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컸니?

2016.01.07 01:38

Kaffesaurus 조회 수:2500

'mamma tack, ... inte' (영어로 하면 'thank you mammy, .. not') 


아이가 하고 싶은 게 많아 졌다. TV도 보고 싶고, 아이패드 게임도 해야겠고, 레고를 가지고 놀고도 싶고. 밥먹자는 말은 언제나 이런 노는 시간에 방해일 뿐이다. TV를 더 보고 싶다는 아이한테 안된다고 하고, 아예 기기를 꺼버리고 식탁으로 데리고 와 빵을 먹으라고 하니까, 언제나 처럼 앉아서 맘마 탁 이라고 말하더니 2초 뒤에 INTE (not) 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문법으로는 맞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라도,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무척 딸리는 말이지만, 자기 표현을 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막 웃었다. 그러자 아이도 씩 웃으면서 다시 한번 mamma tack inte 라고 말하더니 빵을 요란하게 먹기 시작했다. 둘이 이마를 맏데고 웃는다. 


언젠가 거북이는 과학 잡지를 읽다 말고, 이런 말을 했다. 거기 기사에 쓰여있기를 한 사람의 유전자에 94% 정도는 부모한테 온건데 6%는 돌연변이란다. 부모 누구한테도 받지 않은. 우리는 둘다 선물이의 눈은 그 돌연변이 구나 했다. 나도 거북이도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부터 우리는 도대체 이 눈은 어디에서 온건가했다. 아이의 눈에는 우주가 담겨있다. 


자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아빠를 닮아 길쭉 길쭉한 아이가 정말 이렇게 컸구나 싶다. 남보다 크게 태어났을 때도 내 한 품에 들어왔는데, 어느 순간 부터 좀있으면 엄마보다 더 커진다 라는 주변 사람들의 농담이 정말 사실이 되어간다. 언제 이렇게 컸니? 엄마가 정신없이 사는 동안 이렇게 컸니? 늘 그냥 몸이 곁에 있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엄마가 될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엄마였니? 행복하니? 잠자는 아이의 기다란 속눈썹을 세면서 물어본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가 새근 새근 평온하게 잠자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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