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1 21:33
1.길을 빙빙 돌며 어디로 놀러갈까...하다가 그냥 왔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놀러가려다 안간 것과 같은 이유죠. '저 녀석은 오늘같은 날에도 갈 곳이 없어서 여기 와 있는 거야'라고 여겨질 테니까요.
지난번 연말에는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텐션을 올리면서 '10! 9! 8! 7! 6!'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저에게도 텐션 올리기 대회에 동참하길 강요했어요. 빌어먹을 새해 카운트다운을 같이 하자는 거였죠. 왜 저렇게 신나는 척을 하는 거지? 새해가 된다고 뭐가 나아지나? 비참함이 사라지기라도 하나? 하고 갸우뚱거리는 동안에 새해가 됐어요.
아까 길을 빙빙 돌다가 돌아와보니 문득 그때 일이 떠올랐어요. 그때 앞으로는 12월31일-1월1일 사이엔 어디 가지 말자고 다짐했었는데 깜빡한 듯 하네요.
2.듀게에 쓰는 글들 중 희망적인 내용은 거의 없네요. 한데 어쩔 수 없어요. 희망적인 일이 일어나기 전엔 희망을 가질 수 없거든요. 희망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요. 쳇.
3.이게 신화 속의 이야기라면 프로메테우스가 알아서 불을 가져다 주겠지만 여긴 현실 세계죠. 내년이 와봤자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누군가가 불을 가져다 주거나 빛을 가져다 주진 않아요. 인생에 밝음과 따뜻함을 가져다주는 빛과 불을 알아서 조달해야 하죠. 그러려면 빌어먹을 노력을 해야 하고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봐야 보잘것없는 빛과 불이나 간신히 얻겠죠. 빛과 불을 가져보지 못한 녀석들이나 부러워할, 보잘것없는 빛과 불이죠.
4.휴.
5.마침 tv에서 exid가 나오고 있군요. exid에 관한 글을 두어 번인가 썼었어요. 한때는 그들을 좋아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그만뒀어요. 휴.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빛과 불을 불러들일 수 있으니까요. 존재만으로 빛과 불을 얻어낼 수 없는 나는 평생 빛과 불을 돈을 주고 사야만 하고요.
6.흠...치킨이나 먹을까 싶네요.
7.한데 치킨을 먹으려면 가서 포장해서 직접 가져와야해요. 왜냐하면 저는 동네의 치킨집들에 점수를 매기거든요.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동네에 존재하는 동 프랜차이즈 중 배달이 가능한 프랜차이즈는 다 별로고 배달이 안 되는 지점의 퀄리티가 제일 좋아요. 예전에 배달을 해달라고 해도 본사에서 지정한 배달 구역 문제 때문에 배달을 못온다고 대답을 들었어요. 이쪽 구역에 그쪽 배달부가 왔다가 이쪽 구역 프랜차이즈의 직원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별로 좋지 않다는 듯 해요. 뭐 그마저도 이젠 배달이 수지가 안 맞아서 홀만 운영하기 때문에 먹으러면 직접 가야 해요. 귀찮아서 갈까 말까 고민중이예요.
2015.12.31 23:06
2016.01.01 21:17
1. '빌어먹을 새해 카운트다운' 이라는 표현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으흐흐. 크리스마스건 새해건 날짜에 날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에 기념일마다 들뜬 분위기에 공감할 수 없어서 약간 손해보는 기분이지만, 대신 그런 날 키배에 가까운 격한 논쟁을 하건 남들 쉴 때 홀로 출근을 하건 별다른 자괴감도 느끼지 않으니 이럴 땐 건조한 감성이 차라리 이득인 것 같기도 해요.
2. 굳이 희망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중간한 희망은 때로 사람에게 냉소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봐서 적당히 안정적인 상태에서 이따금씩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편이고, 그런 삶을 지향하는데, 여은성님의 글을 읽다 보면 이미 자연스럽게 그런 삶의 양식을 체득하고 계신 것 같아서 부러울 때가 많아요. 다음은 몇달 전 좋아하는 소설을 읽다 눈에 들어온 문장인데, '인색한 자를 바보로 만들면서~' 부분이 예전에 여은성님께서 적어주신 일화(남을 위해 돈을 쓰는 적이 거의 없던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도시락 살 돈을 얻어낸)와 너무 절묘하게 들어맞는 바람에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하지만 난 정지하고 있는 영혼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아냐. 움직이는 거, 발전하는 거, 발전하는 영혼. 알아들어? 그걸 난 좋아한단 말씀이야. 지혜, 지혜가 뭔지 알어? 우리 한국사람들은 정말 그걸 모른단 말씀이야. 모르면 물어봐야지, 누구한테? 르네상스 시대의 이태리 사람들에게. 그럼 뭐가 지혜냐? 간단해. 자기 남편을 근사하게 속여넘겨서 다른 남자와 간통하는 재주. 자기를 골탕먹인 사람에게 통쾌하게 같은 정도로 골탕먹여주는 방법. 인색한 자를 바보로 만들면서, 동시에 돈주머니를 손수 끄르게 하는 재주, 요컨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방법. 그런데 그 방법들이야말로, 동시에 영혼의 명암을 뚜렷이 구별해주는 조명이란 말씀이거든. 내 말 알아듣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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