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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예고편을 볼 때 걱정이 많이 들었지만,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을 비롯한 친숙한 피너츠 캐릭터들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는 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영화는 약간의 변화들만 빼면 원작의 분위기에 꽤 충실한 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전 옛날 피너츠 애니메이션 영화들에 더 정이 가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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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영역으로 날아가려고 하지만, 결과물은 싱겁기 그지없습니다. 플래시백으로 처리되는 원작 소설 장면들이 스톱 애니메이션으로 근사하게 표현되는 거야 좋긴 하지만,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전달되는 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상투적이고 심심한 편이거든요. 비슷한 내러티브 상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성취도가 더 높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대신 추천하고 싶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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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에 신이 산다]

  자코 반 도마엘의 신작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그의 전작 [미스터 노바디]처럼 판타지적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브뤼셀 시 어딘가에 정말 신이 살고 있는데, 구약성서의 신처럼 성질이 더러운 개망나니인 그는 그의 가족들에게도 폭군이나 다름없고, 어느 날 그의 딸은 여기에 참다못해 옛날 옛적에 그녀의 오빠가 했던 것처럼 일탈을 시도합니다. 2013년 제 최악의 영화 감상 경험들 중 하나였던 [미스터 노바디]처럼 진지하게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영화는 발칙한 유머 감각과 상상력으로 이를 보완하면서 자잘한 웃음들을 던져대고 덕분에 저는 유쾌한 크리스마스 날 저녁을 다른 관객들과 보내게 되었습니다. 결말이야 작위적이지만, 신과 관련된 코미디에서 그 유명한 모 이야기 기법을 쓰지 않으면 좀 그러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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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스캔들]

  텍사스 주 오스틴 시의 어느 피트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트레버와 그 밑에서 일하는 트레이너들 중 한 명인 캣은 서로에게 부담 없는 사적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가끔씩 섹스를 하는 것 외엔 자신들 공적 관계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가지 않았지만, 트레버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부자인 새 고객 데이브가 캣과 가까이 지내면서 이 셋 간의 관계는 슬슬 삐걱거리기 시작하지요. 최근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직행한 [피트니스 스캔들]의 장점은 익숙한 삼각관계처럼 보이는 세 주인공들의 관계를 느긋하게 이리저리 조절하면서 작은 웃음들을 자아내는 것인데, 가끔은 너무 좀 느릿해서 탈이지만 뚜렷한 캐릭터 설정과 주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 덕분에 결과물은 꽤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피어스의 경우, 그는 [프리실라] 이후로 가장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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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토드 헤인즈의 신작 [캐롤]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2년 레즈비언 로맨스 소설 [The Price of Salt]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재 자체가 민감하다보니 하이스미스는 그 당시에 필명으로 소설을 출간했는데, 말년에 제목을 [캐롤]로 바꾼 가운데 자신의 이름으로 재출간했지요. 하이스미스의 친구였던 필리스 네이기의 각색 각본은 원작을 여러모로 압축하고 변경했지만, 기본 줄거리에 충실한 편입니다. 1952년 연말 시즌을 맞은 뉴욕에서 젊은 백화점 직원 테레즈는 우연한 기회에 상류층 부인 캐롤과 눈이 맞게 되는데, 이들의 관계가 깊어져 가는 동안 당연히 이들은 곤란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지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헤인즈의 다른 시대극 드라마인 [파 프롬 헤븐]보다 절제된 편이지만, 영화는 그에 못지않은 분위기와 자잘한 디테일들로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가운데, 두 주연 여배우들의 호연은 근사하기 그지없습니다. 테레즈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원작에서는 간간히 어렴풋한 캐릭터였던 캐롤을 네이기의 각색을 바탕 삼아 우아하면서도 입체적인 멜로드라마 캐릭터로 구현한 케이트 블란쳇이야 말할 것도 없이 멋지지만, 상대역인 루니 마라도 만만치 않습니다. 캐릭터 설정 상 상대적으로 연기할 거리가 더 많은 걸 고려하면 그녀가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블란쳇 대신 탄 게 이해가 가더군요. (***1/2)


 P.S.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사용된 노래 한 곡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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