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창간된 미스테리아 2호가 나왔습니다.

초등 시절 이후로 잡지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또 두 달을 목 빠지게 기다려보긴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번 호 스페셜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스릴러 혹은 미스터리 작들을 다뤘더군요. 장르 용어로 가정 스릴러(domestic thriller) 혹은 칙 누아르(chic noir)랍니다.

'나를 찾아줘'를 읽거나 영화로 본 후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독자라면, '밀레니엄'의 리스베트가 겪는 참혹한 경험에 아파하고 속 시원한 응징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이라면 여성 주인공이 남편 혹은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겪는 불안감과 사건을 다루는 다른 유사한 작품들을 소개받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듯 해요. 


네. 이 잡지는 미스터리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지만 제대로 된 소개를 받을만한 창구가 빈곤한 풍토에서 목 말라하던 사람들에게 시원한 스포츠음료같은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작품 소개 받는 재미도 쏠쏠하고, 나름 성공한 외국 미스터리 작가와의 인터뷰도 좋습니다. 

2회에 걸쳐 '밀실 살인'에 대한 범죄 소설 작가와 건축가 사이의 분석적 대담도 실려있는데, 각종 밀실 살인의 공식들! 이런 거 너무 좋아요. 크리스티의 소설을 좋아하고, 미드소머머더스 같은 영드를 많이 봤다면 아 그 때 그 사건들이 이런 공식에 의한 거였구나 허벅지를 탁탁 치며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 뿐만이 아니라 범죄 근처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의 글도 볼 수 있습니다(2회에 걸쳐 법의학자이신 분의 글이 실렸습니다). 사실 저는 픽션보다는 실화가 더 끌립니다. 훨씬 더 무서워요.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들 중에서도 '미스테리의 계보'가 다른 책들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주변의 평범한 이웃의 악마성을 확인하는 일만큼 무서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각종 소개와 뉴스, 인터뷰, 대담, 글들을 배고플 때 짜장면 마시듯이 후루룩 마시고 나면, 잡지의 반 이상은 미스터리 단편 5-6편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뜨거운 커피 마시듯이 천천히 음미하며 읽습니다. 주욱 읽고 나면 나름 단편들에 대한 소감과 평가가 나옵니다. 이 작가 책은 사봐야겠군 하는 작가들이 좀 있네요.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잡지예요. 몇몇 영화 잡지들을 구독하다가 폐간돼서 못 보거나 제 돈이 궁해져서 못 보거나 하곤 했는데, 이 잡지는 좀 오래갈 것 같아요. 잡지도, 제 마음도 쭈욱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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