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2 16:28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고, 그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특히 요즘, 저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멀쩡한 친구가 정치적인 이슈를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이 황당할 정도의 답답함을 보일 때입니다.
잘생겼고 인기도 좋으며 인간관계도 좋은 예의바르고 인성도 좋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 본인은 자신이 중도에 있으며 어느 극단으로 치우쳐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점잖게 양쪽 모두 다 문제가 있다고 양비론을 펼 때,
속으로 울화가 치밀면서 또한 동시에 굉장히 우울해져요. 제가 잘 모르는 일이라면 "아~예"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가 잘 알고 있는 일이길래 그 양비론의 맹점과 헛점이 뻔이 보이고 그래서 가슴이 꽉 조이는 것처럼 답답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냥 일베하는 애들이 헛소리하는 것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허허 웃어넘기면 그만인데,
평소에 좋아했던 그런 분들이나 그런 친구들이 저런 반응을 보일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멘탈 관리를 하시는지요.
2015.11.02 16:34
2015.11.02 16:38
학부시절 저랑 가까이 지내던 아이가 딱 저랬어요. 본인이 절대 치우치지 않은 중도라는 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고요.
정치관이 답답한데 잘생기고 인기도 좋고 예의바른 게 중요한가요? 그건 그거고 저건 저거죠.
그 사람의 (아주 큰) 단점 중 하나일 뿐입니다.ㅎㅎ
저같은 경우,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생김새나 예의범절보다 사고방식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그 아이와는 깊은 얘기 안 하게 되었고,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후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지요. 속으로는 서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2015.11.02 16:43
흠. 근데 뭐 저도 저 스스로를 중도로 생각하는데요. 저도 다른 누군가에겐 답답하고, 울화가 치미는 사람일걸요. 타인의 정치성향에 대해서 더 포용있는 태도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거 같아요. 물론 저도 매번 그 한계를 시험받습니다.. 윤서인이나.. 통진당이나.. 그런 사람들 때문에요.
2015.11.02 16:52
일반적으로 '중립' = '결론이 양쪽을 다 거스르지 않음' 으로 생각들 하는데
강간이나 살인 같이 은폐된 팩트를 주로 말하면 대체로 깨지는 듯 합디다. 사고의 기반으로 하는 팩트 자체가 좁은 사람이 많음...
2015.11.02 16:53
저는 그냥 이해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돼는 삶을 살았겠죠.
2015.11.02 16:56
정치관 역사관이 다를 수는 있지만 양비론에 중도를 지킨다고 말하는 타입이라면, 사실은 꽤나 좁은 시각에 독선적일 성향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딱히 너무 멀쩡한 친구라고 판단되지 않더군요.
2015.11.02 17:02
2015.11.02 17:40
2015.11.02 18:01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이 없는 사안에 대해 기계적 중립, 양비른을 고수한다면 공감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할듯
2015.11.02 19:06
좀 안맞는 비유지만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인 입장이라는 사람을 보면 길 한가운데 막고 아무도 못가게 하는 사람이나, 차도에서 중앙선을 달리는게 생각납니다.
양쪽의 입장을 인정할수는 있겠고, 나는 어느쪽인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도 있을수 있지만, 나는 중간인 입장이라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사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예를 들면 국정교과서 같은 거요.
중도라는건 아마 평균적인 입장이라는 건데, 다수에 속해있다고 옳은것도 아니죠. 한세상 편하게는 살겠지만요. 평균적인 다수의 입장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중에 자신이 따뜻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요. 착각이죠.
2015.11.02 20:14
댓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설명한게 좀 오해가 있는 듯 한데요. 그 친구는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게 아닙니다. 단지, 그 친구는 제가 접할 수 있었던 자료와 지식을 접하지 못했을 뿐인것이지요. 그리고 한번 벌어진 정보의 간격은, 다시 복구시키려고 하면 잘 안되는 것이구요. 그래서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서 더더욱 안타깝다는 것이지요.
2015.11.02 23:43
아... 이 나라는 저런 사고방식이어야 사회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구나 자위합니다. 정보량에 대해 이야기 하셨는데 저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만 빼면 참 괜찮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정보도 접할 기회가 많을 겁니다. 결국 '지식'과 '기술'과 '접촉'에 의해 늘어나는 게 정보니까요. 보고도 못 본척 살고 있겠지요.
2015.11.02 23:59
아무리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다양하고 진실된 정보 환경에 접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당장 저 자신이 과거에 무척 편협했으니까요. 어릴 때 부산에서 자랐고 KBS와 조선일보만 보고 살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는 저같은 사람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다른 매체를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다른 매체"가 뭔지를 모르니까요. "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조선일보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도 보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지"라고 하는 것이지요. 인간은 환경의 동물입니다. 다행히 저는 대학을 가면서, 또 운이 좋아 좋은 선배를 만나서 지역탈출+주류매체탈출을 할 수 있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기회가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15.11.03 14:12
말씀하시는 "인성이나 사고방식이 멀쩡한 사람"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판단 기준 자체에 의문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말할 때 쉽게 양비론을 펼칠 것 같지는 않은데요.
2015.11.03 02:05
거북이가 느리게 가는것은 본능이고 거북이 맘이죠, 게가 옆으로 걷는것 역시 게의 본능이고 한계 입니다.
거북이가 느리게 간다고 내가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입장이죠. 거북이에게 너도 네발 다 달렸는데 토끼처럼 빨리 다리를 놀리지 않는거냐? 라고 답답해 하신다면 그것은 나의 욕심일 뿐이죠. 거북이가 자신의 네발을 어떻게 쓰는지는 거북이맘 아니겠습니까?
2015.11.03 02:25
양비론은 보통
그 이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얘기해야할때 무지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입니다.
멀쩡한 친구도 무지할 수 있잖아요. 멀쩡한사람도 모르는데 아는척하고싶을수도 있고.
2015.11.04 08:34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었습니다. 그 친구에 대해, 나아가 그 친구같은 다른 사람을 답답해하지 않으려고요. 정신과의도 당연히 약을 먹어야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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