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걍 두 편 묶음으로 적어 봅니다.


 1. 공작왕 (1988, 83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초... 무슨 작이라구요?;;)


 - 어떤 유적 발굴 현장에 갑자기 애니 코스프레를 하고 냐하하하하~ 하고 웃는 괴여성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갑자기 다 캐놓은 유적 하나가 쪼개지면서 그 속에서 빨간 반들반들 수트를 입은 젊은 여자애가 나타나고. 사방으로 아주 느린 화이어볼을 발사해서 콰콰콰콰쾅...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글로리아 입의 눈깔에 끼운 저것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네팔과 일본에서 노승려가 젊은 제자 하나씩을 붙들고 설명 모드. 간단히 말해 아까 그 빨간 여자애(?)가 아수라라는 녀석인데, 악마왕을 부활 시킬 재료래요. 그래서 얼른 가서 잡아 죽이라는 것. 뭐 그러합니다.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이 두 제자들은 쌍둥이 형제 관계이고, 마물과 인간 혼종 혈통을 가진 관계로 짱 셉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란성 쌍둥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 다들 아시다시피(?) 당시 인기였던 일본 만화책을 갖고 만든 영화죠. 물론 그 긴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으니 캐릭터와 설정들만 가져와서 대충 90분 분량으로 꾸역꾸역 조립해서 만든 관계로 내용은 많이 달라요. 원작에선 '공작' 한 명이었던 게 영화판에선 둘로 갈라진 것이 대표적이죠. 홍콩 & 일본 합작 영화여서 양국에서 각자 흥행을 노리려다 보니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구요. 이제야 알았지만 글로리아 입도 일본에서 활동 경력이 있는 분이었다고 하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지간하면 2D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냥 2D로 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만. 그래도 해맑은 게 귀여우신 우리 원표 아자씨.)


 - 암튼 뭐, 21세기 기준으로 따졌을 때 역시나 나사가 되게 많이 빠져 있는 영화입니다. 아니 사실은 제대로 조여져 있는 나사가 몇 개 없어요. ㅋㅋㅋ

 별 의미 없는 장면으로 시간을 잡아 먹으면서 정작 중요한 전개는 되게 초고속에 날림으로 흘러가구요. 홍콩, 일본 등등을 오가는데 왜 돌아다니는지... 야 뭐 합작 영화라는 사정 때문이겠지만 그런 행적에 개연성이 없고. 주인공들이든 빌런이든 간에 런닝 타임 내내 '쟤들 왜 저러는데?'라는 행동들만 합니다. 보다보면 양측 다 아수라를 빼앗기고 싶어 환장한 것처럼 굴어요. ㅋㅋ

 게다가 원표나 글로리아 입이나 어차피 연기 잘 한다는 소리는 죽어도 못 들을 양반들이잖아요. 여러모로 완성도에 대해선 미리 포기해버리는 게 현명합니다. 그나마 일본 공작 역의 미카미 히로시는 평타는 쳐주더군요. 각본의 난장판 퀄리티를 생각하면 그보다 더 칭찬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받아랏 뽜이야볼!!!!)


 - 그렇게 종합적으로 '그 시절 스토리 신경 안 쓰고 대충 만든 홍콩 오락 영화' 느낌이 물씬 나는 가운데 정말 의외로 건질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크리쳐들이 의외로, 생각보다 괜찮아요. 나름 원작 만화의 기괴한 괴물들 느낌을 잘 살린 디자인도 괜찮고. 스톱 모션을 이용한 움직임은... 어쩔 땐 웃기지만 또 어쩔 땐 나름 근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크리쳐들을 통해 벌어지는 액션이 또 의외인 게, 당시 홍콩 영화에선 잘 보기 힘들었던 '나름 고어' 묘사들이 꽤 들어가요. 그래서 몇몇 장면들은 딱 거기만 떼어 놓고 본다면 상당히 그럴싸한 동양식 오컬트/호러 영화인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이런 부분들이 결합돼서 진짜 의외로(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ㅋㅋㅋ) 잘 살아나는 게 또 최종 결전입니다. 굉장히 단순한 옛날식 특수효과로 그 '악마왕'을 표현하는데 그게 꽤 적절하고 그럴싸해요. 그리고 거기에 맞서 주인공들이 합체 필살기를 쓰는 장면의 연출도 기대 이상입니다. 원작의 연출을 따라하려 애쓴 것 같은데, 그 시절 특수 효과 수준을 생각할 때 아주 괜찮았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살벌 괴상망측 크리쳐 디자인과 고어스런 액션 연출은 꽤 좋았습니다.)


