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요.

2015.10.31 21:09

믿는도끼 조회 수:2537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고 그곳에서 계속 취업준비를 했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고 작은 회사에 다니다가

부모님이 계시는 지방으로 6개월 전쯤 내려왔습니다.

당신께서 하시는 일을 이어받겠다는 결정을 한 거죠.

일 자체는 싫지 않습니다. 벌이도 꽤 되고요.

다만...

다시 혼자 살고 싶어요. 그 공간이 서울이면 좋겠고요.

대학 입학 후 7~8년을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해왔고

그 독립적인 생활이 주는 자유와 낭만(이라고 표현은 하고 싶네요)에

너무 젖어있었나봅니다.

이곳은 서울도 고향도 아닌지라 연고도 없고

책 공연 영화에 환장하는 저로선 황무지 같은 곳이죠.

문화 인프라가 전무한 곳이에요.

CGV 하나 있긴 하네요.

일과 생활에 동기부여가 되고 반대급부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주변 환경에 전혀 만족을 못하다보니

나이 이십대 후반 다 큰 남자가 오춘기라도 겪는 마냥

툭 하면 뾰루퉁해있고 부모님과의 대화도 많이 줄었습니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요즘 같은 취업 시장에서

자영업으로 시작하는 것이니 그만큼

앞서가는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내지만

현재의 전 하루하루를 제 삶에서 꾸역꾸역 밀어내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차선으로 낸 아이디어가

친구들과 월세를 분담해 서울에 작은 원룸을 하나 구하는 겁니다.

내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환경에, 내가 원하는 지역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달에 며칠이라도 마음 편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 가치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근데 마음 맞는 친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네요.

우리끼리 아지트를 하나 마련하자는 생각엔 동의해주면서도

역시나 돈이 문제입니다. 다달이 몇 만원씩 매일 쓰지도 않을 공간에 세를 지불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겠지요. 저처럼 간절한 이유가 있는 친구들도 아니고요.

현재로선 결국 저 혼자인데..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말씀하시기에

조금 업 되서 피터팬에서 방 열심히 알아보다가도

남들보다 형편이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면서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쌩돈 몇 십 만원씩 사람 없는 집에 쏟는 게 맞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정말 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정말 정말 이곳이 못 견디게 싫기도 하고..

며칠째 마음이 싱숭생숭 하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거 같으세요?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돈 벌었어도 어차피 나갔을 돈이니까 방 하나 구할까요?

아니면

좀 참고 견디면서 돈 모으고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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