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추모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글이지만.

아래 킬로만자로의 표범 얘기와 그 밑에 신해철이 생각난다는 댓글을 보니 저도 문득 떠올랐어요.


전 단 한번도 신해철의 가사가 좋다고 느낀적이 없어요.

그의 음악은 좋아해요. 주로 대중적인 코드의 음악들만 좋아하는데 멜로디를 좋아하죠.가사를 곱씹어 본적이 없는데 한번도 제 마음에 박힌적이 없어서요.

뭐랄까. 제게는 신해철의 가사들은 확 마음을 끌어당기는 미세한 캐치가 없는 잠언같은 글들이에요.또 어떤것들은 너무 장황하고 자기만의 고독을 씹고 있는 느낌이라 공감할 여지가 없고요.

그래서 솔직히 저번주 불후의 명곡에서 손승연이 부른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때>의 영상에 많이 붙어있는 댓글들, 23살에 이런 심오한 가사를!! 하는 글들을 보면 조금 괴리감이 들었어요.

물론 저도 와.. 23살에 벌써 저런 얘기를 꺼내다니...글도 근사하게 쓰여졌네. 싶은 생각은 들지만 그게 좋다고 느껴지진 않죠.

제가 어릴때, 한창 신해철이 <수컷의 몰락>이라는 곡을 냈고, 그 곡의 가사가 당시 피시통신가의 많은 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었나봐요. 가사가 대단하다! 뭐 그런 글들이 많았던게 기억이 나요.

당시에 이건 좀 견디기 어렵다.생각했는데, 커서도 여전히 그런 가사가 공감되지 않는걸 보면 그냥 저랑 안맞는 것 같기도 하고...제겐 오히려 차라리 <인형의 기사>같은 곡의 조금 오글거리는 가사에서 더 시적인 느낌을 받는 걸 보면

그냥 유치해서 그럴수도 있고..,


이런 선상일지도 모르겠어요.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김대중 자서전을 보고 뭔가 느낀 괴리감과 비슷한 인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대통령 김대중을 좋아하고 그의 자서전도 꽤 기대를 하고 봤죠.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그의 행적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고, 그 순간순간의 그런 역사를 헤쳐나가는 김대중의 정서들이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의 자서전에는 온통 신념과 나라에 대한 걱정만 가득해 있었어요. 처음엔 거짓된 자서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사람이 대의와 거시적인 안목만으로 가득차 있을수가 있는가.그런 결정까지의 고뇌들이 더 중요한 것인데 왜 이 책은

결과만으로 이리 포장되어 있는가. 그런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뭔가 생명을 담보하는 전선에서 거국적인 일을 앞장서 하는 사람이라면 범인이 느낄법한 그런 사리분별과 판단으로는 버티지 못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하찮고 유약하고 감정의 굴곡이 심한 저같은 사람의

생각체계로는 도저히 그런 일들을 감당할수 없을테고, 뭔가 초인적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감정구조는 복잡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목표에 대한 광적인 열망으로만 차있을수도 있겠구나..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비록 그런것들이 재미없는 자서전일지라도

최소한 거짓은 아닐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신해철의 가사가 그런 거국적인 생각을 지녔다는건 아니지만, 저보다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다보니 그런 가사가 나왔을수도요. 예전 모프로그램에서 윤종신이 얘기하길, 신해철은 20대초반 데뷔때부터 이미 나이 한참 많은 제작사 사장과 맞담배를

피우며 삶을 논하던 사람이다.라고 했었죠. 분명 어릴때부터 성숙했고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사람을 구워삶을 만큼 보다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애초 출발부터 지극히 평범한 제 세계와 다른 생각들을 품고 있었고 그게 제게는 괴리감을 주는걸지도...

아, 이런 자조적인 결론을 내려 했던건 아닌데..음..이것저것 재다보니 어째 결론이;;;;;


아무튼 제게는 신해철의 가사들이 공감이 안되고 좋다고 느껴지지 않는게 사실.

신해철의 가사들을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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