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도 풋풋하던 시절이 있었고...아직 20대가 어른으로 보이던 시절에


나름대로의 좋은(조금은 아쉬운?)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에 전 태국에 있는 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함께 한국에서 온 A란 여자애에게 설레곤 했습니다. 제 소꿉친구였다더군요. 유치원다니기 전에 함께 놀았었다고...전 기억조차 못했지만요.


얼굴은 예쁘진 않되 매력있는 상이었고, 날씬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애였어요. 당시 사춘기에 들어가고 있던 제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보였죠.


하지만 일단 제가 여자에 상대적으로 눈을 늦게 뜬 것도 있고, 당시엔 정말 여성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게 너무나 부끄러운 시기였어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는 커녕 일부러 더 쌀쌀맞게 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치만 그녀도 어느정도는 제 마음을 눈치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시기의 어린애가 연기를 한다고 해봤자 티가 다 나거든요.


기숙사에는 수영장이 있었고,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은 질리지도 않고 거의 매일같이 거기서 물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어느날 A가 제게 와서 말하더군요. 오늘도 밤에 수영장에서 놀 거니까 오라고.


전 다 같이 노는 거지? 알았어. 라고 한 뒤에, 그날 저녁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있는 건 A밖에 없었고, 전 내심 당혹스러워하며 다른 이들은 어딨는지 물었습니다.


A가 답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못 왔다고. 그러니까 우리 둘이 놀래?


그래서 둘이 실로 건전하게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말이죠...


그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왜 그날 안나왔냐고 물으니, 애초에 A에게 아무런 말도 못들었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


그런데도 전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도 청소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있곤 했습니다. 공부도 같이하고, 쇼핑도 같이 하고 영화도 같이 보곤 했으니까요. 게임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었네요.


비가 오던 날 제게 우산이 없다며 와서는 함께 우산을 쓰고 기숙사까지 걸어가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끝끝내 전 용기를 내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제가 태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떠나게 될 걸 안 뒤에 A는 교실에서 "익명이는 나중에 정말 멋진 남자가 될 거니까 내가 찜!했어!"라고 말하며


제게 웃어보였습니다.


이제는 다 추억이 된 과거지만, 최근에 A의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찾아보다 그녀의 페이지를 찾았는데...


지금은 성형을 해서 옛날의 얼굴과 너무 달라져 조금 당혹스럽더군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뒀어야 했나, 내심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모습을 그녀에게 보인다면 그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때의 패기넘치던(숫기는 없지만) 중학생은 자라서 이렇게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불량어른이 되었으니까 말이죠.


전 아직까지도 확신은 없습니다. 그녀에게 저에 대한 호감이 정말로 있었던 건지 아님 모든 것이 저의 착각이었던 건지...


그래도 이렇게 혼자서 생각하며 조금은 아쉽고 그래도 아름다웠던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추억이죠.


얘기하고 나니 별 일 없는 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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