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악몽의 패턴

2015.11.26 12:27

심연 조회 수:1007




날씨가 정말 춥네요.


간밤에 너무 끔찍한 악몽을 꾸어서 점심 시간이 되도록 여태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아까 전엔 화장실에 노트북을 두고온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아서 멘붕 상태로 10분을 전력 질주...



제목처럼 악몽 얘기를 좀 하자면요.


저는 여태까지 살아온 평생의 제 삶에 걸쳐서 꾸준히 반복되는 특정 유형의 악몽이 있어요.


총 세 가지인데, 아주 자주 꾸면 한달에 한 번일 때도 있었고,


텀이 길 때는 1년에 2-3번 정도는 꿨던 것 같아요.



첫번째는 누군가 저의 집 혹은 저희 가족의 안락한 공간에 침입하는 꿈이에요.


침입자는 대개 어두운 그림자 정도로 미스터리하게 표현됩니다.


꿈의 시작은 주로 어두운 밤에 제가 집의 창문을 꽁꽁 걸어 잠그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러다 말고 저 멀리 현관문이 살짝 열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꿈 속의 저는, 그 문을 닫으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는 동시에 왠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라 잔뜩 움츠러 듭니다.


제가 문고리를 잡는 순간 맞은편의 누군가가 동시에 문을 확 잡아당길 것 같은 그런 공포에 사로잡히는 거지요.


아니나 다를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문고리를 조심스레 잡는 순간,  이제 조금 긴장이 풀리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가 아주 강한 힘으로 반대편에서 잡아당기는 거지요.


혹은 더 적극적인? 침입자의 경우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저를 마구 공격하기도 합니다.


한 번은 좁은 틈새로 서로 칼싸움을 한 적도 있어요.


그 공포는... 으아... 꿔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그런 꿈이에요ㅠㅠ



두번째는 좀 더 어린 시절에 자주 꾸던 꿈인데, 엘리베이터에 관한 것이에요.


제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희 집 층에 내리려고 하면


어김없이 엘리베이터 뒷쪽 벽에서 기다랗게 팔이 뻗어나와 제가 내리지 못하게 저를 잡아당기는 꿈이었지요.



세번째는 신체 변형 꿈이에요.


이 꿈의 경우 초반부에는 별 의미없는 평이한 서사로 꿈이 전개되어요.


그러다가 제가 화장실에가서 거울을 보면,


어느새 제 이빨이 다 썩어서 빠져 있거나


(꺼멓게 변한 제 이가 우수수수 빠지는 꿈도 꾼 적이 있어요. 정말 스크림에서나 들었던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피부가 괴물처럼 변해있거나,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휑한 두피에서 피가 흐르는... 그런 꿈입니다.


오늘 꾼 꿈도 그랬어요.


제 두피에 머리카락이 몇가닥 채 남지 않은 채, 두피는 거의 썩어가고 있었어요.


재밌는 건, 이런 꿈을 자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꿈 속에서 제가 보이는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더라는 거에요.


그 순간 '이건 꿈이야'라는 인지는 여전히 없지만, 


엄청난 공포와 좌절 상태에서 조금 차분한 순응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척 단축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이러한 상상을 하지도, 이런 류의 영화나 무언가를 보지도 않아요.


심지어 어제는 무척 기분이 좋고 건강한 날이었고요!


아, 물론 일 때문에 바깥에서 추위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이렇게 제가 느끼는 의식적인 상태와 제 꿈이 보여주는 감정의 간극이 너무 큰 날에는


배신감 비스무리한 걸 느껴요.


마치 가만히 있는 저를 제 자신이 공격한 기분이랄까요.


이런 꿈을 꾸고 나면 제 뇌가 무척 미워집니다.



제 절친한 친구는 중고등학교때 입시 스트레스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아직도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시험지 앞에 앉아있는 꿈을 꾼다고 하더군요.


앞자리에서부터 시험지가 넘어오기 시작하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공부한 게 없는 상황이어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는...



이건 심리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어떤 문제일까요?


인사이드 아웃식으로 보자면, 제 꿈 공장에 상주하는 감독이 선호하는 스토리가 뚜렷한 것이겠죠.


저도 유니콘이 춤을 추고, 조증에 가까울정도로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신나는 꿈 좀 꾸고 싶어요.


듀게 여러분은 반복해서 꾸는 악몽의 유형이 있으신가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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