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다이어트

2015.10.30 15:43

로치 조회 수:1938

하늘이 높고 말이 살 찌면 오랑캐가 쳐들어 오죠. 여름 내 풀 실컷 뜯어잡숴 토실하게 살 오른 말을 이랴! 채찍질로 독려하며.

살 찌는 건 오랑캐가 타고 다니는 말 뿐이면 좋겠지만, 인간도 결국 얼어붙을 땅을 앞두고 생존본능 폭발하는 동물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쩌자고 이렇게 식욕이 폭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섭취의 프로세스가 바뀐 기분이에요.

맛있는 걸 먹고 싶다 → 좌우지간 일단 먹어두자.


요맘때 되면 날씨 프로그램에서 날씬한 캐스터들이 약올리듯이 말 하죠. 겨울이야말로 다이어트의 최적기라고.

기온이 내려가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지는 F/W 시즌에 효과적으로 살을 빼서 내년 S/S 시즌을 준비하라고.

그걸 누가 모르나요? 하지만 문득 정신차려 보면 기다리던 버스야 나 몰라라, 어느새 한 손에 오뎅국물 들고 서 있는 거지요.

얼굴은 차갑고, 한 모금 오뎅국물은 너무 뜨근하고, 저 고구마 튀김 하나만 먹으면 딱 좋겠다 했는데, 이쑤시개에는 웬 순대가...


그러고 집에 가서 저녁을 또 먹어요. 남은 열무에 밥비비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지구멸망 전날이에요, 아주.


십대가 되고, 기울었던 가세가 제 궤도에 올라섬과 동시에, 신은 골목 입구의 도넛가게로 저를 시험하셨고,

한 입 베어문 단팥도넛의 달짝지근하며, 기름이 눅진한 풍미는 그야말로 하늘의 맛나. 

선악과 나무 기둥을 도끼로 박살낸 기세로 먹어 댄 결과, 저는 체지방소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내내 깽이(말라깽이) 였던 별명은 불과 1년 만에 뚱이로 둔갑, 


살이 찐다 → 운동이 싫어진다 → 운동을 안 한다 → 살이 더 찐다. 계통도를 충실히 따르며 체지방청년으로 진화를 하게 되었죠.

아마 1교시부터 보충수업에, 야자까지 체육과목으로 꽉꽉 짜여진 기숙학교(군대) 가 아니었다면 저는 어느 순간 빵! 하고 터져 버렸을 거에요.

아동비만이 무서운 것이, 성인비만이 지방세포가 커지는 것이라면, 성장기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는 방식이라죠?

꽃중년으로 거듭나려면 일단 배에 살이 없어야 하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배에 살이 붙어서 걱정입니다. 

뱃살을 빼려고 다이어트를 하면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얼굴살만 빠지니. 


20세기에 인류학자들은 천년 뒤의 인류를 예상하며, 퇴화한 근육에 비대해진 머리, 그리고 무지막지해진 성기를 그렸어요.

그 양반들 너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그나마 바뀌어서 커진 눈과, 길어진 팔 다리의 남녀가 서 있더만요.

(지금 문명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제 생각에 인류는 체지방이 잘 오르지 않는 쪽으로 진화할 것 같아요. 당분간은요.


브로콜리야, 너는 왜 맛이 없는거니?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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