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연한 기회로 상담사분을 알게 되어, 오랜 친구와 함께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한두번씩, 총 다섯 번 정도 뵌 것 같네요.


4~5년 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고,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살만해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혼자 있을 때면 불안해지고, 아무것도 못 하겠는 건 여전합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기를 쓰고, 지인들과 대화하고 조언을 구하고,

저와 같은, 혹은 저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름의 조언을 해주면서

어느정도 극복이 되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또 힘들어지니 다시 수렁을 향해 파고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음, 내가 또 이러는군. 하며 대충 넘기고는 있고, 전보다는 훨씬 덜 휘둘리지만

무엇을 해야 앞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을는지, 도저히 답을 모르겠어서 괴롭던 참이었습니다.


상담을 처음 두세번 받았을 때는 전문가에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느낌만으로도 정말 위로가 되고 좋더라고요.

제가 원체 사람을 좋아하고 의존하면서도, 방어적으로 구는 면이 있었는데

다 털어놓아야 진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고 인도해줄 사람이 생기니 든든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평소에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얘기도 털어놓게 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줄줄줄 말하게 됐어요.

맘 놓고, 의식하지 않고 말할 상대가 생겨서 정말 좋아요.



2.

상담사분께 NLP(신경언어프로그램), 인간의 아홉번째 지능인 '영성-실존지능'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듣고나니

여태까지 혼자 해봤던 노력들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더라고요. (..)

따지고 보면 제가 별로 크게 힘든 환경에서 살아온 건 아니지만 워낙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었더라구요. (쿠크다스 멘탈..?이라고 하죠?)

근본적인 원인도 모른 채 혼자서 빵꾸 메우느라 참 고생했다는 생각도 들고, 진작 전문가를 찾았어야 했던 거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상담사분께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말씀을 하실 때, 재차 여쭤보거나 서슴지 않고 반박(?)하면 정말 조곤조곤 잘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도 바로바로 알아주시고, 그에 딱 맞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답을 주시다보니.. 상담사분이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저께 다섯번째 상담을 받고나서 의문이 좀 들기 시작하네요..;


영성-실존지능 (상담사분께서 보여주신 영상의 캡쳐본입니다. 링크: http://hanmunhwa0.blog.me/207527302) 에 대해서 말씀하실 땐

아무런 반감도 없었고 오히려 신기했었는데.. 정말 이게 답인가! 했었는데, 네번째 상담에서 '영혼'과 '신'에 대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평소 영혼이나 신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들이 악하든 선하든, 있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언젠간 종교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고요.



3.

영혼과 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이 오로지 요싱씨의 선택 때문에, 요싱씨가 잘해서 혹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냐(운의 개입은 없었다고 생각하느냐)고 여쭈시기에

"좋은 마음을 먹으면 안 될 일도 되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될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에너지들이 어느 곳을 향하느냐는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좋은 일은 남 덕으로 돌리고 나쁜 일은 자책을 심하게 하는 편인데, 스스로에게 참 가혹한 태도라는 걸 오늘 상담 중에 알았다,

그렇지만 좋은 일이 있어도 자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내 잘못도 있는 것이니 남 탓 해봐야 발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씀드리니,

자기 점검은 물론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이지만, 요싱씨는 너무 모든 행동의 결과를 '사람(자기자신)'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하시네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남탓을 하니 일상 자체가 지옥 아니었냐고요.

네, 여기까진 저도 인정하는 바예요!

반면에 제 친구는 불교이고 영혼은 당!연!히! 있다고 믿는 친구라.. 좀 더 빨리 개선이 가능할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자신감이 없고 자격지심이 심한 편이라,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맞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그 근거로 영혼과 신에 대해서 말씀하시니 왠지 거부감이 드네요.ㅠㅠ

신이 뭐라고 생각하냐, 영은 뭐고 혼은 뭐냐, 영은 분리가 가능하고 혼은 몸과 분리되지 않는다, 신은 독립적인 존재다 등등..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모르겠으나 다섯번째 시간엔 신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만 했던 것 같아요.


NLP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때, 

보다 상위에 있는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취하려고 노력하면 하위에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취해지고 해결되지 않겠냐며

인간의 행동 원리의 가장 상층에 위치한 것을 영성-실존지능이라 말씀하셨던 같긴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영성-실존지능이 높다더라고요.

그래서 신과 영혼 얘기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박진영씨 힐링캠프 영상도 잠시 보여주셨는데.... 잘 모르겠어요. 수긍이 되지 않네요. 

박진영씨의 첫 목표는 '돈'이었고, 돈을 벌고 보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니 '나를 도운 존재(신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가 누구인지 찾는 것'으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그 존재를 찾아서 갚아주겠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4.

저도 신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그 신은 인격을 가진 신이 아니라

말하자면.. 우주 질서? 자연의 섭리? 생명의 신비? 만물 공통의 진리?정도일 거예욬ㅋㅋㅋ...

상담 중에도 제가 믿고 있는 바대로 자연스럽게 치환해서 들었고요.


근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왠지 제가 이해한 바를 의도하셨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개신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사이언톨로지든, 제 괴로움을 종교로 해소할 생각이 아직 없거든요;

신이 있다고 믿을지언정, 그게 그렇게 제 인생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이고요.

물론 특정 종교를 권하실 생각은 없어보이고, 일단 본인부터가 종교가 없으세요.

의심이 되고 반감이 드는 부분은 반드시 상담사분이랑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신론자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상담을 진행하시며, 반드시 신의 존재를 믿어야만 진척이 있는 것이냐고 여쭈려고 하긴 하는데..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가 싶어서요. 


심리상담 받아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심리상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건지 여쭙고 싶었어요.

영혼과 신에 대한 언급도 NLP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신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예민해져서 굉장히 곤혹스럽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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