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인스타그램

2015.12.14 13:01

로치 조회 수:2056

새벽녘에 휴대폰 울리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지요. 

그래도 그 울림이 지구 반대편 햇살 아래서 "거 좋구만" 하고 남긴 하트 때문이라면 배시시 웃음이 나와요.

인스타그램 얘깁니다. 태국의 사진 좀 찍는 아줌마와는 상습적으로 하트를 주고 받게 되었고,

그제는 러시아 아줌마가 무려 스무 개가 넘는 사진에 하트를 달아 놨더라고요. 


트위터는 왠지 유명인사들의 허리춤을 붙잡은 팬들의 기차놀이 같아서 싫고,

페이스북은 써 보려 했지만,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고. 

대 SNS 시대에 남들 하는 거 하나쯤은 해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 인스타그램이었어요.

메시지가 주가 아니라서 이상한 소리 할 틈도 없고, 전 세계의 예쁜 여자들이 올린 셀카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절에 과학동아의 기자가 쓴 에세이 기억이 나요.

미항공우주국 연구원의 아내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고, 우주인의 시시콜콜한 사정을 듣는다며,

이제야말로 글로벌시대 아니겠냐고 자랑을 늘어 놓았더랬지요. (어.. 그래 영어 잘 하시네요..)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인터넷 없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터넷을 제대로 쓰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간 크롬을 클릭 해 봐야, 인터넷이라기 보단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의 인트라넷이었죠.


막 모르는 홍콩 언니야가 하트를 몇 개 날려 줬는데, 한 자리대 팔로워를 가진 초짜 유저는, 

벌벌 떨면서 처음으로 송화기에 대고 헬로~ 디스 이즈... 하고 입을 뗐을 때처럼 다소 흥분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어째 알고 하트를 날려 주신대요?" 댓글이라도 달아서 묻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카메라 사길 잘 했어. 암.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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