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옷을 매우 좋아해요.
대학 때 처음으로 규제를 벗어나 내 맘대로 옷을 입을 수있게 되자
제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 기나긴 여정을 떠났죠.
그야말로 모든 스타일을 다 해본듯 합니다...;;
사실 스타일을 찾자!해서 그런건 아니고 저런 옷도 입어보고 싶어!하면서 사모은 거지만요.

가난하던 시절이라 돈이 늘 부족했어요.
과외비를 받고나면 먼저 명동이나 이대에 달려가 옷을 사는 게 제 인생의 낙...이었죠.
사는 옷은 딱 하나. 2~3만원이내가 한계였어요. 더 비싼걸 사면 다음 과외비 받는날까지 돈이 모자라 굶고.....

그렇게 사서 마음에 드는 옷은 몇년을 입고 헤어질때까지 입고 그래서 정말 청바지가 찢어져서 그냥 그러고도 입고....

뭐그러다보니 대충 안어울리는 게 뭔지 깨닫게 되긴 했습니다.

옷을 워낙 잘안버리다보니 대학때도 옷이 항상 많았고 이사할때마다 옷이 너무 많아요.
결혼이후엔 제 옷이 너무 많다보니 나이가 들어 입지 못하는 스타일은 최대한 줄이고 잘 안입는 옷도 버리는데
사실 과거엔 잘 안입던 옷도 어떤 특정 아이템을 사면 다시 잘 어울리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되어 완전소중한옷으로 재탄생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더 잘 못버리는 듯 해요.

그래도 최근엔 좀 덜사고 이사때마다 최대한 처분하려 노력합니다만.......
이미 옷장 한 세트를 제 옷으로만 다 쓰고 있죠.

그런데도 막상 입을 옷은 별로 없고
새로 사러 나가면 너무너무 입고 싶은 옷이 넘쳐나요.
남편은 그 옷이 그 옷이라며 저외엔 아무도 안입을 것같은 옷만 산다는데
제 눈엔 모두가 다른 옷들인데 말이죠.

그리고 회사에서 입을 옷 외의 캐주얼한 스타일은 주말에나 겨우 입는데
전 주말에 거의 안나가고 잠만 잔다는게......

잊고 있었는데 새빨간 플레어 원피스를 사놓고 너무 강렬해서 회사에 딱 두번 입고 가고 더이상 입지못하고 장롱에 쳐박혀 있죠.
지금은 배가나와 더 못입고 이렇게 몇년 지나면 나이가 들어 못입겠죠. 흑흑

엄마가 젊은 시절 옷만드는 일을 했었는데
엄마가 디자인한 옷은 정말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럼 좀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지 왜 남밑에서 일했어?라고 물으니
그 시대엔 여자가 사업을 하지도 않았고 자본도 없었고
내 능력을 탐내는 남자들에게 휘둘려 모든 걸 빼앗겼을거라고 하더군요.
유순한 엄마 성격에 정말 그랬을 법 하지만
문득 그때 엄마가 본격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더라면 혹은 사업을 했더라면 나는 원없이 많은 옷을 입고 풍족한 생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했었어요.
심지어 결혼 후 힘들 게 사는 엄마를 찾아 미국에서 친구가 와서 미국가서 같이 사업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는 얘기를 제가 고등학교 때 듣곤 그때 따라갔으면 나 영어도 잘했을텐데!하며 엄마를 원망하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죠.

현재 엄마 역시 매일 입을 옷이 없다며 옷선물을 최고로 치는 걸 보니
역시 옷 좋아하는건유전인가 싶어집니다.....
(다행히 구두와 가방은 덜 집착하고 데일리로 쓸만한거 하나면 만족합니다..)

음 쓰다보니 또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졌는데
뭐 여튼 그냥 게시판이 어지럽길래 바낭하나 투척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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