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7 11:05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저보다 한 학년 아래인 남자애가 하나 있어요. 합창부에 같이 있었고 졸업한 다음엔 별 교류도 없이 그냥 페이스북에만 친구로 돼 있는 사람이었어요. 사람이 웬만큼 저랑 달라야 말이죠. 뭘 먹고 컸는지 기분 나쁘게(...) 긍정적이고, 매사에 하나님이 우선인, X신짓은 안하지만 좀 이상할 정도로 열정적인 기독교인이었어요. 친구들끼리 인기는 얼마나 좋은지 페이스북에 뭐만 올리면 좋아요가 무슨 몇백 개 단위로 달리는데, 하는 말마다 하나님 하나님 해서 그냥 친구 목록에서 지울까 하고 있던 차에...
며칠 전에 자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요전에 생일 축하 메세지 받은 거 다 고맙다면서 한다는 소리가, 5월에 알래스카에 간대요. 무슨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이사를(move to) 한대요. 근데 여기서 기가 차는 건, 무슨 그냥 다른 주도 아니고 알래스카를 가는데 가는 이유도 없고 (?) 얼마나 오래 가 있을지도 모르고(???), 뭘 하고 먹고 살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디서 살 지도 모르겠고(?????????????????) 그저 주님께서 지켜줄 걸 믿고 간다면서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래요.
WHAT IS HE THINKING?!
종교 잘못 믿으면 사람이 저렇게 가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딱 생각나는 게, 홍수가 나서 어떤 사람이 지붕 위에 대피해서는 하나님이 구해줄거라면서 구명보트 헬기 다 거절하다가 익사한 다음 하나님한테 따지니까 "나는 도움을 보냈는데 니가 거절해놓고는 무슨 소리냐?" 했더라는 얘기였어요. 글 읽고 바로 "신이 너한테 뇌라는 걸 준 건 생각을 하라고 준 도움이다 이 멍청아" 하는 생각이 띵 들었어요.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 글에 달린 사람들 반응이었어요. 얘 페북 친구가 천 명이 넘는데, 그 중 얘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친놈아 넌 지금 기도가 아니라 계획이 필요하다" 라거나 다시 생각해 보라거나 하는 댓글을 달아줄텐데, 몇십 명이 댓글을 달았는데 하나같이 칭찬(왜?!)이나 주님이 지켜줄거라는 한결같은 망상이나 잘 지내라는 (헐...) 인사밖에 없어요. 댓글 읽으면서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지금 얘가 죽던 살던 관심이 없는 건가 아니면 똑같은 광신도들인가.
전 그렇게 친해본 적도 없고 해서 팝콘 먹으면서 지켜보고 냅두려고 했는데 이건 뭐 그냥 냅두면 알래스카 오지에서 주님 찾다 죽을 기세에요. 개인메세지라도 해서 설득을 해 보는 게 가치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니 사실 제가 알래스카에 대해 잘 몰라서 좀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멍청해 보이는 건 변하질 않네요
2015.03.17 11:12
2015.03.17 11:15
인투더 와일드- 지금 다니는 교회 제일 엿같은게 젊은 애들보고 오지로 선교사 들어가라고 하고 들어가라고 부추긴 인간들은 하나도 안 들어간다는 거지요
2015.03.17 11:31
2015.03.17 11:32
그런 거면 교회 일로 가는 거라고 꼭 밝혀요. 뭘 할지도 모른다고 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2015.03.17 11:37
2015.03.17 11:47
죽어도 날 어여삐여겨 데려가시는구나 하는게 종교인데
세상살이를 그 반 정도만 이해한다 해도 큰 사람이 될 법하죠.
근데 세상을 이해하면 종교의 극단적인 면이 없어지니
2015.03.17 11:52
주님 곁으로 갈 기세 헐 . . .
2015.03.17 12:20
설마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걸까요. 뭔가 계획은 있지만 말을 안 하는 거겠지요.
기독교인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상투적 표현법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자기 원하는 대로 하면서도 '주님의 뜻'이니 뭐니 '하나님이 지켜주길' 등등의 말을 중얼거리는 거 좋아해요.
2015.03.17 14:08
그런 것 같아요. 제 주위의 ㄱㄷ들도 보면 맨날 하나님 타령에 남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척하지만 알고 보면 자기들 가족만 챙기고 이기적이고 절대로 손해보는 짓은 안하더군요.
