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와 곰탕

2015.10.30 08:02

칼리토 조회 수:2617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하고 있는 일이 잘 안풀리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친구네 본가에서 식당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알음알음 인기가 있는 집인데 주특기가 곰탕이라고 하더군요. 너는 그거 물려받으면 되겠네?? 라고 했다가 자기는 곰탕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음식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맛하나는 끝내주는데 어렸을때부터 하도 먹어서 그렇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 거렸습니다. 


내친김에 그럼 내가 가서 일배울까?? 라고 하니 깔깔대면서 그러라고 하더군요. 농반 진반의 이야기지만 밑질 것 없는 장사.. 내친김에 음식 맛을 확인해 보러 갔습니다. 


답십리의 전주곰탕이라는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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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국정화 반대 플랭카드를 봤습니다. 정치에도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플랭카드는 괜한 시간낭비 돈낭비가 아닐까 싶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시선을 잡아 끌지도 뭔가 방향 전환이 되는 이슈를 선점하지도 못하고 그냥 끌려간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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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만큼 가게 사이에 묻혀 있는 곳입니다. 답십리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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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 국밥과 설렁탕이 주메뉴인 것 같은 차림새네요. 가격은 국산 한우를 쓴다면 납득이 갈만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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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협소한 이유는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간판을 지나서도 골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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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워낙에 곱창이나 대창같은 내장을 좋아하는 식성이라 내장탕을 시켰습니다. (응??) 곰탕집에 갔으면 소머리 국밥이나 설렁탕을 시켰어야 국물맛을 볼텐데.. 그만 본능에 끌렸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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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도 파는 집이라 매콤하면서 달큰한 국물에 파와 토란대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스타일의 내장탕이 나왔습니다. 내장탕은 보통 벌집위나 천엽 같은 부위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이집은 곱창이 많네요. 야들야들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게 상당히 맘에 듭니다. 잡내도 하나없이 손질을 잘하셨네요. 집에서도 한번 끓여먹어 본적이 있는데 이정도로 끓이려면 손이 참 많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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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그릇 말아서 잘 먹었는데 아무래도 못먹은 도가니탕이며 소머리 국밥이 마음에 밟힙니다. 한그릇 더 시킬까?? 하다가 과욕이다 싶어 다음을 기약하고 일어섰습니다. 노모가 혼자 하신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식당 전반의 청소 상태며 이런저런 모양새는 딱 술맛 나는 오래된 가정식 식당의 그것입니다. 동네 주민들이 그냥 자기집처럼 퍼질러 앉아 수육에 소주, 아니면 삼겹살이나 오리 불고기에 반주를 기울이는 친근한 지역 밀착형 식당이죠. 


이런 집은 절대 망할 일이 없습니다. 단골도 있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잘 나올겁니다. 다만.. 하루 이상 푹 고아낸 사골국물을 쓰신다니 그걸 만들기 위한 노동의 강도와 노고가 힘겨울 뿐인거죠. 그리고 이런 식당을 하면 휴일 며칠 빼고 어디 놀러갈 엄두도 못냅니다. 고단한 노동의 족쇄가 채워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벌이가 시원치않고 미래가 불투명해도 선뜻 물려받겠다는 이야기를 못하는 겁니다. 이해가 되요. 


제가 누구 친굽니다..어머님.하는 이야기를 할 것도 아니라 그냥 잘먹었다는 이야기 남기고 돌아섰는데 근처 사는 후배들이랑 저녁에 술 한잔 하러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못먹고 온 음식들이 땡기네요. 날이 추워 그런지.. 요식업에 관심도 있고 이런 음식점에 꽂아주면 진짜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고 잘 배울 자신은 있습니다만.. 아직은 하는 일에 좀 더 전념하고 좀 더 고민해봐야 겠어요. 


가업 승계, 특히나 요식업에서의 가업 승계라는 것이..한국에서는 참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그 전승을 꺼리는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날씨가 무척 차갑네요. 다들 뜨끈한 음식 드시고 마음에 온기를 데우시길 바라며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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