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를 보다가 엘프를 만나다

2015.12.11 20:50

Bigcat 조회 수:1200

chatelai.jpg

 

 정원의 샤틀렝 씨Nicolas Chatelain in the Garten, 1791, 요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티슈바인 John Friedrich August Tischbein, 뮌헨 바이에른 주립 미술관

 

 

티슈바인이라는 화가는 얼마전 복식사에 관한 자료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됐습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개인이 아니라 '가문'으로 뜨네요. 와~대단한 화가 집안이네요. 18 ~ 19세기의 독일 각지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하면서 이들 가문에서만 배출한 화가들만 20여명이랍니다. 대단...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54081&cid=40942&categoryId=34391

 

정말 이런 걸 보면 무슨 유전이라는게 진짜 있는건지, - 그러니까 재능이 유전된다는 거 말입니다. - 아니면 그만큼 사람에게는 자라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되겠죠. 이 스무 명의 화가 티슈바인들 중에서 가장 한국인들에게 알려졌을 분이 바로 이 두 초상화를 그린 요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1750~1812)의 사촌! -  빌헬름(1751∼1829) - 일겁니다. 이 사람이 바로 괴테의 초상화를 그렸거든요. ( 덕분에 저도 초딩때부터 티슈바인은 몰라도 그 괴테의 초상화는 익히 봐왔으니까요.)

 

Johann_Heinrich_Wilhelm_Tischbein_-_Goet

 캄파냐에서의 괴테, 요한 빌헬름 티슈바인, 1787

 

( 빌헬름은 당시 로마의 고전 문화에 빠져있던 괴테를 위해 배경으로 로마의 폐허를 배치했는데, 주인공 괴테의 조각같은 위엄 때문에 - 솔직히 무슨 조각하다 만 부스러기들이 널린것 같네요-_-;; - 로마의 잔영이 잘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초상화에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인물이죠. 괴테는 이 초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자기랑 꼭 닮았다나요! ( 선생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어야죠 )

 

 

 그런데 삼촌과 조카 둘이 거장으로 있는 이 화가 가문 사람들 중에 본문의 이 두 작품을 그린 사람은 요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입니다. (그러니까 가운데 괴테 초상화 빼고...) 이 분의 작품경향은 미술사조의 두 조류인 로코코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 두 사조에 걸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우연찮게 보게 된 두 초상화가  - 그러니까 걍 제 맘에 제일 든 엘프들 - 딱 그 두 양식 대로 그려졌네요? ( 아니, 이런 재밌는 우연이 ..ㅋ )

 

복식사에서 샤틀렝씨의 의상은 대혁명 직후의 프랑스의 부르주아 계급이 입던 전형적인 의복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후 자코벵이 집권해서 공포정치기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저 반바지가 긴 바지로 바뀌겠...) 그리고 아멜리에 폰 레베츠. 이름에 von이 붙는거 보니 귀족인가 봅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나 나폴레옹과 전쟁을 했음에도 이렇게 프랑스식 혁명 드레스가 여성들에게 유행한 건 정말 신기하긴 하더군요. (물론 나폴레옹이 점령지마다 자신의 정치 아이콘인 신고전주의를 강요하긴 했습니다만) 소녀가 입은 그리스식 드레스도 그렇지만 소녀의 표정이나 무슨 조각상 같은 자세나 전형적인 신고전주의 초상화입니다. ( 아무개 초상화라고 써 있지 않으면 무슨 신화의 한 장면 인줄 알겠네요. 그런데 화면 중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 물고 날라오는 게 왠지...이건 수태고지인데...-_-;; 그러니까 성모에게 예수 탄생을 알리는 메세지요. 그런데 이건 개인 초상화거든요. 이런 종교 코드를 써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무슨 다른 뜻이 있을지도)

 

 

여튼 간만에 엘프를 만나서 ㅎㅎ 하다가 그리신 분은 어떤 사연이 있으신가 찾아봤더니 예술 양식의 두 사조를 거치면서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딱 두 엘프가 정확히 그 두 사조대로 각각 그려짐. 재밌네요. 이런 우연.

 

 

 

 

 

 

 

 

Amalie_von_Levetzow_(1788-1868)_by_Johan

 

 아멜리에 폰 레베츠 Amalie Von Levetzow, 1803, 같은 작가,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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