2015.03.17 12:24
2015.03.17 12:26
저도 요즘 정신나간 일부 종교광신도들의 행태에는 고개가 절래절래 하지만, 원글의 케이스는 딱히 남한테 민폐끼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알래스카가 무슨 혹독한 극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인구수가 수십만영이 되는 곳입니다. (제 가까운 지인 하나도 예전에 뜻하지 않게 알래스카에 몇주 머무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경치도 좋고 깨긋해서 살기 좋더라고 하더이다.) 그리고 이사를 할 때 신중히 고려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충동적으로 무계획으로 하는 사람들도 간간히 있잖습니까.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아는 사람도 없고 구체적인 살 장소나 계획은 없지만, 무작정 제주도나 산간벽지로 이사간다는 사람들 종종 볼 수 있죠. 그런 케이스가 해외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보시면 될 듯.
2015.03.17 12:29
그런 건가요? 전 여행이면 몰라도 이사를 저렇게 충동적으로 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2015.03.19 04:01
2015.03.17 12:28
저도 알래스카 가고싶은데요.
용기가 부럽네요.
걱정해주는거 보니 꽤나 아끼시는듯.
2015.03.17 12:30
따...딱히 널 걱정해줘서 그러는 건 아니야!
남 일에 신경을 좀 덜 쓰고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2015.03.17 12:46
2015.03.17 17:13
이 댓글이 좋아요;)
2015.03.17 18:57
2015.03.18 00:11
2015.03.17 13:03
2015.03.17 14:23
저희 아버지가 입원했을 때에도 옆침상이 개신교인이었는데 방문자가 끊이질 않았어요. 목사가 와서 찬송가를 불러주고 신자들과 큰소리로 기도하고......웃기는 건 방문자들 중에 환자랑은 생면부지인 사람들도 많았던 거였어요 ㅎㅎㅎ 같은 병실 할머니가 천주교라서 묵주랑 성모상같은 걸 갖다놨는데 그걸 흘끔흘끔 고깝게 쳐다보기도 하고요. 방문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옆자리 환자 아저씨는 그들이 놓고간 돈봉투를 침대에 펼쳐놓고 부인이랑 돈을 세면서 김아무개는 이것밖에 안넣었어, 박아무개 짠돌이같으니... 이러면서 부인과 흉을 보더군요 ;;;
2015.03.17 14:11
종교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아요.
어린애들이 부르는 그쪽 노래중에 아프리카 덥고, 남극 춥고, 인도 싫다는... 그런 핑계대지 말라는 뜨악할 가사의 노래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 생각에서 가는건 아닐거라 생각한다면요. 알래스카가 춥긴 하지만, 전도 목적으로 가는 동네는 아닐테니까요.
2015.03.17 14:46
그냥 지나가려다, 개신교인들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아 한 마디 남깁니다.
지금이 기독교인들을 콜로세움에 밀어 넣던 초대교회 시절도 아니고, 현재 대한민국 개신교인들은 대부분 영악하게 현실의 영리를 추구하는 무리입니다. 종교라는 조직은 단순히 지도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에요. 신도들도 신도 커뮤니티 안에 편승하면서 크고 작은 실질적 이득을 얻습니다. 가장 작은 건 어중간한 자영업자들이 [주일은 쉽니다]라는 영업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먹고 사는 케이스가 증명할 것이고, 가장 큰 이익을 본 케이스는 어맹뿌 각하겠죠. 솔직히 이 분,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면 대통령 못 되었을 겁니다. 이사간다, 라는 지인의 페북 메시지의 생략된 맥락 속에도 아마데우스님의 황당함을 현실적으로 상쇄시켜줄 충분한 이익들이 들어있었을 겁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라도, 알래스카에서도 건재할 한인 신도 커뮤니티 안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어학연수 등의 스팩을 쌓겠죠. 스폰서?등등으로 불리는 현지 시민권자 신도의 신분 보증을 받아, 취업을 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이내 해당 국가의 영주권을 얻은 사례들도 제 눈으로 직접 봤구요. 오히려 명동 한복판에서 민폐 끼치며 욕을 얻어드시는 분들이 신앙적으론 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실 가능성이 큽니다.
