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6.26 17:21

여은성 조회 수:963


  1.간만에 학교를 갔어요. 버스를 타고 갔는데 정말 어이없이 오래 걸리더군요. 강연을 들어보러 간 건데 늦게 도착하니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어요. 사람은 가득찼고 불은 꺼진 강의실에 출입할 수 있는 문은 앞문뿐. 거기다 맨 앞자리에 교수들이 앉아있어서 도저히 그걸 다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죠. 그래도 이왕 학교를 왔으니 뭐라도 먹어볼까 하고 학생식당에 갔는데 모든 설비가 자동화되어 있었어요. 주문을 받는 사람 같은 건 없고 직접 메뉴를 누르고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어요. 왜 그런 게 있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학교 안에 휴대폰 파는 가게도 들어와 있었어요. 


 뭔가 허망한 기분에 교정을 돌아다니다가 혹시 강연에 아는 사람이 왔을까 싶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강연자는 프랑스인이라고 들었는데 영어로 얘기하더군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며 기다렸는데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져갈 때쯤에야 강연이 끝났어요. 포스터에는 분명 졸업생이나 일반인도 마음껏 와서 들으라고 써 있었는데 그런 사람 같은 건 없고 모두가 그냥 현역 대학생인 거 같았어요. 그들끼리 모여서 '감자탕 먹으러 갈래?'하는 걸 보다가 학교 밖으로 나왔어요.


 

 2.짧게 얘기했던거 같은데 학교 앞 중국집에 갈 때마다 춘장 접시를 두개씩 받았어요. 갈 때마다 춘장 접시에 있는 춘장으로 그림을 그려서 결국 그 접시는 못쓰게 되곤 했거든요. 나중에는 제가 갈 때마다 '춘장선생님 오셨다!'하고 사장이 반겨줬어요. 


 학교를 나오다가 그 중국집이 눈에 띄어서 들어가 봤어요. 사장은 그대로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절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짜장2개+탕수육세트를 시켰어요. 학교 다닐 때, 시키기 전에 한참 고민하다가-그것도 둘이서-시켜야 했던 메뉴라 언젠가는 한번 꼭 혼자 시켜보고 싶던 메뉴죠. 


 결국 중국집을 나올 때까지 사장은 절 알아보지 못했어요. 하필이면 또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하다가 학교를 다시 가보려는 시도를 하는 건 rpg게임의 2회차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예전에 깼던 스테이지를, 지금 가진 아이템과 무기와 갑옷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서 한 번 더 깨는 거죠. 한데 학교에 다시 가서 샅샅이 돌아보니 학교 스테이지는 예전에 깼던 그 스테이지가 아닌 거 같았어요. 스테이지의 분위기도 다르고 돌아다니는 npc들도 뭔가 다르고 하여간 예전에 알던 그 곳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스테이지 같았어요. 


 흠.


 언젠가일진 모르지만 내가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곳이 고정되어 있었으면 했는데 그곳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돌아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3.대학생 때는 참 좋았어요. 한가지만 빼고요. 걱정이 늘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목표가 언젠가 한번 '걱정 없는 대학생'이 되어 보는 거였어요. '걱정 없는 직장인' '걱정 없는 아빠' '걱정 없는 어부'같은 건 말 같은 건 애초에 성립이 안 되지만 걱정 없는 대학생은 될 수도 있죠. 걱정만 없다면 대학교란 곳은 네버랜드 같은 곳일 거라고 여겨졌어요. 


 필드 경험이 없는 아카데믹한 교수들도 참 좋았어요. 그런 교수들은 어른이지만 완전히 어른은 아닌 어른처럼 느껴져서요. 절대로 일반 대중이 돈 주고 사진 않을 것 같은 작업을 하고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흠. 그게 대학일지 어딜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네버랜드 같은 곳에 가보고 싶네요. 노력은 힘든 거지만 듀프레인이 지후아타네오에 가기 위해 했던 일들보다는 쉬우니까 위안이 돼요.




XE Login