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과 함께 글을 하나 쓰고 있어요.
무늬는 SF인데 이런쪽 글을 한번도 써본적이 없어서 장르분야 글쓰기는 어떤식으로 진행해야하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더라고요.
이곳에서는 관련된 경험들이 많으신 분들이 많을것 같아서..

플랫폼이 무엇으로 정해질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영화나 소설쪽은 아닐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나 그쪽 작업이 될 것 같은데..

저와 작업하시는 분은 성향이 좀 즉흥적이고,이미지적이세요. 그러니까 눈을 감고 그 상황에 빠져서 이야기를 전개해보는걸 좋아하시죠.그리고 착상이랄까요. 그런게 좋아서 꽤 매력적인 요소들을 많이 만드세요.
그런데 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구성하기 힘들어하시고, 아이디어들이 찰나적이며, 느낌이 현실적이지 않고 굉장히 동화적이거나 신화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건 재밌게 발단을 구성하시고..그 전개는 자주 환상으로 훌쩍 넘어가버리시는거죠.

성향인 것 같은데, 예를들면 어떤 중요한 기계장치가 있다고 한다면, 그걸 묘사할때, 그 분은 자주 그걸 고래모양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마치 성경의 요나나 피노키오의 모험처럼 고래 뱃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싶어하시는거죠.
그게 이미지적으로 참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질감에 맞는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그렇게 가버리면 너무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이 되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저는 어느정도 현실적인 기반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 분은 그런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들이 소모적이고, 의미가 없다고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저도 이런 작업이 처음이고 뭐가 맞는지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같이 작업하면서 궁금한 점들이 있는데요.

1) 만약 장르가 SF라면, 그리고 그게 아주 현실적인 SF가 아니라면 현실적인 기반,즉 어떤 설정을 하고 나서 그게 이치에 맞는지 현실성 있는지를 얼마만큼 충족시켜야 하는걸까요?
   앞서 듀나님이 쓰신 글에 '번개맞고 인격생긴 로봇'이라는 얘기를 하시면서 그걸 비웃으셨던데, 아무리 SF판타지라 해도 납득되지 못할 설정들은 독이 되는걸까요?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저는 그 분과 오히려 성향이 반대라서, 모든 상황들에 대해 다 납득할만한 설정을 넣어줘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거든요.그러다보니 설정이 너무 많아지고, 전사가 복잡해지고..결국 그 모양새들은
   다른 SF 이야기들에서 너무 차용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식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곤 해요.
   그렇게 하나하나 납득시키고 가다보니 결국 수많은 클리세들이 모인 군집의 형태가 된 이야기라는 느낌..
   그 분은 너무 상상이 신화적이고, 저는 너무 전형적이죠.
   이를테면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같은 느낌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SF가 가미되었고 어느정도 현실적인 설정이 기반되어 있다면, 이후 벌어지는 모험들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 상상>이란 범위는 어느정도가 되는걸까요?

2) 설정과 관련되어 차용과 클리세, 표절의 범위를 잘 모르겠어요.
   어떤 설정을 쓰다보니 그게 너무 모 영화에서 따온 느낌이 강하게 든다.했을때, 그 설정은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장르 클리세정도로 남겨둬도 되는걸까요?  
   그 영화들이 그런 설정의 원조는 아닐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워낙 특정영화의 이미지가 절대적이라.
   이를테면 영화 아바타의 설정, 멀리 있는 껍질에 교신해서 다른 생체를 움직인다는 설정은 아바타 고유의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외계의 교신을 받고 해독해서 그들에게 가는 우주선을 만든다는 설정은 콘텍트의 것일까요?
   설정을 만들다보면 진하게 다른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이때 이것들을 써도 될지, 비켜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 완전히 일치하는게 아니라서 더욱 그래요. 설령 그게 표절이나 클리세라 할지라도 분위기에 맞는 설정이면 차용해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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