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꾼의 일생은 고달프다...

2015.06.18 08:23

지나가다가 조회 수:845

이하는 그냥 개인적인 감상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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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더 키드(1859 - 1881)는 서부시대의 유명한 총잡이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영화 및 드라마의 소재가 되어 오곤 했다. 그에 대해 흔히 따라붙는 말이 "20년의 생애 동안 20명의 사람을 쏘아 죽였다(흑인과 미주원주민은 빼고)"는 것인데 사실 이 말은 좀 과장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총을 무지하게 잘 쏘고 살인을 꽤 많이 저지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보다 이 사람이 스무 살이 얼마 넘지 않아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에 더 주목을 하고 싶다.

 

서부영화를 보면 (특히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패턴이 있다. 낡은 옷에 지친 듯한 모습의 주인공이 황량한 마을에 나타난다. 그런데 그곳에는 주인공보다 더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들이 이미 몰래 숨어들어와 있다. 사실은 전에 주인공이 죽인 자들의 가족이나 친구... 아무튼 복수를 하기 위해 나타난 자들이다. 미리 엄폐하고 있다가 갑자기 기습해서 주인공을 죽이려는 것이다. 자.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이 죽지 않고 영화답게 멋들어진 반격을 가해서 이들을 모조리 쓰러뜨린다. 그런데 이게 실제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제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라 해도 뒤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내는 자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도 잠은 자야 하고 24시간 대비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도산이 싸움을 못한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를 죽인 것은 총도 아닌 술집에서의 사소한 시비로 튀어나온 3류 양아치의 칼침 한방이었다. (가끔은 그게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음모론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 솜씨에 대해 지금까지도 신화를 양산해내고 있는 김두한, 이정재, 시라소니 등... 이들 가운데 그 끝이 좋았던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가? 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중에 그나마 평안히 늙어죽은 자라면 오야마 마쓰다쓰(한국명 최영의) 정도인데 그건 그가 진짜 위험한 싸움판은 피해다녔다는 사실 이상도 이하도 말해주지 않는다. 고우영이나 방학기 만화를 보면 이사람이 실력은 둘째치고 엄청난 인격자인데다가 수련하는 모습도 마치 구도자의 그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내가 전에 본 이사람 자서전에서의 아래 글이 더 그의 실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되는가?

 

- 이국생활을 하며 돈은 곧 떨어지고 생활은 곤궁해졌다. 전에 싸우다가 급소를 친 미국인이 결국 죽었다는 소리가 들려와 겁이 나서 대낮에 길거리를 다닐수도 없었다. 경찰만 보면 목이 움츠러들었다. 할 줄 아는 건 싸움 뿐인데 길거리에서 벽돌을 깨고 병모가지 부러뜨린다 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꾀를 낸 것이 내 손을 매트 위에 올려놓고 길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망치로 내리치게 하는 것이었다. 단단한 바닥에서 그 짓을 했다면 제아무리 단련을 했다고 해도 당연히 뼈가 박살났을 것이다. 그러나 말랑말랑한 매트 바닥이기 때문에 망치가 떨어지는 순간 손을 내려 충격을 밑으로 흡수하게 해서 겨우 손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손은 벌겋게 부풀어오르며 욱신거리고 쑤셔대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머나먼 객지에 와서 이게 뭔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싶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린애처럼 펑펑 울어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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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새로운 사실을 배우려는 이도 있고 자기가 아는 사실을 남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당연히 케바케이겠지만 이 중에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도 상당히 된다. 현실세계에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고 분노는 쌓이지만 실생활에서 약자이니만큼 만만히 당해주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경우 인터넷에서 아무에게나 욕설이나 악플을 달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다. 일단은 보복을 당할 염려가 없는 데다가 (어떤 경우에도 모니터에서 칼이나 주먹이 튀어나오는 일은 없다) 아직까지 인터넷 사용자들 가운데 의외로 순진한 이들이 많아서 일단 말로 달래면서 사용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상대방의 흥분한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쾌감이 하늘을 찌른다. 다른 사람에게서 욕설을 먹는 것쯤은 자신의 즐거움을 증가시킬 뿐이다. 싸움은 싸울수록 실력이 늘기 마련이며 욕은 어차피 배를 뚫고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얼마 안 있어 그는 게시판에서 어릿광대가 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싸움은 싸울수록 실력이 는다는 말은 유감스럽게도 자신의 상대방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가 어떤 말을 들을 때 제일 약올라 하는지 바로 파악한다. 거기다가 이제 자신이 욕을 해도 이제 사람들은 '저 친구가 하는 말이니까...'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제 그들은 저 자가 어떤 황당한 소리를 해서 우리들을 웃게 해줄 것인지 거기에만 관심을 가진다. 사람들을 웃기지도 못하는 어릿광대만큼 처량한 존재도 없다. 더구나 신참 싸움꾼들은 어디서나 끊임없이 양산되는 법... 이들은 언제나 네임드 싸움꾼과 붙어서 자신의 이름을 단번에 알리고자 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결국 이런 자들이 그곳에서 얼마나 버티나 하는 것은 오직 그 인내심과 얼굴의 두께에 달려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건 "이런 곳에서 더러워서 못 있겠다"하면서 탈퇴하는 건 아주 흔한 패턴이며 곧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더욱 흔한 일이다. 마약을 그리 쉽게 뗄 수 있으면 중독자가 아니게? 어떤 때는 스타일을 바꾸어 점잖은 척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본색을 드러내는 거야 금방이다. 위에서 말한 패턴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잘 알려진 옛말을 다시 한번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운명이란 그의 성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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