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신비

2015.11.23 21:09

디나 조회 수:2077


    한때는 호러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딱히 호러가 좋아서가 아니고 자극적인 걸 찾다보니 온갖 극악한 영화들을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딴걸로 자극안되서 별로 안봐요....) 뭐 그러다보니 

    고어한 것들에 내성이 좀 있습니다. 아무리 비주얼이 참혹해도 결국 사람몸뚱이도 뭐 일종의 기계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얼마전에 우연히 링크된 걸 타고 is가 탱크로 사람 처형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캐터필러에 살아있는 사람이 깔려서 육포처럼 납작해지고 뇌수가 터져서 사방에 들러붙은 끔찍한 모습을 영화도 아닌

    실제상황으로 봐버렸습니다. 하지만 으악 극혐 끔찍해 이런 생각은 전혀 안들고 '왜 저렇게 까지 유난을 떨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이 이렇게 끔찍한 걸 봤는데 

    심리적으로 미동도 안하는 저의 내성에 살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죽었다 깨나도 못 보는... 앞으로도 못 볼 것 같은 영화가 마루타입니다. 물론 그 영화 자체가 별로 진지한 영화도 아니었고 역사고발을 빙자한 싸구려 익스플로테이션 영화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731부대의 만행이 실화였고 인류사의 수많은 극악무도한 일들중에 최악의 범죄라고 생각해서인지 저는 그것에 대한 순수한 공포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요. 순수한 공포라는 말은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까지는 좀 오버지만)로 치면 프레디나 제이슨이나 데미안도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스무살도 되기전에 이미 그들?은 저에게 귀염둥이들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731부대 심지어 그냥

    숫자731이 저에게는 아직도 그 유년시절의 순수한 공포 그대로의 존재로 남아있어요. 왜 그렇게 두렵고 끔찍하게 생각하는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가해자와 희생양의 그 권력관계?

    의 차이가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진 형태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그보다 더 벌어질 수 있을까? 힘을 가진 쪽은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희생양을 더이상 끔찍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하고 희생양은 마루타란 말 그대로 통나무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냥 당할수 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런 상황이 개인적인 범죄가 아니라 국가가 동원되는 일이라는것. 게다가

    최악의 전범인 이시이(731부대 우두머리)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고 그들 중 상당수가 일본 의학계에 원로대접 받으면서 잘 살았다는 것...... 

    더이상 최악일 수가 없지요.


    그런데 왜 무의식 이야기냐면. 제가 아무 생각없이 시계를 볼 때마다 7시31분인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때마다 소름이 확 돋습니다. 그런데 이게 횟수가 너무 잦아요. 물론 이럴수가 있겠죠.

    사람의 신체는 생각보다 굉장히 신비로워서 제가 7시31분에 시계를 보고 섬찟함을 느꼈던게 강하게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서 그 시간만 되면 조건반사처럼 나도 모르게 시계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만약에 정말 그런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거라면 그거야 말로 놀랍다고 할까요? 새삼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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