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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리 페이스에게 빠져 있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ㅋ

(맥스 윙클러 감독의 2011년 작품이네요. 첫 장편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더군요. 대충 시놉만 보고는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더니^^;;

의외로 묵직한 청춘의 성장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샘의 신작 발표회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와의 대화 자리였는데, 신나는 신작 동화의 - 예, 주인공 샘은 동화작가거든요 -  발표가 끝나니, 이게 왠일인가요...객석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게 아닙니까! 하지만 누군가 혼자서 아주 요란하게 박수를 치면서 열렬히 환호하고 있군요. 바로 샘의 절친 마셜.

 

마셜과 샘은 그렇게 신작 낭독회-_-;;를 마치고 주말 여행을 떠납니다.

이 둘은 절친이고 어찌된 일인지 거의 1년만에 다시 재회했더군요. (정확히는 8개월) 두 살 차이나는 (마셜이 샘보다 형이네요) 연령으로 보아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동네 친구 같군요.

오랜만에 만난 둘은 그 또래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샘은 23살, 마셜은 25이죠. 이 영화에서는 이들 주인공들의 나이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답니다ㅋ) 신나게 차를 몰며 길을 떠납니다. 그러다 중간에 마셜은 샘이 친구에게 뺏어온 칼을 선물로 받거나 샘의 카드가 정지되어 혼자서 숙박비를 다 물게 되거나...여튼 뭔가 조짐이 좋지 않은 일들을 겪게 되면서 - 이게 친구야 빈대야...-.,-... 이번 휴가 길이 그렇게 즐거울것 같지는 않을것 같다는 예감을 하게 됩니다. (그 많은 여행 짐을 꾸린 것도 차를 몰고 온 것도 마셜이었는데 말이죠) 그러다 둘은 마셜이 봐뒀다는 호텔을 가려다 잘못해서 어떤 저택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집에서는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근처의 인디언 호텔에 머물렀다가 다시 근처에서 열린 해변의 야외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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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파티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마셜과 샘

 

그런데, 사실 이 남의 해변 파티에 부득불 오게 된건 샘의 강권 때문이었죠. 마셜은 오랜만에 친구와 둘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독이며 인디언 호텔에서 쉬려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샘은 정장까지 차려 입으며 이 해변 파티에 가자고 성화를 부립니다. 하지만 위의 짤에서 보이듯 파티에는 온통 중년과 노년의 나이든 사람들 뿐이죠. 샘과 마셜같은 이제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끼어들기에는 뭔가 분위기가 맞지않는. 거기다 초대를 받은적도 없는데!

그러던 와중에 샘과 마셜은 이 파티의 주빈이기도 한 젊은 커플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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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커플인 위트와 조이(우마 서먼 분)

 

샘과 조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면서 마셜은 친구의 의도가 수상해지게 됩니다. 샘 말로는 이 모든 건 어쩌다가, 근처에 휴가를 왔다가 이곳 파티장에 들르게 되었다고 조이에게 얘기하고 있는데, 분명히 마셜은 친구에게 억지로 끌려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거든요. 게다가 더 결정적인 건 이 연회장은 아까 둘이 잘못 운전해서 들어가게 됐던 바로 그 저택의 해변 소유지이도 하구요. ( 샘은 분명히 여기 근사한 호텔이 있다고 하면서 아까 그 저택으로 마셜이 차를 몰고 가게 했었죠.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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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의 약혼자 위트 (리 페이스 분)

 

아프리카에서 TV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입니다. 약혼녀 조이와 이번 주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 지금 열리는 이 파티는 위트의 생일 파티겸 새 신작 상영회를 갖는 자리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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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트의 자연 다큐 중 한 장면

 

위트는 근래에 주목받는 다큐 감독중 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영화 내내 그는 다소 코믹스럽고 경망스런 분위기의ㅋㅋㅋ 자유분방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사실은 마음 깊이 터지는 분노를 조용히 삭히고 있었을 뿐이죠;; (그래도 위트의 코믹스런 모습은 영화 내내 빅 웃음을 주더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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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연회장에서 결혼 발표를 하는 조이와 위트