 - 결론 : 스토리나 연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시절 기준 의외로 훌륭한' 몇몇 장면들만 즐겨도 좋겠다는 분들만 보세요. ㅋㅋ

 사실 전 그런 사람이 아닌데요. 그냥 그 시절에 못 본 게 한이었던 영화들 중 하나라서 이제사 봤습니다. 당연히 추억팔이 외의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다 보고난 후의 소감은 꽤 좋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런닝타임의 절반 정도는 그냥 싱겁고 지루했다는 건 분명히 밝혀둬야겠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유일하게 멀쩡한 연기를 해서 오히려 괴상했던 우리 일본 배우 미카미 히로시님. 멀쩡한 연기력답게 후속 필모가 가장 알차시더군요.)



2. 공작왕2: 아수라전기 (1990, 93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원표 아재 표정 연기 좀 부탁해요...)


 - 코끼리 등에 타고 (아마도) 네팔 사원 언저리를 놀러다니는 아수라찡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근데 얘는 왜 1편에서 자기 이용해 먹으려던 악마가 입혀준 코스춤을 그대로 입고 다닐까요. 뭐 암튼, 그러다 사원 승려에게서 '이러쿵 저러쿵하면 세상에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 딱 그대로 해버리네요.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사건의 수습은 두 공작과 비구니 전투 요원들이 맡고. 그 벌로 아수라는 당장 죽든가 아님 영원히 이상한 구멍 같은 데 들어가서 도나 닦으며 살라는 판결(?)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두 공작의 아무 근거 없는 떼쓰기와 우기기로 결국 구멍행(...) 전에 1주일의 바깥 세상 구경을 허락 받구요. 신난 아수라는 바깥 세상에 나가 다시 신나게 사고 치고 돌아다니고, 공작들은 그거 수습하느라 개고생을 하는 가운데 새로운 빌런이 나타나 아수라를 어떻게 해서 악마 군단을 부활 시켜 보려고 애를 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1편과 다르게 둘의 성격 설정도 사라졌습니다. 그냥 둘 다 아수라만 보면 헤벌레헤벌레... 천진난만해요.)

img.gif
 (...뭐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바뀝니다. 이건 그냥 그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에요. 실제로 영화 내용 중 개그씬의 비중이 최소 과반은 되는 것 같구요. 이티와 그렘린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애완 요괴가 엄청 큰 비중으로 나오는데, 얘 나오는 장면들만 놓고 보면 방학용 어린이 영화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리고 제목대로 아수라가 주인공입니다. 두 공작은 조연으로 밀려나고 특히 원표는 출연 분량도 엄청 적어요. 그리고 그 아수라가 펼치는 드라마라는 게... 말하자면 '시한부 청춘 드라마' 같은 겁니다. 7일만 허락된 자유를 즐기며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이 현세의 서민들과 어울리며 아름다운 추억 만드는 뭐 그런 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티와 그렘린을 적당히 베껴서 짬뽕해 놓은 괴생명체. 얘가 원표보다 훨씬 비중이 크고 아베 히로시 비중과 맞먹습니다.)


 - 그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빌런들은 또, 역시 개그를 합니다!!! ㅋㅋㅋ 일단 조직원 통틀어봐야 보스 포함 일곱명 밖에 안 되는 소박한 조직인 것도 서럽구요. 근데 그나마 부하들이 진짜로 바보 연기를 하면서 뻘짓을 연발해요. 뭐 그러다가도 격투 장면 나오면 당시 홍콩 영화답게 나름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1편처럼 공포 영화 느낌나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냥 애들용 전대물인데 액션만 고퀄인 전대물 보는 느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악한 힘이 그냥 막 솟아오르는 중인 빌런님. 일생 굴욕짤 남기셨...)


