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6 21:20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에는 누군가에게 무언가 충고를 가장한 꼰대짓을 하는 것은
그걸 하려는 충동이 생기는 단계에서 이를 억누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해, 한 해 노쇠해질수록 제가 남에게 충고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는 이미 그걸 해버린 다음이더군요.
늙는다는 것은 몸의 구멍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란 시니컬한 문장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 구멍에 입구멍(...)도 포함되는 것 같다는 씁쓸한 자각에 삐걱거리는 무릎으론 제법 무거운 이불을 걷어차느라 괴로운 순간이 많습니다.
충고 무용론을 젊은 시절부터 절감했지만 이젠 입장이 나름 '기성세대'가 되어서 인지, 비슷한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 습관 때문인지
그래도 가끔은, 아주 적은 경우이겠지만 꼰대짓이 아닌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충고가 가능하진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상대가 조언을 청할 때 하는 것 = 충고 및 조언
상대가 조언을 청하지 않는데 하는 것 = 꼰대짓
인데요.
또 다른 기준이 있지는 않은지 혹은 충고 무용론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 등을 들어보고 싶네요.
2015.08.06 21:22
2015.08.06 21:44
생각해보면 20대 때 제 지금 나이 때의 어른들이 세상 다 산 것처럼 조언이나 오지랖을 했는데 전 나이 먹었어도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정도로 어른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대체 왜 그들은 그리 어른인 척 했던 거지 오히려 이해가 더 안 간달까요. 사람 성향 차이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십대로 돌아간다면 공부 열심히 해 좋은 대학 가서 좋은 기업 취직하고 결혼도 잘 할 것 같지만(...) 누구나 다 공부 잘 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한 것처럼 조언도 뭐, 옳긴 해도 누구나 다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무용한 것 같아요. 조언이란 게 대부분 사회상식이나 현실적 조건에 맞춘 교과서적인 내용이 될 때가 많잖습니까. 조언하고 싶은 건 그리고 말하는 건 공짜라서 그런 것 같고요. 정말 누군가를 격려해주고 싶다면 차 한 잔 밥 한 끼라도 사서 행동하는 편이 맞다고 느끼게 됩니다. 최근 건강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오래 처했었는데 누구의 조언도 실효성도 없고 도움도 안 되더라고요. 조언은 당사자가 원했을 때만, 그리고 얘기하다 어차피 그 사람에 맞는 조언이 아니라고 여겨지면 나에겐 너에게 맞을 조언 같은 게 없다고 말해두는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2015.08.07 14:25
연장자라는 이유 하나로 하는 충고들은 꼰대짓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네요.
2015.08.06 21:49
상대가 내 조언을 듣던 말던 내 마음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으면 조언.
내 조언을 듣지 않아서 답답하고 짜증나면 꼰대짓. 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2015.08.07 14:27
목적이 강제력을 끼치려는 것이라면 역시 꼰대짓이 될수도 있겠군요.
2015.08.06 21:50
충고무용론 네이밍센스 좋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충고에 대한 철학은, 에헴,
자존감이 좀 약해질 때 듣는 사람이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함으로써 자기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제 체험에서 나온 일반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15.08.07 14:28
'원하지도 않는 충고'에 방점을 찍는 편이 더 설득력있어 보이네요.
2015.08.06 21:52
밥 먹었냐고라도 물어보고 많이 사주면서 말 적게하면 조언, 개뿔 도움 주는거 하나없이 말만 늘어놓으면 꼰대질
2015.08.06 22:18
나이들면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어라. 라는 말이 있다더군요.
2015.08.07 14:29
개인적으로 이런 논리는 조금 점잖은 물질만능주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특별한 이유없이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도 싫어하구요.
2015.08.06 22:19
저는 원글님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데요,
돈을 받고 해주는 말 -> 조언
돈 안받고 해주는 말 -> 꼰대질
즉, 저에게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듣고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면 꼰대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공짜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ㅋ
그럴싸 하쥬?
2015.08.06 22:22
참 쉽쥬? 그러고보니 일주일에 한 번정도 찾아와 커피 사면서 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일부러 듣고 가는 후배가 있기는 하군요.
2015.08.07 14:31
금전거래 유무보다는 '조언의 대상자가 간절히 조언을 필요로 하는가'를 기준으로 잡으면 어떨까요?
2015.08.07 01:07
2015.08.07 14:32
역시 강제력을 끼치려는 의도가 없어야 충고라는 말씀이시네요.
2015.08.07 06:59
제 경험상... 한두 문장으로 끝내면 충고, 막 부연하고 보충하고 적절한 예를 들고 싶고 그러면 하이킥이었습니다.
2015.08.07 14:32
이 댓글 많이 찔리네요.. ㅠㅠ
2015.08.07 09:10
'나도 틀릴 수 있다' 를 전제로 하고 말하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 같습니다. 꼰대짓은 대부분 본인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데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2015.08.07 14:33
이 기준 참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2015.08.07 19:12
세상에 백짓장 한 장 차이인게 어디 한둘인가요. 그리고 전 이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바에 따라 다르다고 봐요.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내용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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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준에 하나가 더 있네요.
상대가 조언을 청했더라도 충고를 하는 도중 상대의 반응이나 생각보다는 발화되는 나 자신의 말이나 식견에 스스로 감탄하여 분량 조절을 못하는 상황 = 꼰대짓
인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