 

대체 샘과 조이는 무슨 사이인 걸까요? 정말 샘은 우연의 일치로 여기에 온 걸까요? 당연히 아니죠. 샘과 조이는 사실 보통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이미 전부터 뉴욕에서 알고 지낸 사이였고 실제로 계속 편지를 주고받는 연인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조이가 편지로 이별 선언과 함께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했고 샘은 연인을 찾기 위해 부랴부랴 이 자리까지 뛰어든 거죠-_-;;

 

여기까지 보면 흔한 로맨틱 코미디가 갖는 요소는 그럭저럭 갖춘것 같은데...영화는 그렇게 평범한 구도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까 주인공 샘과 마셜의 나이가 20대 초중반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샘의 연인인 조이는 40대 여성이고...그의 약혼자는 서른을 훌쩍 넘긴 젊은이이죠. 이건 비단 역할을 맡은 배우의 나이가 아니라 실제 영화상 그렇게 나옵니다. 마셜이 그래서 이 파티에 노인네들 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여기 끼어야 하냐고 투덜거렸던 거죠.

 

 

 

(어딘가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조이의 남동생. 이 캐릭터 역시 영화 내내 예기치 않은 코믹스런 모습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사랑과 우정에서 쓰라린 눈물을 흘리는 샘에게 따뜻한 위로를 선사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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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에게 이별을 고하는 조이)

 

샘보다 훨씬 큰 키나 나이 차이만 (배우의 차이로만 17년이라고 하네요@.@) 봐도 이 둘이 그닥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란걸 알 수 있죠. 어린 샘 혼자서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관계. 거기다 더 큰 문제는진지하게 둘이 사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이 둘은 거의 팬팔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둘의 관계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조이는 미동부의 전통적인 부유한 집안의 상속녀이고( 그녀의 약혼자인 위트도 전형적인 동부 명문가의 상속자) 샘은 그냥 미국의 소시민에 불과한 것이라는 이 둘의 계층적 차이입니다.

그 뿐인가요. 샘은 딱하게도 인기 작가가 아닙니다. 영화 도입부의 그 민망한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신작 발표회라는 것도 샘이 조이에게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급조된 자리였을 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비'란 뉴욕에서 동부 해변가의 저택까지 샘을 데려다 줄 수 있는 호구 친구를 말합니다. (물론 그 호구는 샘을 자기의 절친이라고 믿고 있는 마셜이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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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장에서의 난장판 로맨스를 -_-;; 거친 뒤 대화를 갖는 조이와 샘

(이들 대화에서 샘의 딱하고 철부지 같은 처지가 드러나죠)

 

마셜은 물론 바보가 아닙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샘의 냉담함에 속이 상하면서도 ( 마셜이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병원에 있던 1년 가까이, 한번도 연락을 주지 않았음에도) 기꺼이 샘을 따라서 친구의 여행 수발을 다 들어주는 걸 감수하는 헌신적인 친구입니다. 그러나 모든 걸 알게 된 다음엔 그도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죠. 절친이라고 믿었던 녀석이 그저 자기를 이용만 하기 위해 여길 오게 한 것부터, 거기다 불쌍한 여자의 결혼식을 망치려고 한다는 - 이건 마셜의 대사 - 사실에 결국 뚜껑이 열리고 맙니다. 둘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서로에게 쌓인것을 터뜨리고 말죠.