 - 그래서 그냥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코미디라도 재밌으면 좋았겠지만 그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들 대부분의 유머 스타일 아시잖습니까. 진짜로 '하나도 안 웃겨요'.
 그나마 건질만한 부분이라면 전편에 이어 열일하는 리즈 시절 글로리아 입의 미모. 그리고 풋내란 것이 진동을 하는 젊은 시절 아베 히로시의 모습 감상... 정도 되겠습니다. 그 외엔 그냥 '신나는 여름방학은 공작왕 투와 함께!!' 라는 느낌의 난데 없는 80년대 어린이 모험 영화의 흔적 뿐이니 어지간하면 안 보시는 쪽을 권장하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전 그냥 젊은 시절 아베 히로시 연기 구경한 걸로 만족했습니다.)



 + 1편의 스톱 모션과 크리쳐 완성도가 꽤 맘에 들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나무위키에 '스크리밍 매드 조지'라는 괴상한 이름의 아티스트가 '프레데터'에 이어 이 영화에 참여했다... 고 적혀 있는데요. 음. 아무리 검색해봐도 안 나옵니다. 그러다 딱 하나 걸린 게 공작왕의 티비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거네요. 착각하고 적은 듯 하지만 제가 뭐 거기 아이디를 파서 참여하거나 제보할 것도 아니니... ㅋㅋ
 그나마 '프레데터'에 참여한 것도 그리 큰 비중은 아니었던 것 같구요. 크리쳐 이펙트 '크루'라고만 적혀 있어요. 심지어 본인 홈피 약력에도 빠져 있군요.


 ++ 이걸 보고 갑자기 원작이 땡겨서 검색해봤는데. 만화책은 당연히 절판된지 오래인데 이북도 없군요. 중고 서점에선 17권 모듬 중고를 12만원 넘는 값에 팔고 있고...
 차라리 동네 오래된 만화방을 찾아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 동네 시그니처 간판 대표 만화방이 작년에 문을 닫았다는 게 떠올라서 시무룩해졌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거 말고 좀 제대로 된 걸 보고 싶...)



 +++ 어쨌든 그 시절 글로리아 입의 모습을 제대로 본 것도 나름 보람이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짧지만 나름 강렬한 족적을 남긴 코팅 책받침 여신님이었죠. 영화보단 거의 사진들 뿐이었지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1
124027 동해는 일본해, 독도는 일본땅, 후쿠시마 오염수 빨리 방출해 주세요, 왜냐하면 2023.08.17 206
124026 시에라와 미디 [3] 돌도끼 2023.08.17 187
124025 (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2회차 감상 [8] Sonny 2023.08.17 530
124024 [내용있음] 오펜하이머 [21] 잔인한오후 2023.08.17 663
124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할거면 더 빨리 해달라고 일본에 비공식 요청한 윤석열 대통령(아사히신문 보도) [7] 상수 2023.08.17 580
124022 [핵바낭] 개학 시즌 맞이 영양가 없는 일상 바낭 [10] 로이배티 2023.08.17 345
124021 미임파를 그만 보든가 해야지 원 daviddain 2023.08.16 251
124020 [넷플릭스] 옥시콘틴이 주인공인 ‘페인킬러’ [12] 쏘맥 2023.08.16 455
124019 프레임드 #523 [4] Lunagazer 2023.08.16 87
12401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08.16 532
124017 에드워드호퍼 전시회 후기 [7] 산호초2010 2023.08.16 445
124016 [내용있음] 콘크리트 유토피아 [11] 잔인한오후 2023.08.16 663
124015 테구자 [5] 돌도끼 2023.08.16 212
124014 오펜하이머 저는 별로였어요 [12] daviddain 2023.08.15 1164
124013 [티빙바낭] 아직 좀비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워킹 데드 나잇' 잡담 [4] 로이배티 2023.08.15 277
124012 20년전, 30년전..... [3] 왜냐하면 2023.08.15 294
124011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4장 요약 [10] LadyBird 2023.08.15 716
124010 에피소드 #50 [2] Lunagazer 2023.08.15 88
124009 프레임드 #522 [2] Lunagazer 2023.08.15 90
124008 (스포)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것저것 떠들어봅니다 [6] Sonny 2023.08.15 5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