가는 것에 대해 냄새도 맡아보지만 입에 넣어보기도 합니다. 그랬다 아니다 싶으면 얼른 뱉어버리고. 아기나 동물이나 이런 점에선 똑같더군요. 어느정도 자라서 인지능력이 생기게 되면 입으로 가져가는 버릇이 점차 없어지게 됩니다.

이런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입.


말하는 도구라는 걸 뺀다면 입은 결핍된 것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가장 충실하게 하는 역할이 무언가를 먹는 행위이고, 그 다음이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죠.


그런데 먹는 행위와 키스하는 행위가 동일한 욕구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섭취해서 자기 속으로 밀어넣어버리고 싶은 욕망 말이죠.

같이 사는 고양이들에게 뽀뽀를 할 때 가끔은 정말 빨아들이고 싶다는 순간적인 생각이 들죠. 어릴 적 아빠가 왜 그렇게 내 볼이 아플 정도로 음압을 세게 넣어가며 뽀뽀를 했는지 알 것도 같구요.

너무 맘에 드는 영화나 책을 보고나도 '씹어먹어버리고 싶다'는 표현이 맴맴 돌아요.

고양이에게도, 애인에게도 사랑을 표현할라 치면 입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왜 이럴까요.


한참 전 일본인 남성이 애인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채 조금씩 먹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혹시 이런 맥락이었을까요.

남태평양의 어느 원시 부족은 사랑하는 가족이 죽으면 그 뇌를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광우병과 유사한 뇌질환의 발병률이 높다는 글을 본 적 있어요. 

사랑하면 섭취하고 싶은 게 아주 원시적인 본능이고, 그것이 순화되면서 키스라는 행위가 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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