이 장면에서 의외로 마셜이 자기 주관이 강하고 또렷한 친구라는 걸 새롭게 보여줍니다. 사실 마셜은 정말 보기 딱한 친구였죠. 어딘지 모르게 덜 떨어져 보이는 데다가 샘같이 영악한 친구에게 우정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서 쟨 정말 뭐하는 애인가 싶었거든요-_-;; 하지만 이 캐릭터는 젊은 시절의, 청춘들의 우정에 드리워진 어떤 그림자 같은 걸 상징하는 존재인것 같습니다. 모든 젊은이의 우정이 마냥 밝고 건전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특히 마셜이나 샘같은 20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저 시절엔 정말 친구들간의 우정이 전부인 시절인데, 마셜처럼 어딘가 모르게 그런 주류에서 밀려난 딱한 청춘들이 있게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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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와 연인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혼자 돌아오는 샘. 샘에게 이번 2박 3일의 휴가는 남달리 기억될 듯 합니다.)

 

마셜은 샘에게 충고합니다. 저 사람들은 책임감이 전혀 없고 - 마치 돈 많은 갓난아기 같다구요 - 샘에게는 그의 연인인 조이가 불쌍한 여자라고 했지만, 실은 역시 철부지인 스무살 청년을 한 때 데리고 논 못된 여자였던거죠;; 그렇다면 샘은? 물론 샘은 조이를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샘이 처한 상황은 경제적으로도 너무 무능력하고 감성적으로도 이기적이라고 밖에는 말 못한 상황인 겁니다. 샘 또한 조이같은 돈 많은 상속녀와 결혼해 의지해 살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돈 많은 부인에게 의지하면서 글만 쓰면서 사는 전업작가를 꿈꾸었던 건 아닌지...;; (물론 샘은 전혀 그렇지 않은듯 허세를 부렸지만)

 

이 모든 잔인한 상황을 깨닫고 실의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샘에게 어느새 친해진 조이의 남동생이 다가와 따뜻한 위로를 건냅니다. 아직 젊으니까 그냥 떠날 사람들 보내주라고요. 그리고 새로 시작한다면 이딴 청춘의 실연 쯤 금새 잊어버릴 거라고. 일상적인 위로이긴 하지만 그 말에 용기를 얻고 샘은 마음을 추스리며 떠나갑니다.

그리고...물론 화가 나서 먼저 떠나버린 친구 마셜과도 재회합니다. 마셜은 그렇게 친구에게 퍼붓고 떠나버렸지만 그래도 혼자 버려둔 친구가 걱정이 됐던거죠. 못되고 이기적인 녀석이지만 그래도 제일 힘든 시간을 홀로 보내고 있을 친구에게 마셜은 다시 한 번 우정의 기회를 줍니다.

 

이렇게... 젊은 작가의 치기어린 사랑의 모험극은 무슨 촌극처럼 끝나고 말았습니다만, 보면 볼 수록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자기 작품이나 우정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한층 더 성숙한 자세를 가질 수 있겠죠. 최소한 친구에게 빈대붙는 경제력부터 우선 해결해야 하구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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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을 올리는 조이와 위트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더군요ㅋ)

 

이들 결혼식 장면은 정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일생 행복할 것 같더군요. 이 커플은 전형적인 오래된 연인으로, 사귀다가 서로 잠시 딴짓도 하다가 - 영화상에서는 조이의 바람기만 나왔지만 - 그럭저럭 서로에게 젤 잘 어울리는 건 서로라는 결론을 내린 듯 마침내 결혼식을 올립니다. 이 영화에서 정말, 유일하게 로맨틱 코미디 다운 장면인데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결혼식이었죠. 보는 이도 행복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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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건 보너스 짤^^ 검색하다가 리 페이스가 넘 멋지게 나와서 줏어왔습니다. (영화 싱글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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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페이스와 주연 배우 마이클 안가라노 그리고 감독인 맥스 윙클러

 

윙클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보는 내내 이건 누군가의 자전적 이야기 아닐까 했네요. 게다가 영화 배경도 지금이 아닌 70년대라서. 하지만 감독님은 83년생의 젊으신 분.

 

 

 

결혼식 전날 밤 파티에서 위트와 조이.

리 페이스와 우마 서먼 조합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이더군요. 이날 파티에서 리 페이스가 정말 재밌는 댄스 장면을 보여줬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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