2015.03.17 16:23
실제로 학계에서도 네트워크 관련 연구할 때 교회 케이스가 자주 언급되더라고요. 유럽부터가 이미 옛날부터 특정 계급 조직, 부인회부터 해서 지역 단위 커뮤니티가 교회를 통해 이뤄져 왔잖아요. 이미 연줄, 인맥이라는 데서 이해관계 형성의 가짓수가 무궁무진합니다. 사업부터 해서 취직, 각종 알선, 연애, 결혼...일사천리 수준. 청년부부터 교회에 인생을 쏟아부은 제 주변 몇몇 지인, 친구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독단적인 신앙의 핑계를 대지만 교회 사람 말곤 등한시해서 언제부턴가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특징이..). 취직, 연애, 결혼 전부 교회서 다 해결. 신도수가 제법 되고 이리저리 집회, 프로그램, 각종 단체 다 속한 채로 살아가면 두려울 것이 없을 법 하더라고요. 그 은혜의 빚(?) 생각하면 저라도 헌금이야 기꺼이 낼 수 있겠다, 굳이 남들한테 안 베풀더라도.. 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특히나 대형교회같은 경우는 진짜 그쪽에선 최고봉이죠. 제 아는 사람은 대형교회의 경우 워낙 신도층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응응 파트너도 찾기 쉽다더라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곤 합니다. 어찌됐든 동일한 신앙의 대상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매개체로 형제 자매가 되어 협조를 하는 컴퍼니를 이루고 있음은 사실입니다만, 순수 종교적인 측면에서 만약 그들에게 혼자서 신앙생활 하라고 하면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다면 정말 독실한 신자이겠고, 아니라면 그냥 나이롱 신자에 불과하겠지만 말입니다.
2015.03.17 17:09
so raw,adhoc님이 지적하듯이
신도들에 대한 평가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전반적 평가가 결여됐네요.
2015.03.17 17:31
전 개신교도가 아닙니다만 저도 그냥 지나가려다 한 마디 남깁니다. 저도 해외 생활 오래 해봐서 해외 개신교 커뮤니티의 행태를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한인신도 커뮤니티가 무슨 불법 갱단도 아닌데, 타지에서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네트웍을 형성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편의를 봐 주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한 편의가 지나쳐서 불법을 저지른다던가 하면 그걸 문제 삼으면 될 일이지, 님이 열거하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어학연수 스펙 쌓고 서로 신분보증해서 취업하고 학교 다니고 영주권 얻는 것' 그 자체는 뭐가 잘못 되었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주말은 쉽니다] 라는 영업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먹고 사는 케이스도 요즘 처럼 주말도 없이 일해야만 입에 풀칠하는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바라는 자영업자의 상 아닌가요? 그런 가게가 물건값에 사기를 쳤거나 불량품을 팔아서 님에게 피해준 적이 있다면야 또 모르겠습니다만.
2015.03.17 18:02
일단 제 글 속엔 가치판단은 없었구요, 그저 원 글을 쓰신 분께서 종교인의 위선을 워딩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착각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쓴 글입니다. 하지만 비단 종교 뿐 아니라, 현실적 필요나 욕망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더 고상한? 명분으로 포장하려는 양태들은 개인적으로 참 싫어합니다. 이런 시선이 글 속에 폄훼하는 듯한 뉘앙스를 남겼었나보네요.
2015.03.17 18:04
제목만 보고 신천지나 구원파 같은건줄 알았네요.
2015.03.17 19:06
저도 제목보고 사이비 기독교 얘기인 줄.... 갑자기 시집가려면 통일교라도 믿어라(?) 라며 통일교의 세계로 이끄려던 제 듣보 지인이 생각나는군요..;;;
님이 쓰신 경우는 못 돼 봤자 자기 팔자-_-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 그냥 넘기시길. 아마데우스님 아직 대학생 아니신가요? 뭐 대학생 때 자기 하고 싶은 대로(그게 종교이든 뭐든) 몇 년 살아봤자 인생 크게 망가지지 않습니다; 충동적으로 자기 미래를 결정하는데 그걸 본인 의지에만 귀인하느냐 아니면 종교나 다른 절대적인 믿음을 베이스로 삼느냐 차이인데 전자들 중에서는 자기 혼자의 믿음만으로는 뭔가를 결정하기 어려워서 굳은(거의 종교적인) 믿음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2015.03.18 03:03
원글에 '사이비'나 '이단' 같은 단어는 안 나왔지만 종교집단에서 타 종교집단을 두고 "쟤들 이상해"라고 하는 걸 보면 늘 웃깁니다. 외부인이 볼 때 제일 그로테스크한 게 '대다수의 착한 개신교인'이거든요. 저분은 아랍지역에 선교하러 간 김선일 같은 사람보다는 훨씬 낫죠. 북극곰 선교 하러 가는 것도 아닌 듯 하고.
2015.03.18 08:00
2015.03.18 23:08
2015.03.18 23:54
2015.03.19 04:04
2015.03.19 04:0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3884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2268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0649 |
설득하려 하지 마세요.
자기와 주님 사이를 가로막는 사탄정도로나 여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