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ㅊㅈ)

2016.01.03 19:30

여은성 조회 수:778


 1.창작에 관한 잡담이예요. 창작에 처음 손을 댈 때는 많은 시간을 설정을 짜는 데 몰두하게 되죠.

 설정...설정을 짜는 건 재밌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일지도 몰라요. 어쨌든 창작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서사를 전개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시시콜콜하게, 다른 사람이 반박할 여지가 없도록 자신만의 작은 왕국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신경을 기울이게 돼요. 언젠가 말했듯이 진정한 재능은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고 관심을 가지는 초기 단계에서는 아직 '돈이나 벌려고' 이걸 하는 게 아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반박당하지 않을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건 아주 중요한 거예요. 반박당하는 건 침범당하는 거니까요.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위대한 걸 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침범당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2.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충분한 생활비와 충분한 유흥비가 들어오는 역세권 건물을 가진 게 아니라면 어느순간에는 결정을 해야 해요. 이야기를 만드는 걸 그만둘지, 아니면 이제부터는 이야기를 돈으로 바꿀지 말이죠. 이야기를 만드는 걸 도저히 그만둘 수 없어서 이야기를 돈으로 바꾸려고 결심한다면 그때부터는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겠죠.


 3.이야기 상품을 만들 때 어떤 경우에는 트렌드를 먼저 분석하고 어떤 경우에는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어떤 경우에는 서사를 먼저 짜 보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뿌리에서 가지가 나오는 건지 가지에서 뿌리가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슬금슬금 나무 전체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때 쯤 되면 설정에만 매달려 있을 순 없어요. 상품으로서의 이야기는 매번 흥미로운 상황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설정의 정합성과 이야기의 재미를 저울질해 보게 되고 추는 대개 이야기의 재미 쪽으로 기울죠. 사람들은 그걸 '막장화'라고 불러요.


 4.휴.


 5.하지만 그러다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해요. 시장 분석을 아무리 해 봤자 이야기를 돈으로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는거죠. 결국은 자신이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수법으로 쓰는 거예요. 사실 이 세상엔 실력자가 많으니까요. 다른 실력자가 잘 하는 걸 따라해 봤자 결국은 들키거나, 들키기도 전에 망해버리거나 둘 중 하나죠. 아무리 상품이라고 해도 결국은 자신이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쓰면서 누군가 이걸 돈을 주고 사가기를 바라는거죠. 


 6.모든 건 돌고도는 거니까 이야기가 인기를 얻었다면 다시 설정에 신경쓰게 되는 단계가 오죠. 설정을 짜는 건 자신만의 세계에 생기와 개연성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봐요. 사실, 처음에는 설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이야기의 시작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건 설정이 아니니까요. 사람들이 설정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단계라면 이미 그건 뭘 해도 되는 이야기라는 거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귀찮아지는 단계기도 해요.


 7.설정을 눈여겨 보는 인간들은 이러거든요. 

 "3년 전 연재했던 챕터의 12페이지 부분에서 주인공이 가는 식당의 메뉴판을 봤어? 이건 말도 안 되지. 주인공이 사는 곳은 내륙인데 왜 생선이 고기보다 싼 거지? 큭큭. 나라면 저런 실수는 안 했어. 작가는 나보다 멍청해."

 이런 식으로요. 작중에 묘사되는 경제 규모에서부터 복식, 주인공들이 가는 식당의 메뉴판까지도 지적질 대상이 돼요. 

 휴.

 거대한 이야기 상품을 파는 작가가 된다면, 작중 규칙에 의거해서 정합성을 확보해 놓긴 해야죠. 하지만 이야기가 쌓이면 쌓일수록 모든 부분에서 앞뒤가 맞게 하기는 어려운 거죠. 그때 쯤 되면 처음 창작에 손댈 때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려 했다니 하고요.
 

 8.지겨운 연휴가 끝나고 이제야 다시 세상이 움직이는 날이 오는군요. 내일 다시 게임 서버가 열려요. 최고의 중독성을 가진 온라인 게임, 주식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