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에게 들은 옛날 얘기

2015.12.10 00:23

메피스토 조회 수:1639

* 메피스토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극적인 사건-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별 일 아니거나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꽤나 이야깃거리가 될만한 일들이 여기저기 포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화자의 표현능력이 부족하다던가, 화자 스스로가 별일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때문에 묻혀있을 뿐이지요.


이 얘긴 밥을 먹다 모친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대화가 그렇듯, 이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그냥 아래 내용만 그대로 옮깁니다. 



* 1950년대 후반~60년대일겁니다

동네에 과부 A가 살았습니다. 당시 나이는 20~30대.

한국전쟁당시 남편이 인민군에게 총알받이로 끌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사실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총을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A는 이후 동네남성 B와 연애를 했다고 합니다. 

총각과 과부의 만남;개인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있을리 만무한 옛날의 촌에서는 여러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소재였겠지요.    

B의 집안에선 여기에 부담을 느꼈나봅니다. 

뭐 굳이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아니더라도, 어찌되었건 결혼경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합은 요즘도 반대하는 집안이 있으니 그때 당시에는 말다했을겁니다.

집안의 반대로 B는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허나 B도 딱히 완강히 거부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A와의 감정이 깊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냥 포기가 빨랐던건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B는 그렇게 결혼을 했고 A는 혼자 남았습니다.


한두달인가 지나, B는 죽었습니다. 

사인은 농약. 막걸리에 섞여있는 농약때문이라고 합니다. 밭에서 일하다 죽었으니 자살로 보긴 어려웠을겁니다.

A는 B가 죽은 직후 동네에서 종적을 감췄습니다. 

동네사람들은 A가 막걸리를 들고 B에게 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한두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봤다고합니다.

허나 이런 이야기들은 수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로야 어찌되었건 당시 촌에서 농약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건 드문일이 아니었고, 애초에 '수사'라는것 자체도 그렇게 타이트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A는 동네에서 종적을 감추기전 딸과 시어머니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함께 떠나자고 했었는지,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고백을 했는지, 아니면 자신은 어떤 관련도 없다고 말했는지......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릅니다.

분명한건 A는 혼자 떠났고, 그녀의 딸과 시어머니는 이후 계속 동네에 남아서 살았지만 이후 A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A의 소식은 풍문처럼만 들려왔다고 합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지금은 '인근지역'으로 치지만 역시 예전에는 한참거리였을 지역에서 새로운 남성을 만나 살림을 차렸다고 합니다.

처음 몇달은 행복하게 사나 싶었지만, 얼마 뒤 남편의 폭행으로 인해 문자 그대로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 모친의 이야기에 어느정도 과장이 있는지, 어떤 부분에 왜곡, 은폐가 있는지, 이런건 사실 모릅니다. 

허나 미스테리하면서도 어느부분에서건 상당히 비극적이고, 한편으론 당시 생활상같은 것이 굉장히 잘드러나 있는듯한 얘기라 옮겨적어봅니다.  

저도 두건정도의 살인사건을 간접적으로 겪어본지라, 의외로 이런일이 과장이나 왜곡이 없어도 굉장히 극적인 부분이 있다는걸 잘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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